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하! 강추위로 전국이 얼어붙었습니다. 이제 곧 설날인데, 무슨 얼어 죽을 하와이냐고요? 그렇죠. 하와이는 ‘니가 가는 곳’으로 많이들 알고 계시겠지만, 하와이의 음악에 관해서는 막연히 분위기만 떠오를 뿐, 어떤 노래들이 있는지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죠. 이번 ‘골든두들의 뮤직 캐러밴’에서는 하와이의 대표적인 뮤지션과 노래를 들어봅니다. 한겨울과 하와이의 음악, 의외로 잘 어울리거든요.

 

하와이의 목소리, 이즈라엘 카마카위올레

이즈라엘 카마카위올레(Israel Kamakawiwoʻole)는 하와이 음악의 큰사람입니다. 1997년 병리학적 비만으로 세상을 뜬 이후에도 그의 존재는 하와이의 땅과 바다, 섬과 화산, 하늘과 음악을 크고 넓게 감싸 안고 있지요. 그를 잘 모르시더라도, 앨범 <Facing Future>에 수록한 ‘Somewhere Over The Rainbow / What A Wonderful World’ 메들리를 들어보신다면, 아아 이 노래, 하실지도 모릅니다. 영화 <파인딩 포레스터>, <조 블랙의 사랑>, <첫 키스만 50번째>, <산타는 괴로워>, <허블 3D>, <마스크 2>에서 흘러나왔던 바로 그 노래 말이죠.

Israel Kamakawiwo'ole ‘Over The Rainbow & What A Wonderful World’

어쩌면 이쪽이 더 친숙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픽사의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의 오프닝 <라바>에 나왔던 두 섬의 사랑 이야기, 기억하시나요? 제임스 포드 머피 감독은 카마카위올레의 음악에서 영감을 받아 자신의 하와이 신혼여행에서 받았던 감동을 되살려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었습니다. 남자 섬은 카마카위올레의 모습으로 그렸고, 여자 섬은 그의 아내 말린의 모습으로 그렸죠.

Lava (From <Lava> Official Lyric Video)

1898년 미국은 하와이를 식민지로 삼았고, 61년 후 50번째 주로 편입하였습니다. 자본주의는 모든 자연과 사람을 관광 자원으로 몰아넣었습니다. 원래 거기 있었던 섬은 미국인의 입맛에 맞게 가공되었고, 원래 거기 있었던 사람들은 뒤로 물러나 소외될 수밖에 없었죠. 카마카위올레는 자신의 노래를 통해 토착민의 권리를 주장하고 하와이 독립운동을 지지하였는데요. ‘Hawai'i ’78’에서 이렇게 노래합니다. “이 땅의 삶은 사람들의 삶이야. 또한 이 땅을 보살피는 것은 하와이의 문화를 보살피는 것이고.” 그의 커다란 몸에 비해 너무도 작아 보이는 우쿨렐레는 우연히 손에 잡힌 악기가 아니었죠. 그것은 하와이와 하와이 사람들의 염원을 상징하는 깃발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Israel Kamakawiwoʻole ‘Hawaiʻi ’78' 

 

따로 또 같이, 에이미와 윌리

에이미 하나이얼리이 길리엄(Amy Hanaiali'i Gilliom)과 윌리 K(Willie K, William Awihilima Kahaiali’i) 또한 하와이를 대표하는 뮤지션입니다. 두 사람은 1993년부터 연주와 노래, 녹음과 공연, 그리고 사랑을 함께 해왔고, 중간에 헤어진 적도 있었습니다만 다시 결합하여 2014년 앨범 <Reunion>을 내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Amy Hanaiali'i Gilliom & Willie K ‘Palehua’

에이미 하나이얼리이 길리엄은 하와이 전통 음악의 가성 보컬을 다시 부흥시킨 것으로 유명합니다. 선을 타고 붕 떠오르는 듯한 목소리를 들어보면 비록 계열은 다를지언정 우리가 국악에서 사용하는 ‘명창’ 칭호를 붙여주어도 좋을 정도인데요. 그가 유명한 훌라 송 ‘Haleiwa Hula’로 한 곡조 뽑아내는 소리를 들어보시죠.

Amy Hanaiali'i Gilliom ‘Haleiwa Hula’

윌리 K는 물론 실력이 출중한 뮤지션입니다만, 특히 익살스러운 무대 매너와 포복절도 퍼포먼스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우선 그가 이탈리아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Luciano Pavarotti) 스타일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실까요.

Willie K Sings Luciano Pavarotti ‘Nessun Dorma' 

미국의 명밴드 에어로스미스의 스티븐 타일러와 함께 듀엣도 합니다. 앞에 선풍기를 틀어놓고요.

Willie K & Steven Tyler ‘Dream On’ 

이렇게 사람을 웃기는 면도 있습니다만, ‘우쿨렐레 페스티벌’에서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며 연주하는 모습에서는 대가의 풍모도 느껴집니다. 이렇게 낙천적인 음악과 햇빛,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우쿨렐레의 합창. 참으로 멋지지 않습니까. 골든두들도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습니다. 하와이.

Willie K and Strummers ‘You Kuuipo’ & ‘La Bamba’, Ukulele Festival Hawaii 2014

 

골든두들 멤버 박태성, 에레나(aka 정우민). 사진 박의령
Writer

골든 리트리버 + 스탠다드 푸들 = 골든두들. 우민은 '에레나'로 활동하며 2006년 'Say Hello To Every Summer'를 발표한 후 일본으로 건너가 2012년 IRMA JAPAN 레이블에서 'tender tender trigger' 앨범을 발표하였다. 태성은 '페일 슈', '플라스틱 피플', '전자양'에서 베이스 플레이어로, 연극 무대에서 음악 감독으로 활동하였다. 최근에 여름과 바다와 알파카를 담은 노래와 소설, ‘해변의 알파카’를 발표하였다.
http://www.goldendoodlepop.d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