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대부분 좋은 것을 지난 추억에서 찾습니다. TV 드라마도 다르지 않습니다. 1990년대 드라마에는 드라마 팬들이 사랑했던 풋풋한 감성이 가득합니다. 추억과 향수를 머금은 드라마들을 만나볼 차례입니다. 역대 최고의 드라마가 전부 1990년대에 나왔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님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도슨의 청춘일기(Dawson's Creek)> 1998~2003

케이티 홈스, 제임스 밴 더 빅, 미셸 윌리엄스 등 걸출한 청춘스타들을 여럿 배출시킨 <도슨의 청춘일기>는, 주인공들이 고등학교 첫날부터 어엿한 직장인이 되기까지 이야기를 그립니다. 네 친구의 사랑과 우정은 무려 6시즌 동안 이어집니다. 어릴 때부터 줄곧 절친한 친구 사이였던 ‘조이’와 ‘도슨’ 사이 뉴욕에서 온 미모의 전학생 ‘젠’이 등장하면서 ‘조이’와 ‘도슨’ 사이에는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미묘한 기류가 흐르게 됩니다.

1990년대 후반 미국은 하이틴 영화, 드라마가 전성기를 누리던 시기입니다. 비슷한 주제와 스타일의 하이틴 영화, 드라마들이 이미 많았습니다. 하지만 <도슨의 청춘일기>는 그 중에서도 가장 트렌디한 드라마로서 학부모나 선생님, 즉 기성세대가 가장 경계했던 요주의 문제작이었습니다. 대화 내용이나 소재들이 자극적이고 부적절하다는 평이나, 10대 청소년들이 보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볼멘소리에도 불구하고, <도슨의 청춘 일기> 주인공이자 ‘페이시’ 역의 조슈아 잭슨은 1999년, 2000년 2년 연속 틴 초이스 어워드에서 남자 배우상을 수상하는 등 10대들에게 적극적인 지지를 얻었습니다. 특히 “<도슨의 청춘일기>를 보면서 페이시와 사랑에 빠지지 않은 소녀는 없을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페이시는 전 세계 소녀들의 첫사랑이었습니다. 숱한 젊은 배우들이 <도슨의 청춘일기>를 통해 얼굴 도장을 찍었고, 주연 배우들은 모두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도슨의 청춘일기>는 1990년대 10대 청소년들이 겪었을 법한 사건들을 사실적이고 진정성 있게 다루면서, 당시 미국 10대 청소년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고 공감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는 오늘날 90년대 향수를 자극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주연 배우들의 마치 실제 같은 자연스러운 케미는, 이 드라마가 성공하는 데 일등공신으로 꼽혔습니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조이가 페이시와 도슨 중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를 두고 심심치 않게 설전을 벌였을 정도입니다.

다시 모인 도슨과 친구들
* <도슨의 청춘일기>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전 시즌 감상 가능합니다.

 

<샐린저 하우스(Party of Five)> 1994-2000

‘90년대 드라마’ 하면 떠오르는 <프렌즈>, <엑스파일> 같은 드라마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샐린저 하우스>는 분명 기억할 만한 가치가 있는 드라마로 꼽힙니다. 2019년 현대적으로 각색된 리부트작이 방영을 앞두고 있는 것은 아무도 그러한 까닭. <샐린저 하우스>는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다섯 남매가 똘똘 뭉쳐 비극적인 가정사와 위기를 극복한다는 이야기이자, ‘감동적인 청소년 드라마’ 1순위로 꼽히는 작품입니다. 1996년 골든글로브 TV드라마 부문 작품상을 수상하며 평단과 대중들에게 뒤늦게 주목을 받게 된 이 드라마는 니브 캠벨, 제니퍼 러브 휴잇, 스콧 울프, 매튜 폭스 같은 청춘 스타들을 여럿 배출하기도 했습니다.

<샐린저 하우스>는 가족, 형제 간에 다룰 수 있는 문제들, 예컨대 암, 가정폭력, 알코올 중독 같은 실제 가정에서 일어날 법한 문제들을 해결해가는 진정성 있는 이야기로 공감을 끌어낸 바 있습니다. 주인공인 샐린저 가족 역시 완벽하지 않다는 것. 이와 같은 주제의식만으로도 이 드라마가 사랑받을 만한 이유는 충분했습니다. 오늘 날 제작되는 미국 드라마들의 경우 10편 중 9편이 <소프라노스>(1999-2007)로부터 영감을 받는다면, 나머지 1편은 <샐린저 하우스>로부터 영감을 받아 탄생된다고 볼 정도로 미국 틴 드라마 사에서 한 획을 그은 드라마로 평가받습니다.

