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 시절을 기억하는가? 특별한 몇몇 장면을 제외한, 대부분의 어린 날들은 기억 속에서 흐릿하게 떠다닐 것이다. 아주 작은 일에도 토라지고, 세상이 떠나라 울고, 사탕 하나에 해맑은 웃음을 짓던, 사진을 통해서만 어렴풋이 떠오르는 그 시절은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일본의 스트릿 포토그래퍼 신 노구치(Shin Noguchi)는 소중한 세 딸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의 모습은 잊고 있던 당신의 어린 시절을 환기시킨다.

 

One Two Three

세 딸의 모습을 담은 시리즈의 제목은 <One Two Three>. 첫째인 9살 유메지, 둘째 4살 코토요, 2살 막내 히코노 순이다. 많지 않은 나이 차 덕에 울고 삐지고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훨씬 많지만, 가끔 서로를 애정 어린 눈길로 바라보는 순간은 특별하게 반짝인다. 신 노구치는 “가족의 일상을 향해 셔터를 누를 때 삶의 음악을 듣는다. 그 음악은 마치 재즈와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신 노구치는 2017년 폐암으로 투병하던 아버지를 떠나보냈다. 그는 아버지의 물건을 정리하며 자신의 유년 시절이 담긴 사진들을 발견한다.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사진들 속엔 자신이 미처 기억하지 못한 수많은 삶의 모습과 순간들이 담겨 있었다. 그 후로 그는 자신의 세 딸을 카메라에 차곡차곡 담기 시작한다.


“나의 세 딸은 나에게 수많은 아름다운 순간을 안겨주었다. 그것은 선물과 같았고, 나는 그것을 붙잡고만 싶었다.”

- 신 노구치

 

‘일상’이란 예술

누군가 신 노구치에게 ‘이 사진들은 예술인가요, 일상인가요?’라고 물으면 그는 ‘일상이 곧 예술’이라 답한다. “나는 내 사진을 한 번도 예술이라 칭한 적이 없다. 다만 지금 내 눈앞의 세 딸은 매일 예술 같은 순간을 선물한다.”고 했던 그의 말처럼.

갓 태어난 동생을 향한 생경한 눈빛, 얼굴 크기만한 막대사탕을 먹는 모습, 장난기 넘치는 아이들의 얼굴은 우리 모두의 ‘처음’을 떠올리게 한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했던 그 시절을 말이다. 신 노구치가 찍은 사진들은 훗날 세 딸의 ‘잃어버린 순간’을 되찾아 줄 것이다.

신 노구치의 홈페이지에는 재즈 색소폰 연주자 에릭 돌피의 짧은 문장이 적혀 있다.


“음악이 끝나면, 그것은 허공 속으로 영영 사라진다. 당신은 그 음악을 영원히 붙잡을 수 없다.” (When you hear music, after it's over, it's gone in the air. You can never capture it again.)

삶이란 영원하지 않다. 특히나 아름다운 순간은 더더욱. 붙잡고 싶은 음악만큼이나 사랑하는 존재가 당신에게도 있다면 그 대상을 향해 한 번쯤 셔터를 눌러보자. 허공 속으로 영영 사라져버리기 전에.

 

모든 사진 ©Shin Noguchi 출처- Shin Noguchi 홈페이지

 

Writer

유지우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