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결(Sunkyeol)은 한국 인디 음악에서 슈게이징, 포스트 록 같은 장르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밴드다. 하지만 으레 포스트 록이 표현하는 진공관이 끓어오르는 듯한 지글지글한 소리 대신, 악기와 사운드를 겹겹이 쌓은 소리로 목가적이면서 신비한 분위기를 풍긴다. 세월이 흘러도 유행을 타지 않는 음악이란 이런 것일지 모른다.

선결은 리더이자 송라이터인 김경모(기타/보컬)가 조용훈(베이스), 조인철(드럼), 이혜지(첼로/키보드), 조홀릭(기타)를 이끌고 오인조로 활동하는 밴드다. 김경모는 앞서 이스페셜리 웬(Especially When)이라는 이름으로 앨범 <Evening Air>(2003)와 <Great Depression>(2004)을 발표하기도 했다. 2005년경에는 조홀릭과 영국 런던에 머무르며 노래를 만들었고, 그곳에서 작업한 곡을 묶어 선결이라는 이름으로 첫 번째 EP <EP>(2010)를 발표했다. 2015년 발표한 정규 앨범 <급진은 상대적 개념>은 큰 소매점을 거치지 않았는데도 발매 한 달 만에 1,000장 가까이 팔렸다. ‘우리의 연애는 과대평가되어있어', ‘우리는 군중이고 하인이어라’, ‘급진은 상대적 개념’처럼, 가사에 잘 등장하지 않는 단어를 써서 이름 붙인 곡에는 김경모 개인의 경험이 녹아 있다.

▲ 선결이 발표한 <EP>(2010)와 정규 1집 <급진은 상대적 개념>(2015). 두 앨범은 커버 사진처럼 각기 다른 색깔과 분위기를 품고 있다 


잘 들리지 않는 가사에 집중하며 그의 삶을 상상해본다. 그가 꿈꿨을 다른 삶들도 떠올려본다. 쉬이 짐작되지는 않는다. 그의 말마따나 우리네 인생은 유한하다.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도 없고, 원하는 삶을 다 살 수도 없다. 당장 코 옆에 작은 뾰루지만 나도 하루를 다 망친 기분이 드는데 하물며 세상엔 마음대로 안 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그가 이런 고민을 멈추지 않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만한 영상을 보내왔다. 본인이 살지 않는 삶을 상상하며 추천한 영상은 선결의 음악만큼 새롭고, 심오하고, 호기심이 넘쳤다.

Kim Kyungmo Says
“한동안의 고민은, ‘살면서 한 가지만 깊게 파야 하는지, 여러 가지를 다양하게 경험해야 하는지’였다. 하지만 아무리 다양하게 경험하더라도, 우리의 시간과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모든 삶을 다 살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떤 경험은 평생 모른 채로 살다 죽어가겠지. 그래서 나는 유튜브로 항상 딴짓을 한다. 일하기 싫어서가 아니다. 나는 내가 살지 않는 삶을 상상하며 유튜브를 켜놓고 본다. 정말이다.”

 

1. Stanford's Sapolsky On Depression in U.S.

스탠퍼드대학교의 사폴스키* 교수가 우울증에 대해 개괄적으로 설명하는 동영상. 맨 앞줄에 하얀색 강아지도 강의를 경청하고 있다(19분 5초에 나옴). 유튜브에 있는 수많은 영상 중 가장 중요한 영상이라고 생각한다. 사폴스키 교수는 우울증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고, 2025년 세계 2위 질병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우울증을 생물학적인 측면과 아울러 심리학적인 측면에서도 설명하고,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려준다.

*로버트 사폴스키(Robert Sapolsky)- 스탠퍼드대학교의 영장류 동물학자이자 신경과학자. 아프리카에서 수년간 유인원을 관찰하고 사회적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의 영향을 연구했다.

 

2. Why Shouldn't We Commit Suicide? – 8-Bit Philosophy

위의 우울증 강의 영상을 보고 이 영상을 보면, 유튜브 영상 두 개로 인생의 삼라만상이 다 설명된다고 흐뭇하게 착각할 수 있다. 지금은 정확히 생각나지 않지만, 당시 우울증의 일정 부분은 카뮈가 말한 부조리(Absurdity)에서 온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인생의 근원적인 목적은 원래 없고, 우리는 어차피 죽고, 그러므로 그것을 깨끗이 인정하고, 예술 작품 등 아름다운 순간을 만들며 즐겨라”라고 한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좀 반기문 같긴 하다.

 

3. Sondheim teaches Send In The Clowns

카뮈는 예술 작품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고 했다는데, 그것을 증명하는 영상이 이 영상이다. 유튜브에 있는 가장 아름다운 영상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손드하임(Stephen Joshua Sondheim)이 작곡한 이 곡은, 김연아 선수의 마지막 무대 곡이기도 하다. 나는 노래가 중의적으로 해석될수록 더 흥미로워진다고 생각하는데, 김연아 선수가 평생 해왔던 피겨스케이팅을 떠나며 마지막 곡으로 헤어짐에 관한 노래, 그것도 “this late in my career”, "you in mid-air"라는 가사가 나오는 노래를 정하다니, 인생의 근원적인 풍경이 담겨 있다고 생각했다.

 

4. Stevie Nicks ‘Wild Heart’

살면서 정말 기억에 남거나 아름다운 순간은 흔하지 않지만, 그러한 순간들 때문에 카뮈 말대로 죽지 않고 사는 것 같기도 하다. 스티비 닉스는 이 노래를 스튜디오 녹음 음반으로도 냈는데, 이 버전에 훨씬 못 미친다.

 

5. Barack in Prince William County, VA: Fired Up, Ready to Go

그런데, 이런 일련의 고민도 지금 상태로는 다 부질없다. 그러니 우리 모두 정당 가입하고, 경선 선거인단 참여하고, 자원봉사하고, 투표해서 정권 교체하자. (저는 문재인 전 대표를 지지합니다.)

 

김경모는?
밴드 선결(Sunkyeol)의 멤버로 2010년 <EP>, 2015년 <급진은 상대적 개념>을 발표했다. 가수 이랑의 제작자 겸 프로듀서로 <욘욘슨>(2012), <신의 놀이>(2016)를 만들었다. <신의 놀이>는 <IZE>와 <GQ>에서 ‘올해의 음반’으로 선정되었다.

 

▲ 선결(Sunkyeol) <EP> ‘I'll Write When I'm There’
 
▲ 선결(Sunkyeol) <급진은 상대적 개념> ‘마음을 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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