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칭(Li Qing)은 1981년생으로 항저우에서 나고 자랐고, 중국 예술원 유화과에서 학사와 석사과정을 마치고 2012년 졸업했다. 곧바로 같은 해 중국 예술원에서 교편을 잡기도 했으며 2005년도부터 현재까지 해마다 개인전과 단체전을 오가며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유화를 전공했지만 사진과 비디오, 설치 작업도 한다. 그토록 독창적이고 신선한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도 이렇게 다양한 표현방식을 다뤄왔기에 가능해 보인다. 전시가 열렸던 나라도 다양하다. 홍콩, 일본, 독일, 스페인, 인도네시아, 미국, 이탈리아, 브라질, 영국 등…. 도대체 무엇이 국경을 넘어서까지 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을까?

그에게는 애초에 회화 미술의 한계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보인다. 초기 작품부터 과감하고 흥미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았던 까닭이다. 예술에 대한 기존의 접근 방식을 무너트리는 것에 매료된 듯, 그의 작품에는 살짝 비틀린 그만의 위트와 표현이 담겨있다. 아래는 그중 하나인 틀린 그림 찾기 게임에서 착안한 유화 시리즈다. 리 칭은 미묘하게 다른 두 작품을 관객이 단순한 그림으로 보지 않고 다른 부분을 찾는 하나의 게임으로 인식하도록 유도한다. 그림의 해석 자체를 바꿔버리는 셈이다.

Find the Difference ©Li Qing

이렇듯 리 칭은 관객들에게 그림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Window’ 시리즈(2013-) 또한 창문을 통해 보이는 세계에 대해 한 번 더 해석의 여지를 주는 작품이다. 제작 방식은 우선 목재로 창틀을 만든 후, 바래고 낡은 느낌으로 이를 다듬는다. 뒷배경은 건물이 있을 법한 위치와 그곳에서 보이는 구도를 유화로 그려낸다. 오래되어 더 이상 아무도 찾지 않는 것, 흔해서 눈 여겨 보지 않는 것, 존재감이 사라져 그냥 지나치게 되는 것 등…. 그는 잊히고 사라진 풍경을 멈춰 놓고서 우리에게 다시 질문을 던진다.

밖과 안이 통하는 매개체인 동시에 아주 사적인 공간의 한 부분인 창문은 그렇게 제 역할을 다한다. 때문에 그의 창문 시리즈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지극히 일상적이면서도 그 속에 밀착된 감정을 갖게 만들며 세월 속에 밀려난 장면들을 상기시킨다.

©Li Qing

식민지 시절의 홍콩 거리를 담은 창문 시리즈도 인상적이다. 리 칭은 여기에 외부인의 시점으로 약간의 환상과 그리운 정서를 불어넣었다. 결국 그가 그리고자 한 것은 창문 너머의 구태의연한 풍경이 아닌 관객들이 저마다 떠올리는 옛날 홍콩의 이미지, 그러니까 아득한 어느 날의 기억일 것이다. 홍콩 영화를 본 사람은 안다. 그 시절을 집적 겪지 않고도 느껴지는 향수 같은 것. 그 또한 자신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그리움의 한 부분을 창문에 투영했다고 이야기한다.

©Li Qing

리 칭의 창문은 단순한 그리움을 넘어서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대화의 창이기도 하다. 그리운 것이 현재에 있지 못하고 그의 창문 속에 존재하게 된 건 우리가 내버렸기 때문이고, 공존이라는 방법을 선택하지 못한 건 개개인의 삶이 사사로움으로 치부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가족의 따듯한 식사가 만들어지는 주방, 몽상하는 누군가 맴돌던 거실의 창, 고향을 그리워하는 이름 모를 이의 침실 밖 풍경이었을지도 모를 그 시간들이 아직 리 칭의 창에는 있다.

리 칭의 인스타그램을 방문하면 그의 작업 과정과 전시설치 현장을 엿볼 수 있다.

 

리 칭 인스타그램

 

Writer

그림으로 숨 쉬고 맛있는 음악을 찾아 먹는 디자이너입니다. 작품보다 액자, 메인보다 B컷, 본편보다는 메이킹 필름에 열광합니다. 환호 섞인 풍경을 좋아해 항상 공연장 마지막 열에 서며, 동경하는 것들에게서 받는 주체 못 할 무언가를 환기하기 위해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