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초에 올라온 넷플릭스 드라마 <러시안 인형처럼>이 인터넷에서 입소문을 타며 빠르게 인기를 끌고 있다. 어떤 매체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중 최고 드라마라 추켜세우기도 하고, 드라마의 색다른 특성 때문에 반드시 두 번 이상 보게 될 것이라 장담하기도 한다. 같은 인형이 계속해서 들어있는 러시아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36번째 생일을 맞은 ‘나디아(Nadia)’(나타샤 리온)가 죽음과 삶을 무한 반복한다는 스토리로, 많은 복선과 비밀스러운 의미들이 곳곳에 숨어 있어서 보는 재미를 더한다. 그뿐 아니라 마지막 반전은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각각 30분 분량의 8편으로 구성된 첫 시즌에서 나디아는 무려 22번이나 죽음을 맞고 루프에서 빠져나온다.

드라마 <러시안 인형처럼> 예고편

삶과 죽음 또는 특정한 시간대의 타임 루프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고 일정한 시간대를 반복한다는 구성은, 이 작품뿐 아니라 여러 영화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방식이기도 하다. 어떤 영화에서 타임 루프 소재를 썼는지 짚어보자.

 

<사랑의 블랙홀>

시간 개념이 희박했던 옛날에는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이 굴 밖으로 나오는 날 봄이 왔다고 믿었다. 서양에서는 2월 2일을 Groundhog Day(성촉절)라 불렀고, 이날에 동물이 나오지 않으면 겨울이 6주 더 계속되는 것이라 믿었다. 어찌 보면 우리의 입춘과 비슷한 날이라 할 수 있다. 성촉절을 반복하는 타임 루프에 빠진 무뚝뚝한 아나운서(빌 머레이)가 사랑을 얻기 위해 변해가는 과정을 담은 영화로, 1990년대 최고의 코미디 영화로 인정받는 흥행작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이날의 이름이 낯설어 <사랑의 블랙홀>이란 제목으로 개봉하였다.

<사랑의 블랙홀> 예고편

 

<롤라 런>

애인을 구하기 위해 베를린 시내를 한없이 달리는 ‘롤라’(프란카 포텐테)가 등장하는 영화 <롤라 런>은 독일의 이색 스릴러 영화다. 세 가지 경우의 다른 장면을 제시하며 시작과 끝, 원인과 결과에 대한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감각적인 영상과 빠른 카메라워크를 선보이며 베니스영화제에서 금사자상을, 선댄스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았다. 제작비 20억 원의 적은 예산으로 제작되었으나 영화관에서 제작비의 13배를 벌어들이는 흥행을 기록했다. 이 영화는 영화학도라면 봐야 할 영화로 언급되기도 한다.

<롤라 런>의 유명한 오프닝 크레딧

 

<소스 코드>

시카고 통근 열차 안에서 눈을 뜬 ‘콜터’(제이크 질렌할) 대위는 자신이 열차 폭파범에 관한 단서를 찾기 위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가상현실 세계로 보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열차 폭발과 리셋 사이의 8분 타임 루프를 반복하던 그는 자신이 현실 세계에서는 뇌사 상태에 있다는 것을 알고 고뇌에 빠진다. 데뷔작 <문>(2009)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던컨 존스(Duncan Jones) 감독의 두 번째 작품으로, 흥행 수익 1억 5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일약 흥행 감독의 대열에 들어섰다. 이 영화는 후속 드라마로 개발하려고 했다가 방침을 바꿔 영화 포맷으로 개발 중이다.

<소스 코드> Btv 추천 영상

 

<엣지 오브 투모로우>

지구를 침공한 외계인에 맞서 죽음과 재탄생의 타임 루프를 반복하며 최강의 인간병기로 진화하는 지구군 이야기로, 톰 크루즈와 에밀리 블런트가 주연을 맡았다. 히로시 사쿠라자카(桜坂洋)의 히트 소설 <All You Need Is Kill>(2004)를 실사로 제작한 이 영화는, 특히 외계인과의 전투 신을 그린 CG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3억 7천만 달러의 높은 흥행 수익을 기록한 이 작품은 현재 <Live Die Repeat and Repeat>이라는 제목으로 후속 영화를 기획하고 있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 예고편

 

<해피 데스데이>

생일을 맞은 주인공에게 마스크를 한 살인자가 나타난 후, 주인공은 죽음과 환생의 타임 루프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또한 이 작품은 블랙 코미디와 슬래셔 호러가 결합된 독특한 장르이기도 하다. <겟 아웃>의 호러 명가 블룸하우스가 “Groundhog Day Meets Scream(사랑의 블랙홀이 스크림을 만나다)”이라는 이색 문구로 마케팅해, 제작비 4백 8십만 달러의 26배가 넘는 수익을 내며 초대박 흥행을 기록했다. 현재 크리스토퍼 랜던 감독 및 배우들이 그대로 출연한 후속 영화 <Happy Death Day 2U>가 상영 중인데, 속편 역시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해피 데스데이>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