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엇이 뜨고 지는지 유행을 다 알기는 어렵지만, 어느 때보다 추운 지금의 계절에 가장 '뜨거운' 커피라면, '비엔나커피'를 꼽고 싶다. 뜨거운 아메리카노 위에 차갑고 새하얀 휘핑크림을 얹어 만든 모양이 꼭 소복이 쌓인 눈 같아 겨울에 더 어울리지만, 무엇보다 달콤한 크림과 커피가 오묘하게 섞여 입 안으로 전해지는 달콤 쌉싸래한 맛은 추위로 언 몸에 감미로운 활력을 주기 충분하다.

한편, 한 번도 마셔본 적 없다면 그 맛을 단번에 상상하기 어려운 이름을 지닌 비엔나커피는 정말 빈(Vienna)에서 왔다. 유럽에 커피의 인기가 퍼지기 시작하던 17세기경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의 사람들도 커피를 즐겨 마셨는데, 그중 마부들이 한 손으로는 말고삐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 들고 마시기 위해 커피에 설탕과 크림을 함께 얹어 먹던 것이 바로 비엔나커피의 시초다. 그러나 정작 비엔나에는 비엔나커피가 없다는 말이 있듯, 현지에서는 ‘한 마리 말이 끄는 마차’라는 뜻의 ‘아인슈페너(Einspanner)’라 부른다. 그렇다면 우리가 찾는 ‘비엔나커피’는 어디에 있을까. 유행에 힘입어 너도나도 찾는 커피가 되었다 한들 막상 아무 데서나 파는 것도 아니다. 오스트리아행 티켓을 끊어야 하는 걸까? 다행히도 우리는 서울 시내에서 훌륭한 비엔나커피를 즐길 수 있다.

 

#종각 #반쥴

1974년 종로에서 레스토랑으로 시작한 카페 반쥴은 오래된 전통과 분위기를 자랑하는 명소다. 특히 작년 겨울 방영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통해 1980년대 유행했던 비엔나커피가 다시금 떠오르면서 드라마 촬영지였던 반쥴에 사람들의 발길이 더욱 늘었다. 공정무역을 통한 유기농 차가 대표 메뉴지만, 인기 메뉴는 역시 비엔나커피다. 커피 위에 올려진 크림은 부드러우면서도 커피를 다 마실 때까지 남아 있을 만큼 쫀쫀한 질감을 유지한다. 스푼으로 떠먹어도 좋지만, 커피잔을 기울여 차가운 크림과 커피를 같이 마셔야 비엔나커피의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카페 한쪽 벽면을 가득 장식한 200여 종의 커피 그라인더가 빚어내는 풍경은 커피 못지않게 인기다. 독특한 분위기를 맘껏 즐기며 마시다 보면 비엔나커피는 더욱 달콤해진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삼일대로17길 23, 3층
전화 02-735-5437
영업시간 월~토 11:00~23:00, 일 12:00~22:00
메뉴 비엔나커피 6,500원, 아메리카노, 유기농 허브티 등
홈페이지 www.banjul.co.kr

 

#대학로 #학림다방

세월을 온전히 간직한 옛날식 다방에서 맛보는 비엔나식 커피는 어떤 맛일까. 1956년 개업해 반세기를 넘긴 학림다방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메뉴가 바로 비엔나커피다. 1987년 학림다방을 인수해 현재까지 운영 중인 이충렬 사장이 직접 로스팅한 원두로 내린 커피의 맛과 향은 세월이 흘러도 그대로다. 우유를 섞어 더욱 부드러워진 커피 위에 쫀득하게 쳐낸 식물성 크림을 아기자기한 꽃봉오리 모양으로 올린 학림다방의 비엔나커피는 보기만 해도 정겨운 잔에 담겨 나온다. 게다가 모두에게 익숙할 만한 특유의 달달한 맛은 그때 그 시절 유행하던 비엔나커피의 향수를 더욱 불러일으킨다. 서울에서 전통과 인기를 동시에 쌓고 있는 우리네 비엔나커피를 고즈넉한 옛 정취와 함께 들이켜보자.

