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게 귀를 세우고 동그란 나의 눈으로
변함없이 착하게 나는 널 기다릴게 이제
- W ‘만화가의 사려 깊은 고양이’(2005)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말했다. “The smallest feline is a masterpiece.(가장 작은 고양이는 하나의 걸작)”이라고. 인류 역사 오랜 시간, 고양이는 많은 예술가와 작가들이 첫손에 꼽는 뮤즈였다. 예술들이 사랑한 대표적인 고양이를 모아 봤다.

 

장 콕토 – 샴

샴, 출처 – The Cornervet

태국에서 자연 발생한 종인 샴(Siamese Cat)은 크림색과 검은색이 어우러져 마치 우아한 코트 같은 털과 사파이어 빛의 신비로운 눈을 지닌 고양이다. 태국어로 ‘달의 다이아몬드’를 뜻하는 ‘샴’은 그 눈을 보고 붙은 이름이다. 외견과 다르게 성격이 온순하고 사람을 좋아해서 대중적인 인기도 많다.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 같은 유명인을 비롯해 앤디 워홀, 조지아 오키프 등 많은 예술가가 샴을 키우고 또 사랑했다.

필립 할스만이 남긴 장 콕토의 초상(1949), 출처 – Johnny Times

“I love cats because I enjoy my home; and little by little, they become its visible soul. (나는 고양이를 사랑한다. 고양이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내 집의 영혼이다.)”

샴과 동거했던 여러 예술가 중에서도 장 콕토의 고양이 사랑은 유독 각별해 보인다. 장 콕토는 20세기 중반에 활약한 예술가다. 그는 시인이자 소설가, 극작가였으며, 영화를 만들고 그림을 그리기도 한 진정한 종합 예술가였다. 필립 할스만은 그의 다재다능함을 여러 개의 손을 가진 것으로 표현한 인상적인 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그런 장 콕토도 그의 고양이 ‘카룬(Karoun)’ 앞에서는 한 사람의 집사에 불과했다. 그는 정기적으로 고양이 쇼를 후원하는 ‘The Cat Friends Club’의 일원으로서 회원 핀을 직접 디자인하기도 하고, 서명에 아예 고양이 삽화를 넣기도 했다.

약초 일러스트와 함께 남겨진 장 콕토의 고양이 서명, 이곳 생 블레즈 데 상플르 교회(chapelle saint blaise des simples)에 장 콕토의 무덤이 있다, 출처 – Wikiwand
장 콕토가 디자인한 ‘The Cat Friends Club’ 회원 핀, 출처 – Buzzfeed
장 콕토와 그의 고양이, 출처 – Curtural Cat

 

마네 – 얼룩 고양이

얼룩 고양이, 출처 – All About Cats

‘최초의 모더니스트’라고 불리는 19세기 화가 에두아르 마네는 고양이를 무척 사랑한 나머지 작품 곳곳에 고양이를 숨겨두었다. <Olympia(올랭피아)>(1856)는 당대 평론가들에게 갖은 혹평과 야유를 들었지만, 이내 마네의 참신함과 근대성을 대표하게 된 작품이다. 르네상스 시대 티치아노의 <Venus of Urbino(우르비노의 비너스)>(1538)를 모티브로 삼은 그림으로, 마네가 의도한 원제부터가 ‘고양이와 함께 한 비너스’다. 마네는 원작에서 편안하게 잠든 개의 이미지를 당시 사회에서 성적이고 미천한 비유로 쓰이던 고양이 이미지로 대체했고, 그림 우편에 자리한 검은 고양이는 작품의 유명세 덕에 덩달아 미술사에 자취를 남기게 되었다.

마네 <Olympia>, 출처 – Manet
티치아노 <Venus of Urbino>, 출처 – Titian

마네의 작품에 가장 많이 등장한 고양이는, 그가 키운 흑백의 얼룩무늬 고양이 ‘지지(Zizi)’다. 뚜렷한 범무늬가 아닌 형태로 다른 털 색이 불특정하게 섞인 얼룩 고양이(tortoiseshell cat)는 서양에서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인식된 고양이다. 마네는 아내 쉬잔의 무릎에 지지를 앉히고 이 모습을 화폭에 담아 자신의 아파트 벽에 걸어 두었다. 지지는 그림에서 인상주의 화풍으로 표현된 쉬잔의 치마 주름과 마치 하나의 질감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마네 사후에 발표된 <The Cats(고양이들)>는 일본 목판화의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세 마리 고양이를 현실적인 모습과 독특한 실루엣으로 묘사했다.

