당신은 얼마나 자주 공상에 빠지는가? 현실과 바쁜 일상에 치여 몇 년 새 공상에 빠지는 빈도가 확연히 줄어들진 않았는가? 우리는 가끔 아날로그에 불편을 느끼고, 자기 전까지 스마트폰 불빛에 의지하며, 소셜미디어에 그럴듯한 삶을 전시하기 바쁘다. 모바일 분석 업체 앱애니(App Annie)에 따르면 2017년 한국인은 하루 평균 3시간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한다고 한다.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통계에서처럼 많은 이들이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때로는 저렴한 취향에 유혹당한다. 무분별한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당연한 절차일 것이다.

슈퍼올가니즘 'Everybody Wants To Be Famous' MV 캡쳐

최근 순간을 달래는 인스턴트 콘텐츠들 사이에서 기묘한 잔상을 남기는 비디오가 시선을 끌고 있다. 잃어버렸던 감각을 건드리는 듯한 비주얼로 유행의 축이 되어버린 ‘밈(meme)’ 비디오. 밈이란 ‘인터넷에서 트렌드로 떠오른 모든 것’을 지칭하는 용어다. 기억하기 쉬우면서도 쉽게 퍼질 수 있고, 중독성 있는 창작물을 통칭한다. 몽상가들의 잊힌 영감에 다시 불을 지필 비디오를 만나보자.

 

잭 스타우버

잭 스타우버(Jack Stauber)는 미국 피츠버그 출신의 뮤지션으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총 4장의 앨범을 발매했다. 그중 2017년에 선보인 앨범 <Pop Food>로 그는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었다. 1980년대 감성의 일렉트로닉 기타 리프와 신디사이저 멜로디가 가미된 수록곡들은 유니크한 아우라를 뽐냈다. 꿈 어귀를 배회하는 듯한 느낌과 멜로디처럼 심오한 가사가 포인트였다.

잭 스타우버는 무엇보다 자신의 곡과 기괴한 비디오 아트를 결합했는데, 특유의 ‘이 세상 감성이 아닌 듯한’ 향취를 느낄 수 있다. 얼터너티브 록 감성의 신스팝과 노이즈 범벅의 VHS 화면으로 1분 남짓한 짧은 영상을 전개하지만, 순식간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미머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한 인물이라 그의 비디오나 음악을 차용한 유튜버도 많이 등장했을 정도다.

잭은 비디오 기획부터 연출, 출연, 편집까지 홀로 작업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의 비디오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Two Time’에 주목해보자.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이 연상되는 뭉개진 찰흙과 잭의 얼굴이 교차해 등장하며 그 위에 다양한 오브제가 덧대진다. 곡의 뮤직비디오 같기도 한 이 비디오는 몽환적인 사운드와 결합하여 기괴함을 극대화하기도, 스토리를 더하기도 한다. 웃음을 선사하는 포인트 역시 남다르다. 잭과 유머 코드가 맞는 이들이라면 그의 영상을 모두 섭렵하게 될지도 모른다. 잭의 비디오를 두고 많은 해석이 난무하지만 담백하게 시청하는 것을 추천한다.

 

람다람

국내에서 떠오르는 미머, 람다람. 둥글게 올려 묶은 핑크색 머리 캐릭터가 시그니처 아이콘이다. 앞서 소개한 잭과 달리 음악을 만들지는 않지만, 강렬한 인상의 작화로 시선을 모았다. 밈으로 화제가 된 음원을 차용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저작권 문제에 휩싸인 적도 있다. 이 같은 이유로 현재 그의 유튜브 채널에서는 대표작 두 개만 감상할 수 있다.

그중 잭의 ‘Two Time’을 재해석한 비디오는 330만 조회 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됐다. 해당 영상 역시 저작권 문제로 인해 게재를 중단했지만, 저작권자인 잭이 승인하며 재업로드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자면 잭의 비디오보다 람다람의 밈으로 ‘Two Time’을 접한 이들이 많을 정도. 단순히 밈이라 치부하기엔 아까울 만큼 탄탄한 스토리텔링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을 받았다.

람다람은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 더 뜨거운 인기를 구사하는 미머다. 밈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면, 그의 비디오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패러디 영상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불법 업로더들이 들끓는 탓에 끊임없이 발목을 붙잡히고 있다. 지난 1월, 람다람은 피로감을 표하며 애니메이션 밈을 중단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단, 밈이 아닌 새로운 비디오를 제작할 거라는 뜻을 내비쳤으니 너무 아쉬워하지 말자. 현재 그의 유튜브 채널에서는 작화가 돋보이는 스피드 페인팅 콘텐츠를 만나볼 수 있다.

 

슈퍼올가니즘의 비주얼 디렉터, 로버트

앞서 소개한 밈은 몽환적인 사운드와 기묘한 오브제들이 뒤엉키며 뚜렷한 상흔을 남긴다. 이런 감성을 뒤쫓는 이들에게 꼭 맞는 아티스트를 소개한다. 바로 영국 밴드 슈퍼올가니즘(superorganism). 이들은 이미 <인디포스트>에서 수차례 소개한 바 있는 아티스트다. 세상에 없던 비주얼로 신선한 충격을 선사하며 국내외 탄탄한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다.

특이한 점은 밴드 내에 비주얼 아트를 담당하고 있는 멤버가 존재한다는 것. 로버트 스트레인지(Robert Strange)는 영상, 라이브 공연 전반에 걸쳐 밴드의 비주얼 요소를 디렉팅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슈퍼올가니즘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 뮤직비디오 역시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조각난 꿈의 편린을 이어붙인 듯 과감한 콜라주는 어딘가 잭의 비디오와 닮았기도 하다.

음악만큼이나 시선을 사로잡는 뮤직비디오는 슈퍼올가니즘의 세계관을 함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슈퍼올가니즘은 소니뮤직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처음 밴드를 시작했을 때 우리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모두 모여 있는 무드보드가 있었다. 그것을 로버트가 한 데 모아서 한 개의 뮤직비디오로 제작했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에게 영감을 줘서 우리만의 스타일을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로버트 스트레인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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