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낯선 북유럽 영화. 독특한 매력을 가진 북유럽 영화 중에서도, 아름다운 음악과 영상미가 돋보이는 작품 세 편을 소개한다.

*아래 글에는 영화 내용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엘비라 마디간>

<엘비라 마디간>은 음악 때문에 더욱 빛나는 영화 리스트에 항상 꼽히는 영화 중 하나이다. 아름답고 슬픈 사랑을 그린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여 더욱 현실감 있게 와 닿고 비극적 결말 때문에 더욱 처연하다. 아름다운 영상도 놓쳐선 안 될 볼거리다.

서커스 단원인 ‘엘비라 마디간’(피아 디거마크)은 ‘식스틴 스파레’(토미 베그렌)라는 스웨덴 백작 출신 육군 장교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그는 군에서 탈영한 탈영병이자 아내에 아이까지 있는 처지다. 둘은 도피하여 그들만의 시간을 가지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나, 곧 경제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탈영병 출신의 식스틴은 직업을 가질 수 없기에 집엔 먹을거리가 없다. 둘은 산과 들판의 열매를 따 먹으며 버텨보지만 점점 배고픔에 지쳐간다. 더구나 탈영병인 식스틴의 체포령이 떨어져 더 갈 곳도 없이 절망적인 채로 나날을 보내던 그들은 결국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다. 영화에 흘러나오는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은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를 더욱 극대화한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영화 개봉 당시 화제였던 주연 배우, 피아 디거마크
주제 음악인 ‘모짜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2악장 Andante’
실제 식스틴과 엘비라의 모습

 

<정복자 펠레>

북유럽을 대표하는 사회주의 작가 마르틴 안데르센 넥쉐의 자전적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1988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고, 그다음 해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받았다.

영화는 더 나은 삶을 위해 스웨덴에서 덴마크로 이주한 노동자들의 척박한 삶을 그린다. 점차 노쇠해지는 아버지는 일하고 있는 농장에 안주하며 살길 원하고, 새로운 세계에 대한 꿈이 있는 12살 아들은 그 세계로 나가길 원하면서 부자는 결국 작별한다.

배우 막스 폰 시도우가 늙고 노쇠해가면서도 자식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보여주는 아버지로 열연하였다. 힘들고 고단한 노동자들의 삶을 그린 이 영화에는 애수 가득한 슬픈 멜로디의 주제가가 계속 흘러나온다.

<정복자 펠레> OST

 

<가을 소나타>

거장 잉그마르 베르히만 감독의 연출로 이름도 비슷한 잉그리드 버그만(미국식 영어 발음이고 스웨덴어로는 이 배우도 베르히만이다), 리브 울만 주연의 연극적 요소가 강한 영화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 배우 손숙과 추상미 주연의 연극으로도 무대에 오른 작품이다. 주 내용은 수십 년간 응축된 모녀간의 애증과 갈등이다. 잉그리드 버그만이 암 투병 중에도 오래전 감독과의 약속으로 이 영화에 출연하였으며, 이 작품은 그의 마지막 영화가 되었다. 제한된 출연자 수와 공간 내에서 연출되었으며 연극적 요소가 많이 가미되면서도 영화로서의 흥미 또한 잃지 않은 수작으로 꼽힌다.

세계적 피아니스트이나 자신의 커리어를 더 중요시하고, 가족에게는 이기적이면서도 죄책감에 괴로워하고, 또 그러면서도 제 성에 차지 않는 자식이 못마땅한 어머니 ‘샬럿’(잉그리드 버그만)과 그런 어머니의 애정을 갈구하면서도 어릴 때부터 어머니의 이기적 태도와 무관심에 상처받아온 딸 ‘에바’(리브 울만). 파트너와의 사별로 혼자가 된 어머니를 딸 에바가 집으로 초대하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둘의 섬세한 심리 변화와 갈등을 야기하는 대화들이 영화 내내 이어진다. 그러다 어머니가 돌보지 않고 요양병원에 맡겼던 둘째 딸 ‘헬레나’(레나 니만)까지 휠체어에 탄 채로 등장하면서 집안의 갈등은 극에 달한다. 이 영화 역시 아름다운 음악이 극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쇼팽, 바흐, 헨델의 음악들이 어우러지면서 영화를 더욱 섬세하게 만들어준다.

쇼팽의 전주곡 28번

극 중에서 에바의 연주로 쇼팽의 전주곡 28번이 연주되는데 샬럿은 연주에 대해 가식적 평가와 냉철한 비판을 가한다. 상처받은 에바 앞에서 샬럿은 연주를 시작하고, 곧 자신의 연주에 흠뻑 빠진다. 그래서 샬럿은 애증과 상처로 얼룩진 에바의 눈길을 느끼지 못한다.

베르히만 감독과 영화에 대해 의논 중인 잉그리드 버그만, 출처 – Acting out 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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