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멕시코계 미국인 감독 피델 루이즈-힐리(Fidel Ruiz-Healy). 그가 2016년 발표한 단편 <밴드 오브 씨프>(A Band of Thieves)는 여러모로 웨스 앤더슨의 <문라이즈 킹덤>(2012)을 연상시킨다.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어린 소녀, 소년의 가출 이야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주인공 소녀 ‘로지’의 돌발적인 행동들. 정갈한 화면과 소품. 그리고 선명한 노란빛 털옷 위로 빠져나온 흰 깃이 인상적인 로지의 복장까지. 다만 <문라이즈 킹덤>이 나름 여러 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소녀, 소년의 첫사랑을 주로 그렸다면 <밴드 오브 씨프>는 두 인물의 단순한 범죄 활극이 이야기의 핵심을 이룬다.

지루함에 몸부림치다가 위험한 장난으로 동생을 실명 위기에 빠뜨릴 뻔한 로지. 엄마가 그런 그를 별거 중인 아빠에게 보낼 것이라고 선언하자 로지는 가출한다. 그는 과거 자신에게 러브레터를 썼던 연하 친구 ‘라이언’을 찾아가 라이언 아빠의 총을 훔치고, 두 사람은 총을 이용해 동네 이곳저곳을 강탈하는 모험을 펼치는데….

<밴드 오브 씨프>의 이야기는 두 주인공의 모험이 단지 어린 소녀, 소년 버전으로 바뀐 것일 뿐 전형적인 범죄 활극의 구조를 띤다. 그와 함께 웨스 앤더슨식 각본, 연출 미학과 작품 시대 배경과 맞지 않는 다소 엉뚱한 서부극의 요소들이 어우러져 이 영화만의 귀엽고 감각적인 스타일을 완성한다.

감독 피델 루이즈-힐리는 이 작품으로 ‘판타지아페스트 2015’를 비롯해 15개가 넘는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했다. 현재 뉴욕 브루클린, 텍사스 샌안토니오를 오가며 작품 활동 중인 그는 2017년 ‘샌안토니오 커런트(The San Antonio Current)’가 지명하는 ‘샌안토니오 최고의 영화감독’에 선정되기도 했다. 거장의 자취를 따라가는 그의 작품리스트를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자.

 

피델 루이즈-힐리 홈페이지

 

Editor

정병욱 페이스북
정병욱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