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See What’s Next: Asia’의 기치를 내걸고 국내에서 제작한 첫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이 지난 1월 25일 세계 190여 개 국에서 여섯 편으로 구성된 첫 시즌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오픈했다. 드라마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와 영화 <터널>의 김성훈 감독이 손을 잡고 국내 첫 사극 좀비 드라마를 기획했다. 원래 막대한 제작비와 표현상의 제약 때문에 국내 지상파 3사 입성을 포기하고, 대신 한국, 일본, 태국, 인도, 대만 등지의 현지 제작을 추진하던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드라마로 편입되었다.

넷플릭스의 <See What’s Next: Asia> 행사 영상

국내 좀비 영화는 <부산행>(2016)의 성공과 <창궐>(2018)의 흥행 실패로 극과 극의 결과를 보였다. 현대판 좀비 영화 <부산행>은 730만 관객을 동원하였으나, 사극으로 분장한 <창궐>은 170억 원의 막대한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160만 관객에 불과한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1년 만에 드라마 형식으로 좀비 사극에 도전했다. 김은희 작가의 웹툰 <버닝 헬 신의 나라>를 바탕으로 회당 제작비 20억 원의 초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영화와는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해외 반응은 어떤지 알아보았다.

드라마 <킹덤> 국내 예고편

 

‘배고픔’과 달리는 좀비

드라마의 키워드는 작가가 밝혔듯 ‘배고픔’이다. 권력자들은 권력에 배고파하고, 민중들은 먹을 것에 배고파한다. 이들이 좀비로 변하고 나서는 인육에 배고파한다. 영화 <월드워 Z>에서 보았듯 좀비가 뛰는지 걷는지가 좀비 영화의 성격을 좌우한다. <킹덤>의 좀비는 빠른 속도로 달리고, 이들에게서 도망치는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더 빨리 달린다. 이에 따라 드라마에는 아드레날린이 샘솟는 추격전이 벌어지고, 스토리 전개는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덕분에 대부분 시청자들은 첫 시즌 여섯 편을 끊지 않고 몰입감 있게 시청할 수 있다.

드라마 <킹덤> 해외 예고편

 

화려한 시네마토그래피

<킹덤>에 대한 해외 언론들의 초기 반응은 대부분 긍정적이며 드라마의 촬영에 대한 호평이 주를 이룬다. 조선 시대라는 배경 설정에 맞게 화려한 왕궁의 생활양식과 척박한 민중의 삶이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한반도의 아름다운 강산과 황량한 들판이 스크린을 가득 메운다. 카메라는 다양한 각도에서 무사들의 칼싸움과 좀비들의 습격을 담아내어 긴장감을 높였고, 조선 시대의 복식이나 좀비 분장, 그리고 당시의 생활 소품에 대해서도 상당히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 실제로 현장의 미술 스태프 중의 한 사람이 촬영 중 쓰러져 사망한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킹덤>의 오프닝 시퀀스

 

캐스팅과 연기력 논란

미국의 온라인 매체 CNET은 “좀비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꼭 봐야 한다”며 후한 평가를 내렸지만, 몇 가지 아픈 곳도 집어냈다. 주지훈이 연기한 세자가 회가 거듭될수록 단단한 캐릭터로 성장해 나가는 점은 좋았으나, 악역을 맡은 영의정(류승룡 분)의 동기가 미약하다는 점, 그리고 <클라우드 아틀라스>, <센스 8>에의 출연으로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배두나의 역할이 두드러지지 않아, 재능을 낭비했다는 지적을 덧붙였다. 처음 사극에 출연한 배두나의 다소 어색한 사극 연기와 중전을 연기한 김혜원의 연기력에 대한 논란이 국내 인터넷을 중심으로 일고 있다.

<킹덤> 제작발표회에서의 배두나

 

당초 <킹덤>은 총 8회분으로 제작할 계획이었으나, 넷플릭스의 요청으로 두 시즌으로 분리하여 제작하기로 했다. 첫 시즌은 6편으로 제작되었고, 두 번째 시즌은 2월부터 다시 촬영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넷플릭스의 최초 국내 드라마로 선보일 계획이었던 <좋아하면 울리는>(영어 제목: Love Alarm)은 2019년 중으로 서비스 일정이 연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