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Between the Sheets’를 검색하면, 먼저 칵테일의 한 종류로 나온다. 브랜디, 큐라소, 럼을 1/3씩 섞어 레몬과 함께 먹는, 널리 퍼진 칵테일이다. 원래 의미는 ‘이불 사이에서’ 또는 ‘잠자리에 들다’ 같은 에로틱한 단어로 연인 사이에 은어처럼 쓰이는 말이다.

R&B 그룹 아이슬리 브라더즈(Isley Brothers)는 1983년 라이벌 가수인 마빈 게이(Marvin Gaye)의 히트곡 ‘Sexual Healing’의 인기에 대응하기 위해 더 야릇한 앨범 제목을 사용했다. US R&B 차트 정상에 오른 <Between the Sheets> 앨범에 수록한 동명의 싱글을 들어보자. 가사 또한 매우 로맨틱한 내용을 담고 있다.

Isley Brothers 'Between the Sheets'

당시 US R&B 차트 3위에 오른 이 곡은, 심플하고 중독성 있는 비트로 지금까지 다른 가수들이 가장 많이 샘플링한 곡으로 유명하다. 10년 후인 1993년엔 정상의 재즈 아티스트 4명이 결성한 퓨전재즈 그룹 포플레이(Four Play)가 인기 R&B 가수 차카 칸(Chaka Kahn)을 초빙해 스무드 재즈(Smooth Jazz)곡으로 만들었다. 피아니스트 밥 제임스(Bob James), 기타리스트 리 릿나우어(Lee Ritenour)가 결성한 슈퍼 재즈그룹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포플레이 버전을 들어보자. 코러스에 Earth, Wind & Fire의 보컬리스트 필립 베일리(Philip Bailey)도 보인다.

포플레이 'Between the Sheets' MV

이듬해 이 노래는 당시 돌풍을 일으키던 뉴욕의 래퍼 노토리어스 비아이지(Notorious B.I.G.)의 데뷔 앨범 <Ready to Die>의 두 번째 싱글 ‘Big Poppa’에 샘플링되었다. 이 앨범으로 그는 그래미어워드 최고 랩솔로상을 거머쥐었으며 ‘East Coast Style 힙합’의 명반이 되었다. 뉴욕 뒷골목의 가난한 갱스터에서 일약 최고의 힙합 스타로 부상하지만, 한때 친구였던 서부 지역의 최고 인기 래퍼 투팍(Tupac)과의 분쟁에 휘말렸고, 3년 후 L.A.에서 피습당해 사망하였다.

노토리어스 비아이지 'Big Poppa'

이들 외에도 아이슬리 브라더스의 오리지널은 지금까지 1백여 곡 넘게 샘플링되었다. 아마 오리지널 곡에서 나온 수입보다 샘플링 허용을 통한 저작권료 합의금이 훨씬 많을 것이다. 그중 그웬 스테파니(Gwen Stefani)의 2004년 발표곡 ‘Luxurious’를 들어보자. 그의 데뷔 앨범 <Love. Angel, Music. Baby>에 수록한 곡 중 다섯 번째 싱글이다.

그웬 스테파니 'Luxurious'

대중음악 레코딩의 역사가 어느새 백 년여 지나면서 새로운 멜로디와 리듬을 창작하기란 갈수록 어려운 일이다. 어떤 곡을 새롭게 작곡해도 과거의 어느 곡과 비슷하지는 않을까 하는 창작자의 고민이 많을 듯하다. 아이슬리 브라더스의 ‘Between the Sheets’를 샘플링한 125곡은 아래 사이트에서 모두 들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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