마네 <Woman with a Cat>(1880), 출처 – Tate Modern
마네 <The Cats>(1868-1969), 출처 – Kroller Muller

 

살바도르 달리 – 오셀롯

오셀롯, 출처 – Nature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가 키운 것으로 잘 알려진 오셀롯(Ocelot)은 일반 고양이가 아닌 고양잇과의 소형 맹수다. 고양이보다 약간 큰 체형에 표범, 재규어를 연상하게 하는 아름다운 가죽을 지녀 서식지인 라틴 아메리카에서 모피용이나 더러 애완용으로 길러졌다. 오셀롯의 독특한 외형은 다재다능한 재능과 괴이한 퍼포먼스로 현대 초현실주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달리의 파트너로 제 격이었다. 달리는 1960년대 입양한 오셀롯 ‘바부(Babou)’와 거의 모든 곳에서 함께였으며, 여행을 다니며 우스꽝스러운 사진도 많이 남겼다.

출처 - The Great Cat
출처 - The Great Cat
출처 - The Great Cat

살바도르 달리는 그의 커다란 고양이를 맨해튼 한복판 식당에 데려가 테이블에 묶어 두기도 했다. 사람들은 당연히 무척 놀랐고, 달리는 그들을 달래기 위해 바부를 “페인트로 아트 디자인을 입힌(painted over in an op art design.)” 일반 고양이라고 둘러대야만 했다. 바부가 달리와 함께 행복하고 호화로운 삶을 살았을 수는 있지만, 오셀롯은 분명 야생성이 강한 짐승이며 무분별한 사냥과 포획으로 한때 ‘멸종위기 취약 동물’로 분류된 동물이었다. 이에 생전 달리의 친구였던 배우 카를로스 로자노는 “나는 그 오셀롯(바부)이 미소짓는 것을 단 한 번 보았다. 그가 탈출해서 모리스에 있는 손님들을 쥐처럼 달아나게 할 때였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마크 트웨인 – 검은 고양이

검은 고양이, 출처 - The Spruce Pets

검은 고양이는 특정한 품종이 아닌 털빛이 온통 새카만 고양이를 일컫는다. 과거, 서양에서는 주로 악마의 상징이나 흉조로 여겨졌는데, 이러한 시선은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소설 <검은 고양이>(1843)에 잘 드러나 있다. 하지만 <톰 소여의 모험>으로 유명한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이런 인식과 상관없이 그의 검은 고양이 ‘밤비노(Bambino)’를 무척이나 아끼고 사랑했다. 트웨인은 평생 33마리의 고양이를 키울 만큼 고양이를 좋아했는데,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철학 소설에서, 자신을 “I am his friend and comrade, without further introduction(나는 고양이의 친구이자 동지다. 더 이상의 소개는 필요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

마크 트웨인의 딸이 찍은 검은 고양이 밤비노 © Jean Clemens from the archives of the Mark Twain Papers,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출처 – Twain Quotes

여러 마리의 고양이를 기른 마크 트웨인이지만 그에게 밤비노는 특히 소중한 존재였다. 1904년 아내가 사망한 뒤 크게 상심한 그는 집안에 틀어박혀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 그런 트웨인에게 딸 클라라가 기르던 밤비노가 맡겨졌고, 그는 밤비노를 통해 조금이나마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 그런데 이듬해 4월, 다람쥐를 쫓던 밤비노가 창문에서 뛰어내린 후 실종되었고, 놀란 트웨인은 신문에 보상금을 건 광고를 두 차례나 실었다고 한다. 다행히 밤비노는 3일 만에 그의 곁으로 돌아왔고, 밤비노를 찾은 후 트웨인은 1년 동안 흰 양복을 꺼내 입었다고 한다.

마크 트웨인과 밤비노의 일화를 담은 <밤비노와 트웨인 씨>(2012) 표지 © Daniel Miyare, 출처 - Charles Bridge
마크 트웨인과 밤비노의 일화를 담은 <밤비노와 트웨인 씨>(2012) 삽화 © Daniel Miyare, 출처 - Charles Bridge

 

메인 이미지 조지아 오키프와 그의 고양이, 출처 – Abrams and Chronicle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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