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의 세번째 앨범 <To Pimp a Butterfly>(2015)는 아직까지도 평론가의 극찬이 이어지며 아프로-아메리칸 뮤직 전반을 아우르는 명반으로 손꼽힌다. 이 음반은 그래미 시상식에서 올해의 음반(Album of the Year) 후보에 올랐고, 최고의 랩 음반 부문에서 수상했다. 로스앤젤레스의 음악 신을 대표하는 닥터 드레, 썬더캣, 플라잉 로터스, 퍼렐 윌리엄스 등 최고 멤버들이 이 음반에 참여했는데, 그 중에서 아프리카 토속 스타일의 의상에 독특한 헤어스타일과 우람한 체격을 지닌 테너 색소포니스트를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최근 재즈계에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카마시 워싱턴(Kamasi Washington)이다.

카마시 워싱턴을 색소폰 천재로 소개하는 영상

카마시 워싱턴은 명맥이 끊긴 로스앤젤레스 지역 재즈 부활 운동의 기수다. 로스앤젤레스 토박이로 UCLA 민족음악학(Ethnomusicology) 학생 시절부터 웨인 쇼터, 허비 행콕, 로린 힐, 플라잉 로터스, 스눕 독 등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과 교류했다. 졸업 후에는 스눕 독(Snoop Dogg)과 함께 힙합 신에서 처음 일했고, 재즈 빅밴드와 콤보에서도 다양한 연주 경험을 쌓으며 성장을 거듭했다. 10여 년 간 로스앤젤레스 아프로-아메리칸 음악 신에서 명성을 얻은 그는, 2015년 켄드릭 라마의 <To Pimp a Butterfly> 참여와 함께, 자신의 첫 메이저 레이블 앨범 <The Epic>(2015)을 출반하면서 올라섰다.

<The Epic>(2015)에 수록한 ‘Clair de Lune’

그의 음악 스타일은 하나의 카테고리로 규정하기 어렵다. 18세이던 1999년 존 콜트레인 경연대회에서 수상하며 연주 실력은 증명이 되었으나, 장르를 가리지 않는 세션 뮤지션으로 일하며, 재즈, 힙합, 펑크, 소울과 같은 아프로-아메리칸 음악 전반에서 뮤지션들과 어울렸다. 또한, 정형화된 재즈 포맷을 따르지 않고 20여명의 빅밴드 편성이나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함께 했다. 2018년에 출반한 두번째 정규 앨범 <Heaven and Earth> 역시 30여 명의 빅밴드 편성과 30~40여명의 뮤지션들과 함께 작업한 결과로, 레코딩 타임 3시간을 넘기며 재즈의 정통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Heaven and Earth>(2018)의 Heaven 면에 수록한 ‘Street Fighter Mas’

켄드릭 라마가 음반 <To Pimp a Butterfly>에 담은 메시지처럼, 그의 음악은 BLM(Black Lives Matter)의 재즈 보이스라는 평가를 듣는다. (BLM: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며, 인종 편견과 경찰의 폭력에 반대하는 민권운동) 또한 특정한 장르로 국한되는 것을 거부하며 광범위한 접근법을 펼친다. 그의 음악은 ‘재즈’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그는 ‘재즈’라는 장르 용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대신 “음악은 음악일 뿐” 이라며 재즈가 나아가야 할 미래상을 다양하게 제시한다.

<Heaven and Earth>의 Earth 면에 수록한 ‘Fist of Fury’(영화 <정무문>의 타이틀곡)

2018년 8월 그가 처음 내한했을 때 별다른 홍보없이 SNS 만으로 7백여 석의 서교동 무브홀은 만석이 되었다. 정통 재즈에서 한참 벗어난 사이키델릭 퓨전 재즈답게 이날 관객들은 스탠딩 공연으로 자유로운 힙합 분위기를 만끽했다. 그가 다음에 내한하게 되면 더 큰 공연장이 필요할 것 같다.

 

카마시 워싱턴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