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에반스가 대학원에서 작곡을 공부하였고 꽤 많은 재즈 오리지널을 남긴 작곡가라는 사실은 그의 연주가로서의 인기에 비하면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의 독창적이고 세밀한 즉흥연주 스타일에 비추어 그의 오리지널 역시 비슷할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가 작곡한 재즈 오리지널은 약 60여 곡으로 알려졌는데, 그중 그의 음악 인생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갖는, 그래서 꼭 들어 보아야 할 10곡을 뽑았다(마일스 데이비스와의 작곡 논란이 있는 ‘Blue in Green’은 제외하였다. 참고링크).

 

<New Jazz Conceptions>(1957) ‘Waltz for Debby’ Live

Bill Evans Trio 'Waltz for Debby'

리버사이드(Riverside) 레이블을 창설한 재즈 프로듀서 오린 킵뉴스(Orrin Keepnews)가 마일스 데이비스의 피아니스트였던 에반스의 연주를 듣고 그에게 음반을 낼 것을 권유했다. 이에 따라 에반스는 27세의 나이에 자신의 이름으로 첫 앨범을 출반했는데, 여기에 가장 많이 알려진 그의 오리지널 ‘Waltz for Debby’가 수록되어 있다. Debby는 에반스의 어린 조카의 이름이다.

 

<New Jazz Conception>(1957) ‘Five’

Bill Evans 'Five'(1956)

같은 앨범에 수록된 에반스 오리지널 중 하나로 한동안 그의 연주 목록에서 빠지지 않은 시그니처 송이었다. 음반 제목이 시사하듯, 버드 파웰의 영향을 받은 당시 재즈 피아니스트들의 연주와는 확실히 다르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첫해에 8백 장을 팔아 상업적으로는 저조한 판매율을 기록했다.

 

<Portrait in Jazz>(1960) ‘Peri’s Scope’

Bill Evans Trio 'Peri's Scope'

마일스 데이비스의 피아니스트로 재즈 신에 등장한 에반스가 자신의 이름을 확고히 새긴 명반으로, 스콧 라파로와 폴 모티언으로 구성된 빌 에반스 클래식 트리오의 첫 앨범에 수록된 곡이다. 에반스가 1950년대 후반 로맨틱한 관계를 가진 첫 여자친구 페리 커즌스(Peri Cousins)를 위한 곡인데, 잠망경(Periscope)이란 단어에서 유추했다.

 

<Bill Evans at Town Hall>(1966) ‘Turn Out the Stars’

Bill Evans 'Turn Out the Stars'

1966년의 타운홀 콘서트에서 처음으로 소개한 오리지널로, 당시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바치는 곡이다. 이후 그가 자주 연주한 레퍼토리가 되었고, 짐 홀과의 듀엣 음반 <Intermodulation>(1966)에 삽입된 버전이 유명하다.

 

<The Bill Evans Album>(1971) ‘Two Lonely People’

Bill Evans 'The Two Lonely People'

이 곡은 스탄 게츠와의 콜라보 앨범 <But Beautiful>(1974)에 다시 등장하였고, 브로드웨이 작곡가 캐롤 홀(Carol Hall)이 가사를 써서 토니 베넷과의 듀오 앨범 <Together Again>(1977)에서 노래로 부른 곡이다. 평론가로부터 “대단한 앙상블”이란 찬사를 받았다.

1961년의 빌 에반스 트리오(왼쪽부터 스콧 라파로, 빌 에반스, 폴 모티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