<샐린저 하우스>가 낳은 최고의 스타는 바로 제니퍼 러브 휴잇입니다. 그는 1시즌에서 단 9회분만 출연할 예정이었으나, 이후 샐린저 가의 차남인 베일리 샐린저의 오랜 연인으로서 전 시즌에 걸쳐 100회 가까이 출연하고, 이후 스핀오프 주인공으로도 발탁될 만큼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 <샐린저 하우스>는 넷플릭스에서 전 시즌 감상 가능합니다.

 

<풀하우스(Full House)> 1987-1995

21세기에 <모던패밀리>가 있다면 1990년대에는 <풀하우스>가 있습니다. <풀하우스>는 이 시기를 대표하는 시트콤 중 하나로, 싱글 대디 ‘대니’가 처남 ‘제스’, 친구 ‘조이’와 힘을 합쳐 어린 세 딸들을 키운다는 좌충우돌 육아 코미디입니다. 대니의 사랑스러운 세 딸은 <풀하우스>에 성장과정을 오롯이 담아내며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다정다감한 엘비스 덕후 제스 삼촌은 90년대 첫사랑의 아이콘이었고, 귀여운 외모로 큰 사랑을 받았던 대니의 막내딸 ‘미셸’은 국민여동생이었습니다. 개성 강한 캐릭터 면면은 <풀하우스>의 자랑이었습니다. 하지만 <풀하우스>가 성공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역할을 했던 부분은 아무래도 매 에피소드가 교훈으로 마무리되는 점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이 드라마는 당시 초보 부모들의 육아지침서로 역할을 했을 만큼 교육적이었으며, 어떤 문제라도 대화와 사랑으로 풀 수 없는 문제는 없다고 말하는 건전함을 통해, 남녀노소 성별 불문 사랑받았습니다.

2016년, 종영된 지 20여 년 만에 넷플릭스를 통해 후속편 <풀러 하우스(Fuller House)>가 공개되기도 했지만, 이 작품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 결과물로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그래도 오리지널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데에는 성공해 <풀러 하우스>는 최근 시즌5를 확정하기도 했습니다.

* <풀하우스>는 넷플릭스에서 전 시즌 감상 가능합니다.

 

<사인필드(Seinfeld)> 1989-1998

<사인필드>는 1990년대 시트콤 신드롬 중심에 있었던 드라마입니다. 무려 9년간 방영될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아, 그 인기는 <프렌즈>와 양대산맥을 이루었지만 성격은 확연하게 달랐습니다. <사인필드>는 자타공인 미국 최고의 코미디언 제리 사인필드와 전설적인 코미디언 출신의 감독 래리 데이비드에 의해 탄생했습니다.

작품은 기본적으로 제리 사인필드가 자신의 삶 자체를 무대로 연기를 하고, 친구 사이인 개성 강한 네 사람의 소소한 일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 덕분일까, 주연 배우 네 사람의 케미는 20년이 흐른 지금도 회자할 정도. “위대한 밴드로 ‘비틀즈’를 꼽을 수 있다면 위대한 시트콤은 <프렌즈>가 아니라 <사인필드>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평론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던 시트콤이었습니다. 지난 2015년 미국 작가 협회에서 꼽은 ‘역대 최고의 미국드라마’ 2위에 오르는 등 각본의 기발함, 완성도는 오늘날 많은 시트콤과 코미디에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래리 데이비드가 각본을 쓰는 데 있어서 꼭 지켰던 규칙은 단 하나, ‘No Learning, No Hugging’. 당시 시트콤 분야에 팽배했던 교훈적이고 감성적인 분위기를 지양하고, 오롯이 음에 충실하고자 했다고 합니다. <사인필드>를 보면 인물 간 대화는 때로는 산으로 가고 종국에는 이야기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 어떻게 끝날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뜻밖의 재미를 안겼으며, 스탠드업 코미디언인 제리 사인필드의 익살스러운 스탠드업 공연이 중간중간 삽입되어 드러낸 현장감 역시 <사인필드>가 9년간 꾸준하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 <사인필드>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전 시즌 감상 가능합니다.

 

메인 이미지 출처 – RTE Pla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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