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통속적이고 진부한 소재 중 하나다. 미국 케이블 채널 쇼타임(Showtime)은 2014년 간판 드라마 <홈랜드>를 이을 후속으로 <The Affair>의 첫 시즌을 내보내며 불륜 소재를 전면에 내세웠다. 4남매를 둔 유부남 작가와 사고로 아이를 잃고 실의에 빠진 삶을 이어가는 유부녀,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은 서로에게 끌리며 불륜에 빠져든다. 곧 끝날 것 같던 이들의 관계는 끈질기게 만남과 헤어짐을 이어가며, 자신과 가족들의 삶을 이전과 전혀 다른 격랑으로 몰고 간다.

<The Affair> 시즌 1 예고편

단일 시즌 혹은 몇 시즌 만에 종료될 것 같았던 <The Affair>는 2018년 시즌4를 방영했고, 이제 마지막이 될 시즌5 제작까지 들어갔다. 로튼토마토 평점은 첫 시즌 90%, 두 번째 90%, 세 번째 79%에 이어 다시 90%대를 회복하며 변함없는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어떤 평론가는 <The Affair>가 최고의 드라마라며 찬사를 쏟기도 한다. 진부한 소재를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한 이 드라마의 어떤 점이 특별한지 네 가지 키워드로 알아보았다.

 

관점(Perspective)

<The Affair>의 포스터는 다양한 관점 차이를 암시한다

<The Affair> 시즌1은 철저하게 불륜 당사자인 두 사람의 관점을 따라간다. 매 에피소드를 반으로 나누어 전반부는 남자 노아(도미닉 웨스트)의 관점에서, 후반부는 여자 앨리슨(루스 윌슨)의 관점으로 나누어 보여준다. 같은 상황을 두 사람이 각각 다르게 해석하거나 기억에 담는다. 한 번도 외도를 한 적이 없던 노아는 스스로 가정적인 남자이며 앨리슨이 자신을 유혹했다고 믿지만, 앨리슨의 관점은 다르다. 불륜을 바라보는 남녀의 관점 차이를 바라보고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Behind-the-Scene 영상. 관점의 차이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진실(Truth)

시즌2는 더 나아가 네 사람, 즉 불륜의 당사자와 당사자의 배우자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들이 인지하고 기억하는 진실은 제각각이다. 같은 상황을 다르게 인지하고 바라보는 당사자의 관점 차이는 의상이나 대화 내용에서 큰 차이를 드러낸다. 드라마의 모든 장면은 무엇 하나 버릴 것 없이 고도의 계산 하에 배치되었다는 평가도 받는다. 성과 사랑을 바라보는 당사자들의 인지 부조화와 젠더 간 감수성 차이에 대해 시청자들은 무엇이 진실에 가까운지를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참고로 작가 겸 제작자 사라 트림(Sarah Treem), 주연 루스 윌슨(Ruth Wilson), 조연 마우라 티어니(Maura Tierney) 모두 여성이며, 이 드라마로 골든글로브를 수상하였다.

<The Affairs> 시즌 2 티저 영상

 

죽음(Death)

이 드라마는 남녀 간의 사랑과 배신을 다룬 치정극으로, 극중 인물들의 죽음이 이야기 전개의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드라마가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타임라인을 건너뛰며 누군가 주요 인물이 죽는다는 점을 암시한다. 이 죽음은 극중 인물들의 운명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어 시즌4에서는 두 사람의 주요 인물이 죽음을 맞게 되며 드라마는 비극적인 결말로 치닫게 된다. 드라마가 예상과 달리 장기간 흥행하면서 주요 배우의 일정 차질이 생긴 점도 주요 인물이 하차하게 된 주요 원인 중의 하나였다.

<The Affairs> 타이틀곡인 Fiona Apple의 ‘Container’

 

몬턱의 롭스터 샌드위치(The Lobster Roll)

드라마에 등장하는 실제 로브스터 샌드위치 맛집 'Lunch'

이 드라마의 주요 배경 중 하나인 몬턱(Montauk)은 미국 동부 뉴잉글랜드 지방의 관광명소로 낚시의 메카다. 1614년 네덜란드 상선이 이곳을 처음 발견하면서 ‘The Point of Fishers’라는 별칭으로 불렀고, 지금도 여섯 곳의 주립공원이 밀집하여 여름에는 뉴욕을 거치는 관광객으로 넘친다. 낚시의 메카인 만큼 이곳의 해산물은 유명한데, 그중 1965년에 오픈한 맛집 'Lunch'의 로브스터 샌드위치는 단연 인기다. 극 중 초반부에 두 사람이 처음으로 만나는 곳, 앨리슨이 웨이트리스로 등장하며 가족들과 함께 들른 노아를 만나는 배경이 바로 이곳 'Lunch'에서 촬영되었다.

<런치>의 인기 메뉴 로브스터 샌드위치(Lobster Roll)

시즌5에는 제니퍼 제이슨 리(Jennifer Jason Leigh)가 주요 배역으로 캐스팅되었고, 수십 년이 지난 후 과거를 찾아온 딸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구체적인 방영 일정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The Affairs>의 네 시즌은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