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안지 마. 무서워(Don't Hug Me I'm Scared).>라는 제목의 3분짜리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왔다. 얼핏 영미권의 유명 어린이용 TV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처럼 인형과 애니메이션을 노래와 섞어서 만든 교육적인 영상으로 보였지만, <안지마. 무서워.>는 정확히 그 반대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했다.

1편에는 세 명의 주요 캐릭터에게 ‘창의적’일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수첩이 등장한다. 영상은 중반부까지 밝고 엉뚱한 분위기에서 그저 ‘교육적인’ 내용을 전하지만, 갈수록 내용이 어두워지고 혼란스러운 장면이 교차하더니, 그 기괴함이 폭발할 것 같은 순간에 다시 원래의 분위기로 돌아온다. 의외의 영상에 사람들은 당연히 무척 혼란스러워했고, 영상은 동시에 컬트적인 인기를 얻었다.

<안지 마. 무서워.> 1편

해당 영상은 이후 2년 정도에 걸쳐 수많은 리액션과 분석의 대상이 되며 꾸준히 입방아에 올랐다. 많은 사람이 영상의 갑작스러운 반전에 놀라거나, 영상을 온갖 방식으로 뜯어보며 숨겨진 의미를 찾아내려고 애쓰기도 했다. 물론 영상이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난 것은 아니었다. <안지 마. 무서워.>의 제작자인 레베카 슬론(Rebecca Sloan)과 조셉 펠링(Joseph Pelling)은 친구들과 함께 예술 콜렉티브로 활동을 하며 2000년대 후반부터 여러 가지 애니메이션과 영상을 만들었다. <안지 마. 무서워.>는 이들이 다른 작업을 하는 동안 남는 시간에 제작비 없이 만든 영상으로, 두 사람은 그 이전에도 비슷한 스타일의 <일어날 수도 있는 나쁜 일들(Bad Things That Could Happen)>이라는 영상을 만들기도 했다.

슬론과 펠링은 많은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처음부터 나름의 스타일을 갖고 있었다. 두 사람은 원래 <안지 마. 무서워.> 자체를 하나의 시리즈로 만드는 구상을 했다. 하지만 여러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이를 포기해야 했고, 이후 테임 임팔라(Tame Impala)의 ‘Feels Like We Only Go Backwards’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등 다른 작업을 이어갔다. 하지만 유튜브에 올렸던 <안지 마. 무서워.>가 시간이 흘러 뜻밖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둘은 다시 이 시리즈 제작에 착수한다.

Tame Impala ‘Feels Like We Only Go Backwards’ MV

2014년 1월에 올라온 시리즈 두 번째 영상은 이전보다 더욱 기괴해지고 더 빠르게 주목을 받았다. 주류 매체에서 많은 제안이 왔지만, 슬론과 펠링은 자신들이 주도권을 잡고 가장 원하는 방식으로 시리즈를 만들고자 크라우드 펀딩을 이용하기로 했다. 펀딩을 위해 두 사람은 <HELP>라는 제목으로 주연 캐릭터들이 인질로 잡혀있는 20초짜리 영상을 만들었는데, 이 또한 많은 주목을 받으면서 펀딩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얻은 제작비를 바탕으로, 슬론과 펠링은 훨씬 더 나아진 환경에서 <안지 마. 무서워.>의 나머지 영상들을 제작할 수 있게 되었다. 플래시 애니메이션 <에즈월드(Eddsworld)>의 제작자로 2000년대부터 유명했던 톰스카(TomSka)도 이 때부터 후원자이자 제작자, 감독으로 참여했다. 이렇게 2014년부터 2016년까지에 걸쳐 <안지 마. 무서워.> 3편부터 6편까지의 에피소드들이 차차 유튜브에 올라온다.

<안지 마. 무서워.> 2편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안지 마. 무서워.>의 팬들은 갈수록 강렬해지는 영상의 호러와 고어 요소들에 열광했고, 시리즈 구석구석 디테일에까지 정교하게 숨겨진 의미들을 파고들었다. 덕분에 이 즈음 유튜브에는 이른바 시리즈에 대한 이론과 해석 영상들이 범람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마치 교육 방송인 양 대중을 조작하여 이를 상업적 용도로 이용하는 미디어에 대한 비판이라는 주장이 가장 그럴듯한 해석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영상 이면의 의미를 차치해도 <안지 마. 무서워.>는 충분히 매력적인 시리즈다. 온갖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세트에서의 훌륭한 미술 디자인, 특유의 원색 가득한 색채들, 2D와 3D와 CG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애니메이션, 중독성 넘치는 음악과 무엇보다 시청자들을 섬뜩하게 하는 호러 요소 등 다른 유튜브 영상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미감을 자랑했다.

