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신에 자신만의 자리를 만든 뮤지션, 재키와이와 김사월 그리고 퓨어킴. 이들의 작품에 담긴 여성의 이야기를 짚었다. 은유이거나 직설인 노래들을 만나자.

 

김사월 ‘젊은 여자’

김사월의 앨범 <수잔>(2015)은, 뮤지션의 말을 빌리자면 “그녀 개인이 삶에서 맞서온 시간을 수잔이라는 하나의 인물로 형상화하는 작업으로 기획”되었다. 그래서 이 앨범 속 노랫말에 공감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수잔>에는 많은 이가 한 번쯤 품어봤을 생각을 담은 곡이 가득하지만, 7번 트랙 ‘젊은 여자’에서는 유독 오래 머무르게 될 것이다. 노래는 컴퓨터로 여자 아이돌을 보는 어떤 젊은 여자의 모습을 그린다. 해사하고 무해하게 미소 짓는 아이돌을 보던 그는 복잡미묘한 감정에 휩싸이고, “아름답고 사랑스러워야 하는 젊은 여자의 시절이 지나면 이런 것이 슬프지 않겠지” 하며 다짐에 가까운 혼잣말을 되뇐다.

[The ICON LIVE X Esquire] 김사월 ‘젊은 여자’

김사월은 <ize>와의 인터뷰에서 “젊은 여자의 시절이라는 건 여자의 일생 중 어떤 부분일 뿐이고, 그런 시기를 지나면서 느끼는 이상한 기분이 있다. 내가 그 감정을 대변하는 상황이라기보다는 이것을 토대로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개인적인 얘기라고 그는 말했지만 사회가 바라는 ‘젊은 여성’의 상이란 퍽 명백하고 노골적이기에, 결국 노래는 듣는 모두에게 질문을 던진다.

 

재키와이 ‘To. Lordfxxker’

2017년 발매한 재키와이의 EP <Neo Eve>엔 새로운 이브의 목소리가 담겼다. 전에 없던 新(Neo) 이브에겐 ‘아담의 갈비뼈로 이브를 만들었다’는 오래된 얘기란 관심 밖의 것이다. 그는 스스로 발 딛고 선 세계를 정확히 직시하면서도(“여긴 너무 이상해 여왕이 되려면 깔려야 해 쟤네 밑으로”, ‘Anarchy’ 중에서), 자신이 어떤 기원이 되리라는 선언을 또렷하게 내뱉는다(“천장이 너무 높지만 불가능이란 없지/ 내가 보여줄게 도대체 뭔지 전지전능이”, ‘Anarchy’ 중에서).

이 앨범은 시종 과격한 흥분 상태로 이어지다가, 4번 트랙 ‘To. Lordfxxker’에서 폐부를 꿰뚫는다. 재키와이는 다른 트랙에 비해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화자의 삶을 뒤흔든 고통을 읊조리는데, 그 날카롭고 매서운 래핑 아래에 깔린 의미가 짐작하기 어려운 무게로 다가온다. 그러나 노래는 고통으로만 끝나지 않으며, 마침내 터뜨린 분노와 미래에 대한 의지마저 담아낸다. 모든 어린 여자아이들처럼, 어릴 적 자신이 사탄인 줄 알았던 소녀(“When I was a kid, I thought I was a satan”, ‘To. Lordfxxker’ 중에서) 역시 영원히 어리지 않은 것이다.

 

퓨어킴 ‘아’

퓨어킴의 첫 정규 앨범 <이응>(2012)엔 실험적인 시도가 가득하다. ‘아’ ‘야’ ‘어’ ‘여’ 등 ‘이응’으로 시작하는 노래들이 꽉 채운 앨범은 그것만으로 흥미로우나, 모든 곡의 완성도가 높다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첫 트랙인 ‘아’는 더 의미심장하다. 반복되는 가사와 일정한 구성으로 이뤄진 노래지만, 곱씹을수록 송연한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퓨어킴 ‘아’ 재미공작소 라이브

아기가 아가씨로 자랄 동안
아줌마는 많은 말을 했습니다
절대 하지 마라 해라 해라 하지 마라
하지 마라 해라 해라 절대 하지 마라

- 퓨어킴 ‘아’ 중에서

‘아기’가 ‘아가씨’가 되고 ‘아줌마’가 ‘할머니’가 되는 동안 그들은 수많은 말을 듣는다. 말들의 외형은 다 다를지 몰라도 의미는 결국 비슷하게 귀결된다. “절대 하지 마라 해라 해라 하지 마라”이거나, “꼭 해라 해라 하지 마라 해라 해라”이거나. 실제로 퓨어킴은 앨범 소개에서 이 곡을 “통제의 언어에 관한 노래”라고 말했는데, 그걸 알고 들으면 가사에 쓰인 낱말의 뜻이 한층 깊게 와 닿을 것이다. 아기, 아가씨, 아줌마, 할머니, 그리고 땅, 같은 노랫말들이.

 

 

참고 자료 황효진, ize, <김사월 “‘이 모든 게 나예요’라고 드러내는 건 부끄럽다”>, 2015-11-25
Alanna Vagianos, Huffpost US, <성폭행 피해자가 '美 체조 대표팀 전 주치의' 래리 나사르를 똑바로 바라보며 한 말>, 2018-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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