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학급 문고에 꽂혀 있던 위인전을 기억하는가. 한 인물의 탄생부터 죽음까지를 찬란한 업적과 함께 몇 가지 드라마틱한 에피소드를 엮어 써 내려 간 책들 말이다. 어린이들은 그 책을 보며 대통령이나 과학자, 예술가를 꿈꿨다. 어른들도 위인전을 본다. 극장에서 만나는 그 ‘위인전’은, 어린 시절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삶의 교훈’을 전달하는 데에 주력하기보다 인간적인 면을 파고든다. 어린 시절엔 알 필요 없었던 치열한 고뇌와 어두운 갈등, 비밀스러운 사랑 이야기가 함께 담겨 있다. 어른들은 왜 위대한 사람들의 평범한 얼굴을 사랑할까? 그야, 매혹적이니까.

 

<재키>

Jackie ㅣ 2016 ㅣ 감독 파블로 라라인 ㅣ 출연 나탈리 포트만, 피터 사스가드, 그레타 거윅

 ‘퍼스트레이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재클린 케네디’가 아닐까. <재키>는 생방송 퍼레이드 도중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당하며 전 세계가 충격에 빠진 1963년 6월 11일부터 4일간의 이야기를 영부인 재클린 케네디를 중심으로 재구성한 영화다. 주연을 맡은 나탈리 포트만은 당시 사진, 영상, 기사자료 등 방대한 자료를 철저히 연구하였고, 첫 촬영 당시 재키 특유의 목소리, 발음과 억양을 완벽히 구현해내어 모든 스태프들을 놀라게 했다는 후문이다. 슬픔과 분노 속에서도 끝까지 우아함을 잃지 않았던 재키의 모습은 성실한 나탈리 포트만의 열연으로 생생하게 살아난다. <블랙 스완>의 대런 아르노프스키 감독이 제작을 맡아 나탈리 포트만과 두 번째 협연을 선보였고, 뜨거운 화제를 일으키며 총 12개의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영화 <재키>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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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든>

Snowden ㅣ 2016 ㅣ 감독 올리버 스톤 ㅣ 출연 조셉 고든 레빗, 쉐일린 우들리, 재커리 퀸토

 국가가 테러 방지라는 명분으로 전화번호, 이메일, 신용카드 정보는 물론 도청에 이르기까지 불법적으로 개인 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목격한 CIA와 NSA(미 국가안보국)의 한 정보 분석원. 그는 국민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에 눈감지 않고 내부고발자가 되기로 한다. <스노든>은 2013년 NSA의 불법 사찰을 전 세계에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여전히 ‘배신자’라는 낙인과 함께 망명을 받아준 유일한 나라 러시아에서 지내고 있는 스노든 역은 조셉 고든 레빗이 맡았다. 조국에 충성을 바치는 인물에서 역사상 가장 큰 폭로를 감행하는 인물의 드라마틱한 내면의 변화, 무소불위의 권력을 상대로 싸움을 시작하는 쉽지 않은 결정의 과정,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긴박한 순간을 명석하고도 깊이 있게 표현해낸다. 그의 행적에 관심이 간다면 실제 폭로의 순간을 곁에서 찍은 다큐멘터리 <시티즌포>도 감상해보자.

영화 <스노든>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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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Lion ㅣ 2016 ㅣ 감독 가스 데이비스 ㅣ 출연 써니 파와르, 데브 파텔, 니콜 키드먼, 루니 마라

1986년 인도의 한 기차역. 형을 기다리다 기차에서 깜빡 잠들어버린 다섯 살 ‘사루’는 집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눈을 뜬다. 결국, 호주로 입양된 그는 다행히 따뜻한 양부모의 보호 아래 성장한다. 25년 만에 집으로 가는 길을, 그것도 ‘구글 어스’로 다시 찾을 생각을 한 건, 대학원에서 우연히 인도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서다. <라이언>은 고작 5살 때의 파편적인 기억과 구글 어스만으로 광활한 인도 땅에서 잃어버린 집을 찾아낸 사루 브리얼리의 실화를 담은 영화다. <스킨스>와 <슬럼독 밀리오네어>로 잘 알려진 데브 파텔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기적을 이뤄낸 사루를 연기했다. 곁에서 그를 든든히 지지해준 연인 ‘루시’와 호주 어머니 ‘수’역은 루니 마라와 니콜 키드먼이 각각 맡았다. 최근 오스카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화제가 된 작품.

영화 <라이언>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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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마>

Selma ㅣ 2014 ㅣ 감독 에바 두버네이 ㅣ 출연 데이빗 오예로워, 카르멘 에조고, 테사 톰슨

실존 인물을 다룬 영화 중 가장 사실적인 영화로 꼽히기도 했던 영화 <셀마>. 비폭력 투쟁의 아이콘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마틴 루터 킹’ 박사가 선거 차별 금지를 위해 셀마에서부터 가두행진을 하여 결국 승리하는 과정을 그렸다. 주연을 맡은 데이빗 오예로워는 마틴 루터 킹의 때론 우유부단하고 질투도 많은 인간적 결점과 끝내 앞으로 행진하는 영웅적인 면모를 복합적으로 그려낸다. 나약한 한 명의 인간에 불과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 나아가는 모습이 보는 이로 하여금 공감과 용기를 불러일으키는 영화로 미국 개봉 당시 큰 지지를 받았다. 존 레전드가 부른 주제가 ‘글로리’가 2015 아카데미 시상식 주제가상을 받기도 했지만, 백인 중심의 아카데미 시상식을 비판하며 다음 해 감독과 주연배우가 시상식을 보이콧했다. 여전히 남아있는 인종차별에 경종을 울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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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레전드 ‘GLORY’ M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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