물론 유튜브에는 과거 <샐러드 핑거스(Salad Fingers)>나 <마블 호넷(Marble Hornets)> 같이 독자적으로 만들어져 유명해진 호러물들이 몇몇 있었지만, <안지 마. 무서워.>는 높은 완성도와 확실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유튜브에서 가장 인기 있는 호러 영상 시리즈가 되었다.

<안지 마. 무서워.> 6편

시리즈가 진행되는 동안 세 등장인물 중에서 둘이 사라지며 많은 떡밥이 뿌려졌다. 팬들의 이론과 해석은 더욱 분분해졌다. 그렇게 첫 번째 영상이 올라온 지도 거의 5년 뒤인 2016년 6월, <안지 마. 무서워.>의 여섯 번째 영상이 올라오게 된다. 시리즈의 완결편인 만큼, 8분이나 되는 영상은 그때까지의 내용을 모으는 것은 물론 시리즈가 이전에 해왔던 방식을 더욱 확실히 고수하며 온갖 떡밥들을 남겼다. 이전 영상들보다 훨씬 완성도가 높았으며, 새로운 촬영이나 구성, 연출 방식을 이용했다. 오랫동안 이어져온 시리즈를 나름대로 깔끔하게 끝맺은 셈. 물론 팬덤은 남겨진 떡밥에 흥분하며 모든 장면에 대한 과다 분석을 이어갔다.

슬론과 펠링은 맨 처음 별 생각없이 영상을 만들었을 때 가장 처음에 설정했던 목표를 완벽하게 달성한 것으로 보였다. 그와 함께 두 사람은 여러 곳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안지 마. 무서워.>를 만드는 동안 둘은 제작진과 함께 심폐소생술에 대해 별 탈 없이 실제로 교육적인 영상을 만들기도 했고, 심지어는 카툰 네트워크에서 방영되는 애니메이션 시리즈인 <검볼(The Amazing World of Gumball)>의 한 에피소드에 참여하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둘 모두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영상들이었지만, 슬론과 펠링은 <안지 마. 무서워.>에서 보여줬던 호러 요소들은 조금은 제거한 다음 가끔은 섬뜩해질 때도 있는 엉뚱함과 밝고 다양한 색채, 여전히 중독적인 노래와 훌륭한 미술 디자인으로 고유한 스타일을 있는 그대로 유지해내며 영상들을 만들었다.

슬론과 펠링이 게스트 제작진으로 참여한 <검볼>

<안지 마. 무서워.>의 성공은 이미 제대로 짜인 세계관을 갖고 있던 두 제작자가 그들만의 방식을 확실히 고수했기 때문에 이뤄질 수 있었고, 그 덕에 시리즈는 유튜브의 대표적인 호러 시리즈들 중 하나가 될 수 있었다.

많은 팬들이 이 시리즈의 완결을 아쉽고도 기쁘게 지켜본 지 두 해가 지난 2018년 9월, 채널에 난데없이 짧은 30초짜리 영상이 예고편처럼 올라왔고, 새로운 소식이 함께 들려왔다. <안지 마. 무서워.>가 TV 시리즈로 이어질 것이며, 2019년의 선댄스 영화제에서 파일럿 에피소드가 공개된다고 하는 소식이었다.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환호했고, 영상은 곧바로 트렌딩 목록에 1위로 올라갔다. 유튜브의 팬들은 다시 현실에서 깨어나 <안지 마. 무서워.>가 만든 악몽의 세계로 다시 들어갈 준비가 되어 있고,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다.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진다.

<Wakey Wakey...>

 

Writer

어설픈 잡덕으로 살고 있으며, 덕심이 끓어 넘치면 글을 쓴다. 동시대의 대중 음악/한국 문학을 중심으로 애니메이션, 인디 게임, 인터넷 문화, 장르물 등이 본진(중 일부). 웹진 weiv에서 대중 음악과 비평에 대해 쓰고 있고, 좀 더 재미있고 의미 있게 창작/비평하고자 비효율적으로 공부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