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OECD 최하위권으로 떨어져 0.96~0.97 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일각에서는 확산하는 비혼주의와 원 나이트 스탠드 문화가 결혼과 출산을 가로막는 비경제적 핵심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역대 최저 출산율과 혼인율에는 취업난 등 경제적 요인 못지않게 문화적 요인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어떻게 옹호해도 결국 지난 실패한 연애와 경제적 부담에 지친 2030 청년 세대들은 더이상 ‘소울메이트’를 운운하며 지긋지긋한 만남을 이어가기보다 단순하고 즐겁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더 클지 모른다. 현대인들 사이에 직설적이고 신속한 만남을 주선하는 데이팅 앱이 떠오르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연애, 섹스 이전에 ‘스와이프의 스포츠’로 떠오르는 ‘틴더’는 전 세계의 1일 스와이프 횟수만 해도 이미 10억 건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분명 욕망을 부추기는 새벽의 짓궂은 스포츠를 감행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바로 ‘외로움’이다. 소위 말하는 시간과 감정을 열정적으로 쏟던 ‘고전’ 로맨스에 지쳤기 때문이다. 아래 진정한 로맨스와 사랑의 본질을 다루는 영화 속 두 시인들이 있다. 그들의 각기 다른 사랑의 온도를 느껴보자.

 

짐 자무쉬 <패터슨>
내면이 잔잔하고 평온한 사랑, 지루함을 죄악시하는 현대 사회를 돌아보게 하다

미국 뉴저지주의 소도시 패터슨에 사는 버스 운전사, ‘패터슨’의 별일 없는 일주일을 담은 영화다. 휴대전화 한 대도 소유하려 들지 않는 패터슨은 일을 마치면 아내와 저녁을 먹고 애완견 마빈을 산책시키며 동네 작은 바에 들러 맥주 한 잔을 마시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일상의 기록들을 틈틈이 그의 비밀 노트에 시로 써 내려 간다.

그에게는 컵케익 가게 사장과 컨츄리 가수를 꿈꾸며 비싼 기타를 사고 싶어 하는 천진난만하고 사랑스러운 아내가 있다. 자신이 쓰는 시에 감동하고 시집을 내보라고 용기를 주는 아내와의 일상이 패터슨에게는 곧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다. 패터슨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을 추구한다. 그렇다고 그가 소확행’밖에’ 추구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는 잔잔하고 평온한 일상과 사랑을 통해 내면의 행복감을 일궈 나가고자 한다. 그의 소중한 비밀 노트가 애완견 마빈으로 인해 갈기갈기 찢겨도 그는 절망하지 않는다. 다시 새로 시작하면 된다고 용기와 희망을 심어 주는 사랑스러운 아내와 평화로운 일상이 있기 때문이다.

 

닐 암필드 <캔디>
미치도록 뜨겁게 타오르는 사랑, 고통은 길고 희망은 짧을지라도 젊기에 재기한다

히스 레저의 유작으로 알려진 <캔디>에서 자칭 시인이라 일컫는 ‘댄’은 ‘캔디’와 사랑에 빠진다. 그녀와 영혼까지 공유하는 댄은 일명 ‘캔디’(Heroine)를 통해 ‘천국’이자 ‘땅’이자 ‘지옥’을 오간다. 천국을 경험한 댄과 캔디에게 사랑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닥치고, 두 사람이 느끼는 고통은 커져간다. 현실과 벽을 쌓으려 몸부림치던 그들은 결국 환멸이라는 방아쇠를 당기지만 그래도 ‘살아간다’.

댄과 캔디는 철저히 현재에 충실하자는 명목으로 쾌락과 순간의 행복을 쫓는다. 물론 마약에 찌든 그들의 선택이 옳지 않다. 영화 속 댄은 이렇게 말한다. “미래는 희미했지만 현재는 좋았습니다. 그녀의 인생을 망치려는 게 아니라 내 인생을 좋게 했을 뿐이죠.” 그들의 사랑은 잘못되지 않았다. 비록 댄과 캔디의 관계는 환멸이라는 방아쇠를 당기며 엔딩을 맞이하지만 그들은 각자 다시 일어나며 성장한다. 혹독하고 아름다운 성장통을 겪고 난 후 삶은 단련된다. 이는 더 깊은 사랑을 하기 위한 과정일 것이다. 마치 댄이 이별 후 재회한 캔디를 뜨거운 눈물과 함께 보낼 수 있는 것처럼.

 

참고 사이트 <moneys>
메인 이미지 ⓒ Raphaëlle Martin , Via bak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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