주소 서울시 종로구 대학로 119
전화 02-742-2877
영업시간 매일 10:00~23:00
메뉴 비엔나커피 6,000원, 다양한 커피, 차, 케이크 등
홈페이지 hakrim.pe.kr

 

#사직동 #커피스트

광화문 중심을 살짝 벗어나 한적한 골목을 따라가면 성곡미술관 바로 맞은편에 조용히 자리잡은 커피스트를 만날 수 있다. 여유로운 주변과 달리, 이미 서울 3대 커피라 꼽히며 입소문 난 이곳엔 늘 많은 이들이 찾아온다. 자리를 가득 메운 손님만큼이나 공간을 빼곡히 채운 각종 커피 기구와 여러 종류의 원두로부터 커피를 향한 주인장의 애정이 느껴질 때쯤 자연스레 커피 맛에 대한 기대가 따라온다. 그리고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비엔나커피를 맛볼 수 있다. 핸드드립으로 내린 커피 위에 꾸밈없이 정갈하게 올린 생크림은 커피와 적당히 섞일 정도로 부드럽다. 커피 맛은 다소 산미가 강하지만 살짝 녹아 몽글몽글해진 생크림을 같이 마시면 쓴 맛에 약한 사람도 거부감없이 마실 수 있다. 물론 깊은 원두 맛을 탐닉하려는 커피 마니아들에게 커피스트의 비엔나커피는 더없이 쓰고 달콤해서 좋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경희궁길 39
전화 02-725-5557
영업시간 월~토 10:00~23:00, 일 12:00~22:00
메뉴 비엔나커피 6,500원, 다양한 핸드드립 커피, 에스프레소 등
홈페이지 coffeest.com

 

#망원동 #커피가게 동경

망원동에서 제대로 된 비엔나커피를 맛보아야 한다면 커피가게 동경에서 기다리는 수고를 들여보자. 여전히 줄어들 기미 없는 대기줄은 그 인기가 변함없이 훌륭한 커피 맛에 기반한 것임을 증명하고 있다. 정석대로 아인슈페너라 부르는 이곳의 비엔나커피는 먼저 직접 볶은 원두를 동경식 핸드드립으로 정성껏 내리는 것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어서 주문과 동시에 동물성 크림과 식물성 크림을 섞어 만든 휘핑 크림을 도톰하게 올려내면, 소위 ‘인생 커피’라 불리는 그 아인슈페너가 완성된다. 촉촉하고 밀도 높은 크림과 함께 입으로 들어오는 커피 맛은 기다리는 이와 만드는 이의 수고를 아깝지 않게 만들고 만다. 힘들게 기다린 김에 한 잔 더 마실 수 있다면, 달달한 모카와 아몬드 향이 매력적인 아몬드모카자바도 추천한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망원로6길 21
전화 070-4845-0619
영업시간 매일 13:00~22:00, 월,일 휴무
메뉴 아인슈페너 5,000원, 다양한 핸드드립, 블렌드 커피

 

#동교동 #밀로 커피 로스터스

오랜 경력의 바리스타가 10년 넘게 운영해온 밀로 커피 로스터스 역시 직접 원두를 볶아 커피를 내려 깊은 맛을 자랑한다. 홍대에서는 이미 유명해진 이곳의 비엔나커피는 독특하게 ‘몽블랑’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말 그대로 새하얀 크림이 뒤덮은 모양이 꼭 몽블랑 설원 같아서 붙인 이름이다. 밀로 커피 로스터스는 스페셜티 커피를 내세우는 만큼 비엔나커피의 원두에도 각별히 신경을 쓴다. 비엔나커피에 맞춰 배합한 블랜딩 원두를 진하게 내린 아메리카노 위에 손수 만든 쫀쫀한 생크림을 올린다. 커피를 살짝 덮은 듯 과하지 않은 양의 크림은 오히려 쌉싸래한 커피 맛을 해치지 않아서 좋다. 크림과 함께 진한 커피 맛을 더 길게 음미하고 싶다면 동교동에서 알프스 산맥의 최고봉, 아니 비엔나커피 중 으뜸인 몽블랑을 찾아가보자. 

주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동 170-32
전화 02-554-3916
영업시간 매일 12:00~22:00
메뉴 몽블랑 6,500원, 다양한 핸드드립, 블렌드 커피
홈페이지 www.facebook.com/millocoffeeroasters/  

 

(메인이미지- 학림다방 홈페이지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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