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띄는 영화 두 편이 한 달 간격을 두고 개봉했다. 두 영화는 분명히 다르지만, 비슷한 특징으로 엮을 수 있는 지점도 갖고 있다. 1월 개봉한 <리지>와 2월 21일 개봉을 앞둔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이하 <더 페이버릿>)를 함께 짚어봤다.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포스터(좌), <리지> 포스터(우)
*아랫글에는 스포일러라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1. 사랑

<리지>와 <더 페이버릿>의 이야기를 감싼 수천 겹의 배경이나 맥락을 걷어내면, 결국 ‘사랑’만이 보인다. 영화 속 인물을 끌고 가는 가장 큰 동력은 사랑이다. 질투나 광기, 슬픔이나 절망 등 영화에서 도드라지는 다른 감정은 모두 사랑에서 떨어져나온 부스러기일지 모른다.

<리지>

‘리지’(클로에 세비니)는 부호 가문의 상속자지만,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욕심 많은 다른 가족에게 언제나 억압받으며 산다. 리지의 집에 ‘브리짓’(크리스틴 스튜어트)이 가정부로 들어온 후, 둘은 서로의 약한 면을 알아보고 가까워진다. 폭력과 불신이 난무하는 집안에서, 두 사람은 서로 유일한 구원이 된다.

<리지> 예고편

 

<더 페이버릿>

영화는 절대 권력을 지닌 여왕 ‘앤’(올리비아 콜맨)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사라’(레이첼 와이즈)는 오래 앤의 곁을 지켰고, 둘 사이엔 긴 시간만이 만들 수 있는 감정들이 쌓여있다. 그러나 제 처지를 바꾸려는 욕망을 품은 ‘애비게일’(엠마 스톤)이 나타나면서 평온했던 상황이 얽히고설킨다. 이야기는 내내 숨 돌릴 틈 없이 몰아치지만, 커다란 얼개는 되레 단순하다. 모든 것은 결국 제 방식대로 사랑했고, 또한 원하는 방식으로 사랑받고 싶었던 사람에게서 비롯되었으므로.

<더 페이버릿> 예고편

 

2. 실화 모티브

두 작품 모두 실화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리지>는 1892년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벌어진 ‘리지 보든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당시 보든 가(家)의 부부가 잔인하게 살해되었는데, 주요 용의자가 가문의 둘째 딸 리지 보든인 것으로 밝혀지며 미국을 충격에 빠뜨렸다. 영화 <리지>는 사건 전후 리지 보든의 삶, 그리고 실제 사건 현장에 있었던 하녀 브리짓과 리지의 관계를 영화적인 요소를 가미해 그려낸다.

리지 보든, 출처 – Wikipedia 

<더 페이버릿> 역시 1702년부터 1714년까지 재위한 영국의 앤(Anne) 여왕 이야기에서 중심 내용을 빌려왔다. 실제로 앤의 최측근(실제로 통치자로부터 권력을 얻은 사람, 최측근을 ‘Favourite’이라 칭한다)은 말버러 공작부인 사라 처칠(Sarah Churchill)이었다고. 또한 애비게일 마샴(Abigail Masham) 역시 사라 이후 앤의 측근이 된 실존 인물이다. 영화 속 이야기로 다뤄지는 ‘휘그(Whig)당’과 ‘토리(Tory)당’의 정계 갈등도 역사적 사실이다.

앤 여왕의 초상화, Portrait by Michael Dahl(1705)

 

3. 거침 없는 여성 캐릭터들

<더 페이버릿> 스틸컷

<리지>와 <더 페이버릿> 속 주인공들은 욕망을 절대 감추지 않는다. 리지, 사라와 애비게일은 원하는 것을 머뭇거림 없이 드러내고, 그걸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린다.

<리지> 스틸컷

중요한 포인트는 이들이 모두 여성이라는 점. 이 특징은 작품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다. 특히 <더 페이버릿>은 기존 영화가 쉽게 여성을 소비하던 방식 그대로 남성 캐릭터를 사용한다. 이 작품 속 남성들은 주인공이 야망을 이루고자 딛고 서는 발판이 되거나, 외적인 아름다움에 매달리는 역할로 존재한다.

 

4. 배우

<리지>의 크리스틴 스튜어트

<리지>와 <더 페이버릿>에 출연한 배우들은 단 한 명도 빼놓지 않고 훌륭한 연기를 선보인다. <리지>의 주연이자 프로듀서로 참여한 클로에 세비니는 침잠하는 내면과 광기를 오가는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이 작품에서 한층 깊어진 눈빛과 섬세한 표현력을 보여준다.

<더 페이버릿>의 올리비아 콜맨
<더 페이버릿>의 레이첼 와이즈

<더 페이버릿>은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신작이기도 한데,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히 <더 랍스터>(2015) <킬링디어>(2017) 등 그의 전작이 품고 있던 기묘함이 풍긴다. 올리비아 콜맨, 레이첼 와이즈, 엠마 스톤은 이 기묘한 분위기를 완벽하게 구현하는 연기로 여러 영화제에서 상을 거머쥐었다. ‘할리’를 연기한 니콜라스 홀트와 ‘마샴’ 역의 조 알윈 역시 몫을 충분히 해내며 또렷한 인상을 남긴다.

<더 페이버릿>의 니콜라스 홀트(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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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