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garettes After Sex의 보컬이자 리더 그렉 곤잘레즈

이들은 자신들의 음악을 엠비언트 팝 또는 드림 팝이라 부른다. 몽롱한 연주와 중성적인 보컬로 핫한 밴드로 떠오른 Cigarettes After Sex의 역사는 텍사스의 소도시 엘 파소(El Paso)에서 시작됐다. 엘 파소의 텍사스 대학교(University of Texas at El Paso)에서 음악 이론과 작곡을 배우던 그렉 곤잘레즈(Greg Gonzalez)는 2008년에 독특한 이름의 밴드를 결성하였고, 졸업 후 캠퍼스의 4층 건물 계단에서 네 곡을 녹음하여 첫 EP 음반 <I>(2012)를 출반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가끔 팬으로부터 감사의 메일이 오기는 했다. 그들의 음악 덕분에 잠을 이루거나 어려운 시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Cigarettes After Sex ‘Nothing’s Gonna Hurt You Baby’

그렉 곤잘레즈는 무명 시절을 보내는 동안 재즈 콤보에서 베이스를 연주하거나 록 밴드에서 세션 연주를 하면서 생계를 유지했다. 1970년대 포크 송이나 마돈나의 데뷔 시절 음악을 즐겨 듣던 그는, 여자 친구를 비극적인 사고로 잃는 아픔을 겪고 한동안 금단 증상을 심하게 겪으면서 음울한 멜로디와 가사를 노래에 담기 시작했다. 그러다 프랑스와즈 아르디(Francoise Hardy)의 음악에 심취하면서 그 영향을 받아 현재와 같은 중성적인 보컬 스타일을 갖게 되었고, 연주는 마일스 데이비스의 쿨 재즈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 그들의 사진이나 영상은 점점 흑백 톤이 우세해졌고, 그들의 공연 중에 실제로 눈물을 흘리는 팬들이 많아졌다.

프랑스와즈 아르디의 대표곡 ‘Comment te dire adieu’

텍사스에서 뉴욕으로 본거지를 옮긴 해가 2013년. 여러 일을 닥치는대로 하며 생계를 유지하던 이들은 자신들의 음악이 유튜브에서 갑자기 폭발적인 조회수를 올리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왜 그런지 알 수 없다고 했지만, 유튜브의 추천 목록에는 그들의 음악이 자주 올라갔다. 영화나 드라마 제작자들이 유튜브에서 그들의 음악을 발견하고 배경음악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에미상 8관왕의 <핸드메이즈 테일>의 시즌 1 에피소드 7의 클라이맥스에서 ‘Nothing’s Gonna Hurt You Baby’이 실리면서, 이 곡은 유튜브에서 8천 5백만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핸드메이즈 테일> 에피소드 7의 클라이맥스 장면

이제 Cigarettes After Sex는 공연 기획자들의 리스트 상단에 오르게 되었고, 전 세계를 순회하는 공연 일정으로 바쁜 밴드가 되었다. 그들의 음악은 인디포스트 추천 드라마 <죄인>, <완더러스트>, <킬링 이브>뿐만 아니라 <Shameless>, <Gypsy>에도 수록되었다. 독특한 분위기의 음악뿐만 아니라 어디선가 경험한 것 같은 가사 또한 강력한 매력을 지녔다. 가령 “차를 타고 떠나면서 백미러로 연인의 얼굴을 바라본다(‘Sunsetz’ 중에서)”라거나 “선글라스를 끼고 90년대 R&B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Nothing’s Gonna Hurt You Baby’ 중에서)” 등의 가사는 듣는 이들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Cigarettes After Sex ‘K’

그들 음악의 가사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다. 실제로 그렉 곤잘레즈에게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품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비디오 유통 일을 하던 아버지를 따라 영화 매니아가 된 그는, 무명 시절 뉴욕의 영화관에서 티켓판매 일을 했을 정도로 영화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지금은 가사로 자신의 서사를 풀어놓지만 언제라도 시나리오 작가나 영화 제작자로 나설지도 모를 일이다.

 

Cigarettes After Sex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