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19년 1월의 절반이 지났다. 각자 마음에 품었던 새해의 다짐들이 어느새 무위로 돌아가고, 추위와 미세먼지로 무기력은 극에 달하는 시점이다. 여기, 들으면서 다시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신곡들을 모아봤다. 저마다의 이유와 사연 속에 사랑, 꿈, 현실은 좌절됐지만, 노래의 화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나아간다.

* 뮤직비디오 최신순으로 작성

 

애리 ‘없어지는 길’ (2019.01.11)

길가에 나앉은 벚꽃 그 잎들 날리네
내가 나앉았던 길목 무겁게 금가네

애리는 현재 인디 신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예 중 하나다. 2015년부터 활발한 공연 활동을 펼쳐온 그는, 2018년 10월 인상적인 데뷔앨범 <Seeds>를 발매하며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낸 바 있다. 그로부터 석 달이 흐른 후 <Seeds>의 타이틀 ‘없어지는 길’의 뮤직비디오가 세상에 나왔다. 사이키델릭 사운드와 네오포크 분위기를 두루 갖춘 애리의 몽환적인 음악이 2D와 3D가 교묘하게 결합한 레트로 애니메이션과 만나 독특한 멋과 분위기를 발산한다. 영상의 줄거리는 ‘없어지는 길’이라는 제목의 의미를 고스란히 전한다. 걷고 있는 캐릭터 뒤로 길은 사라지고 세상은 무너지지만 파괴된 잿더미에서 피어나는 생명을 묘사해 희망을 함께 표현했다. 단어 하나하나 깊은 고민을 눌러 담은 시적인 가사는 노래와 영상에 깊이를 더한다.

‘없어지는 길’ MV

 

하비누아주 ‘새벽녘’ (2019.01.02)

새벽녘 나의 노래를
이 푸른빛에 녹여서
이 새벽이 두렵지 않게
다시 깊은 잠에 들 수 있길

1집 <청춘>으로 2016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팝 음반 부문을 수상한 하비누아주. 이들의 음악은 밴드의 매력을 십분 살린 연주와 팝의 서정을 정석적으로 담은 진행, 진정성이 가득 묻어나는 가사로 늘 따뜻한 위로를 주곤 했다. 4년 만에 돌아온 2집 <새벽녘>에서도 하비누아주의 색은 이어진다. 타이틀 곡 ‘새벽녘’의 화자는 밤잠을 설친 채 “적막한 방 침대 위로 무심히 쏟아지는 빛”을 바라보며 “귓가”의 “어지러운 고민”들에 괴로워한다. 하지만 동시에 “일렁이는 마음”이 “고요”해지길, “새벽녘 나의 노래”는 “푸른빛”에 녹아서 내가 “다시 깊은 잠에 들 수 있길” 희망한다. 새벽이 지나면 아침이 오듯이.

‘새벽녘’ MV

 

히어오 ‘지와타네호’ (2018.12.30)

철창 속에 새가 될 건가요
두려움에 그댈 버릴 건가요
그대 갈망을 멈추지 말아요
좋은 건 절대 사라지지 않아요

히어오는 대학 밴드 동아리에서 만난 친구들이 결성한 모던록 밴드다. 2018년 3월에 첫 번째 EP <Here O>, 지난 12월 30일에 두 번째 EP <Stirred>를 발표했다. ‘지와타네호(Zihuatanejo)’라는 생소한 타이틀은 멕시코 해안에 있는 작은 도시 이름에서 유래했다. 영화 <쇼생크 탈출>(1995)의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앤디’가 감옥에서 탈출해 친구 ‘엘리스’와 재회하는 장소로 인상을 남겼던 그곳이다. 해방과 자유를 품은 이름의 뜻처럼 노래는 밝고 힘찬 정서로 가득하다. “철창 속” “새”에서 벗어나 “자유의 아리아”, “따스한 햇살”, “시원한 바람”을 갈망한다는 내용의 가사가, 청명한 기타 톤과 후렴에서 감정을 터뜨리는 음악의 구조와 잘 어우러진다.

히어오 '지와타네호'(2018 저너머페스티벌)

 

75 & Gracie ‘까딱’ (2018.12.25)

더 이상 내려갈 곳도 없네
땅을 백날 쳐봐야 뭐가 달라지겠어 (중략)
제 발로 일어나겠지
가만히 내버려둬봐

‘까딱’은 이제 막 세상에 나온 신인 듀오 75 & Gracie의 데뷔 싱글이다. 앨범 자켓에서 느껴지는 투박하고 강렬한 인상과 다르게, 음악은 무척 화려하고 세련된 알앤비 사운드로 구성되어 있다. 거친 비트와 서정적인 건반 사운드, 처연한 멜로디 감각이 만나 어둡고 아름다운 분위기를 완성한다. 가사는 누구에게나 한번씩 찾아오는 만사 귀찮고 부정적인 감정을 가감없이 늘어놓는다. “요새 다 귀찮아”서 “한숨만 답답해”진다는 가사와 “세상이 너무 피곤하다. 불편하게 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고 남긴 앨범 소개 글의 냉소적인 본심은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앞선 다른 곡들처럼 ‘까딱’ 역시 해결의 여지를 남겨둔다. “제 발로 일어나겠지. 가만히 내버려둬봐.”

‘까딱’ MV

 

메인이미지 애리 ‘없어지는 길’ 뮤직비디오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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