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노잼인데 대체 뭘 하지?”

요즘 주변에서 꽤 많이 듣는 이야기다. 매일 똑같은 생활에 지쳐 ‘무언가 재밌는 걸’ 찾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자주 던지는 푸념과 같은 질문들. 여행 갈 돈은 없고, 신선한 뭔가를 할 에너지도 없고, ‘유잼’까지 기다릴 만한 인내심도 바닥이 난 사람들에게 필자와 친구들은 그 해답으로 ‘인디 게임’을 해보라고 권유해본다. 뉴비가 적응하기 다소 어려운 온라인 RPG 게임이 아닌, 스피디한 전개로 즉각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음과 더불어 애니메이션에 버금가는 탄탄한 스토리까지 즐길 수 있는 이색 게임들을 소개한다. 이걸로 조금은 재미를 얻을 수 있기를.

 

1. 처크(TSIOQUE)

한 왕국에 좋은 여왕(Good Queen)과 공주 ‘처크’가 살았다. 좋은 여왕은 이름 그대로 용맹하고, 지혜롭고, 어진 군주였고, 그가 다스리는 초승달과 쌍성의 왕국은 태평성대를 이루었다. 하지만 왕국을 호시탐탐 노리는 고대 괴수인 ‘피닉스’가 국경을 침범해왔고, 여왕은 자신의 왕국과 어린 공주를 지키기 위해 군대를 이끌고 국경으로 떠난다. 여왕이 떠난 성에는 처크 공주 혼자 남는다. 어린 공주를 얕본 왕궁의 마법사는 그사이 쿠데타를 일으켜 성을 차지하고, 공주는 어두운 지하 감옥에 가두어 버린다. 갇힌 신세가 되어 버린 처크. 하지만 그는 결코 나약하지 않다. 어머니의 뒤를 이어 강인하고 지혜로운 통치를 꿈꿔왔던 처크는, 빼앗긴 성을 되찾아 오기로 결심한다.

<처크> 트레일러

폴란드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게임인 <처크>는 사운드 디자인이 무척 돋보이는 게임이다. 게임을 5분 정도만 플레이해 보아도 사운드가 아주 정교하게 디자인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적절한 상황에 들려오는 깔끔한 여러 사운드들은 게임을 하는 유저들의 예민한 귀를 만족스럽게 해준다. 여기에 더해, 손으로 그린 게임 배경들과 캐릭터의 부드러운 움직임은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이미지 출처 – Gameplay 

주인공 격인 어린 공주 처크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공주의 모습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사근사근하고 아름다운 공주의 모습을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처크 공주를 돕는 것은 오직 그 자신과 어머니처럼 강인한 군주가 되고 싶다는 의지 그 자체이다. 위기 상황에 맞게(?) 그는 시종일관 근엄하고 화가 난 표정을 짓고 있다. 작지만 절대 얕볼 수 없는 처크가 어떻게 성을 되찾고 왕실의 마법사에게 맞설지, 궁금하신 분들은 게임을 플레이해보길 추천한다. 기본 플레이타임이 3시간 정도라고 하니, 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2. 밴디와 잉크기계(Bendy and the Ink machine)

주인공 ‘헨리’는 어느 날, 옛 동료였던 ‘조이’에게 온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 그 편지에는 보여줄 것이 있으니 작업실로 와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헨리와 조이는 오래전, 함께 애니메이션 제작사를 차린 동료였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헨리는 일을 그만두고 작업실을 떠나게 된다. 스튜디오를 포기할 수 없었던 조이를 남겨 두고 떠난 헨리는 새 삶을 찾았고, 그 당시의 일을 점차 지워가며 살고 있었던 것이다. 30년이 지난 후, 다시 자신을 찾는 동료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던 헨리는 폐쇄된 작업실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조이의 집념이 깃든 무시무시한 광경을 보게 된다.

<밴디와 잉크기계> 트레일러

귀여운 캐릭터들이 한순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무시무시한 크리처가 되어 나타나는 호러 게임 <밴디와 잉크기계>는 게임으로서는 다소 독특한 질감을 자랑한다. 특히 손으로 그린 듯한 일러스트는 제작자가 포토샵으로 하나하나 그려 넣은 것으로, 이 게임만의 분위기를 도드라지게 구성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 Game 

이 게임이 더욱 독특한 것은, 게임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로 ‘진짜 단편 애니메이션’들을 제작한 것이다. 클래식하면서 다소 으스스한 느낌을 주는 단편 애니메이션들은 게임 속 세계관을 더욱 탄탄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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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ial Bendy Cartoon ‘Haunted Hijinx’ by theMeatley (Halloween Edition)

현재 챕터 5가 나와서 엔딩을 맞는 것 같았지만, 게임의 제작사에서 밴디와 관련된 콘텐츠를 계속해서 만들 예정이라고 하니, 기대해봐도 좋겠다.

 

3. 원샷(OneShot)

게임의 주인공 ‘니코’는 잠들었다 깨어보니 자신이 이상한 세계에 떨어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자신의 곁에 이상한 전구가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곧 이 전구가 그 세계의 태양과도 같은 존재였으며, 전구가 떨어져 나간 지금, 세계는 빛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니코는 이 전구를 전구 탑의 최상층에 원래대로 돌려놓으면 원래 자신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을 믿고, 전구탑을 향해 모험을 떠난다.

<원샷> 트레일러

게임은 ‘원샷’이라는 이름답게, 한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게끔 설계되어 있다. 게임 유저들에게 주어진 단 한 번의 기회. 1시간 30분 남짓 되는 시간 동안 유저들은 니코와 함께 모험을 해야 하며, 절체절명의 선택을 진행해야 한다. 귀여운 캐릭터와 아기자기한 배경들 속에는 심오한 의미들이 감추어져 있다. 이 세계의 비밀이 무엇인지, 니코는 누구인지, 니코가 돌아가야 할 진짜 세계는 어디인지에 대한 수많은 질문들을 안은 유저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미지 출처 – Adventure gamers 

죽으면 다시 플레이할 수 있고, 선택했던 질문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되돌릴 수 있었던 여타의 게임과는 달리 원 샷은 현실의 세상을 닮았다. 한번 시작한 삶과, 선택들은 다시 되돌릴 수 없고, 유저들과 니코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앞으로 나아가며 계속해서 선택하는 것밖에는 없다. 게임을 진행하는 모든 유저들의 건투를 빈다.

 

앞서 소개한 세 가지의 게임들은 모두 게임 플랫폼 스팀(steam)을 통해 구매, 플레이할 수 있다. 독특한 질감과 탄탄한 스토리로 무장한 인디 게임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메인 이미지 <원샷> 스틸컷

 

Writer

아쉽게도 디멘터나 삼각두, 팬텀이 없는 세상에 태어났지만 그 공백을 채울 이야기를 만들고 소개하며 살고 있습니다.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만들고, 으스스한 음악을 들으며, 여러 가지 마니악한 기획들을 작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