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에반스가 대학원에서 작곡을 공부하였고 꽤 많은 재즈 오리지널을 남긴 작곡가라는 사실은 그의 연주가로서의 인기에 비하면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의 독창적이고 세밀한 즉흥연주 스타일에 비추어 그의 오리지널 역시 비슷할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가 작곡한 재즈 오리지널은 약 60여 곡으로 알려졌는데, 그중 그의 음악 인생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갖는, 그래서 꼭 들어 보아야 할 10곡을 뽑았다(마일스 데이비스와의 작곡 논란이 있는 ‘Blue in Green’은 제외하였다. 참고링크).

 

<You Must Believe in Spring>(1977) ‘B Minor Waltz’

Bill Evans 'B Minor Waltz (for Elaine)'

아름답고 슬픈 선율의 이 곡에는 ’For Elaine’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에반스의 오랜 친구이자 연인으로 뉴욕 지하철에 몸을 던진 엘레인을 위한 곡이다. 이 앨범에는 스스로 생을 마감한 형을 위한 ‘We Will Meet Again’(for Harry)도 수록되어 있어 당시 그의 괴로움과 번민을 느낄 수 있다.

 

<New Conversations>(1978) ‘Remembering the Rain’

Bill Evans 'Remembering the Rain'

에반스가 솔로 피아노 형식으로 출반한 일곱 장의 음반 중 제목에 ‘Conversation’이 붙는 세 장에는 오버더빙(Overdubbing)한 곡들이 수록되어 있다. <New Conversations>은 이중 가장 마지막 음반으로, 유일하게 어쿠스틱 피아노에 펜더로즈 전자피아노 연주를 더빙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 대표곡이 바로 ‘Remembering the Rain’이다.

 

<New Conversations>(1978) ‘Song for Helen’

Bill Evans 'Song for Helen'

1963년부터 에반스가 사망할 때까지 17년간 그의 매니저와 음반 프로듀서를 맡으며 진심으로 그를 보살핀 헬렌 킨(Helen Keane)에게 감사를 표한 곡이다. 이 곡 외에도 ‘One for Helen’(1966)도 있어 그에 대한 신뢰를 엿볼 수 있다.

 

<We Will Meet Again>(1979) ‘We Will Meet Again’

Bill Evans 'We Will Meet Again'

에반스의 생전에 출반된 마지막 앨범이다. 지병을 앓던 형 해리(Harry)가 자살을 택하자 형을 그리워하며 그에게 바치는 헌정 앨범을 발매했다. 동명의 트랙은 에반스 사후의 1981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재즈 연주상을 받았다.

 

<We Will Meet Again>(1979) ‘Laurie’

Bill Evans 'Laurie'

에반스의 마지막 연인 Laurie Verchomin을 위해 만든 곡. 캐나다 애드먼턴에서 처음 만나 28년이란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로맨틱한 관계로 발전했고, 그녀는 에반스의 건강을 되돌리려고 했으나 이미 늦은 상태였다. 에반스 사후에 그녀는 <The Big Love: Life & Death with Bill Evans>라는 자서전을 출간했다.

Laurie Verchomin의 자서전 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