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음악을 중심에 두고 걸어온 정우민과 박태성은 어느 날 부부가 되었고, 골든두들이 되었다. 그리고 겨울이 시작되던 작년 말, 싱글 음원과 단편 소설을 결합한 <라운드 로빈>을 발표했다. 몇 개의 귀여운 그림을 삽입한 한 권의 소설이자 하나의 앨범인 <라운드 로빈>은 먼저 책에 삽입된 다운로드 코드를 통해 소설의 낭독을 들려준다. 박태성의 목소리다. 이야기는 북극에서 남극으로, 남극에서 적도로, 그리고 연남동을 잇는 세계로 접어들고, 알 수 없는 기운이 감도는 소설 낭독의 끝자락을 곡 ‘라운드 로빈’이 잇는다. 레퍼런스를 굳이 찾고 싶은 마음이 안 드는 독자적이고 영롱한 신스 팝 멜로디는 <라운드 로빈>의 세계를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이내 멜로디는 노랫말로, 노랫말은 다시 소설로, 소설은 결국 골든두들이 의도한 어떤 세계로 청자를 이끈다. 그동안 분리되어 있던 서로의 세계를 공유하기 위한 두 사람의 노력 덕분일까. 노래 한 곡과 단편소설은 전혀 다른 장르이지만, 자연스럽게 융합해 훌륭한 공유의 좋은 기틀이 된다. 그리하여 골든두들은 이제 더 많은 계절에 관해, 세상에 놓인 사람들에게 ‘읽어주고’ ‘노래하려’ 한다.

 

박태성과 에레나(aka 우민)의 만남부터 묻고 싶어요. 부부가 아닌, ‘골든두들’의 멤버로서 같이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골든두들   2013년 봄에 함께 친구의 결혼식 축가를 했어요. 박태성도 그 친구를 알고 있었고, 에레나도 그 친구를 알고 있었지만, 박태성과 에레나는 서로 잘 모르는 사이였죠. 축가는 다른 두 친구의 도움을 받아 네 명이서 Ennio Morricone의 'Hurry to Me'와 Chris Montez의 'Time after Time'을 부르고 연주하였는데요. 그렇게 골든두들도 되고 부부도 되었습니다.

 

‘골든두들’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먼저 귀엽고 복슬복슬한 강아지가 생각나요. 이 이름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우민   강아지를 좋아해요. 골든두들은 골든 리트리버와 스탠다드 푸들의 교배종이에요. 골든 리트리버는 영리하고 착하지만 털이 많이 빠지죠. 스탠다드 푸들은 똑똑하고 털이 잘 빠지지 않아요. 그런 둘의 장점을 고루 가진 종이 골든두들이에요. 게다가 복슬복슬해서 너무 귀엽죠.

태성   이름을 처음 정할 때 우민이 제안했던 것 중에는 다른 견종인 코카푸(코카 스패니얼+푸들)와 꼬똥(꼬똥 드 툴레아)도 있었어요. 코카푸는 이름이 '푸(poo)'로 끝나는데, 그러면 똥의 이미지를 갖게 되기 때문에 영어권의 초등학생들이 놀릴 것 같아서 반대했어요. 꼬똥은 말할 것도 없죠. 한국의 초등학생들이 우리를 뭐라고 부르겠습니까?

 

밴드 페일슈, 플라스틱 피플, 전자양 같은 밴드에서 베이스 기타리스트로 활동해온 박태성과 뮤지션 에레나로 앨범을 내고 활동해온 우민은 각자 다른 음악으로 2000년대를 보냈어요. 골든두들을 시작하기 전에는 각자의 어떻게 시간을 보냈나요? 그리고 현재도 골든두들 외에 각자만의 영역이 있나요?

태성   소설을 써볼까 말까, 대학을 졸업할까 말까, 직장을 그만둘까 말까 고민하면서 꾸준히 밴드 활동을 했습니다. 전자책으로 출간한 어린이 동화의 음악을 작곡하기도 했고, 연극에서 음악감독을 맡기도 했지요.

우민   에레나로 <Say Hello to Every Summer> 앨범을 내고 활동하다가 음악 공부에 대한 욕심이 생겨서 일본에 유학을 갔어요. 학교를 졸업하고 IRMA Japan 레이블에서 <Tender Tender Trigger> 앨범을 냈네요.

골든두들   물론 각자만의 영역은 있게 마련이지만, 지금은 골든두들의 작업과 활동에 집중하고 있어요.

음악과 소설을 결합한 <라운드 로빈>이 탄생하게 된 과정이 궁금해요. 또 그 과정에서 가장 고민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태성   어느 날 우민이 ‘라운드 로빈’을 들려줬어요. 전주를 듣는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는, 북극의 얼음 절벽에서 거대한 빙산이 떨어져 나와 하얀 얼음 보라가 천지를 뒤덮는 스펙터클한 장면이었어요. 소설 <라운드 로빈>은 거기서 시작되었어요. 노래 가사처럼 "엉켜서 굴러가는" 여러 개의 이야기를 구성하고 싶었죠.

우민   처음 들려주었던 싱글 버전의 데모는 리듬 파트의 편곡이 지금과는 달랐어요. 소설이 완성되면서 노래에도 더욱 강력한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베이스 기타가 힘을 실어줄 수 있도록 드럼 라인을 보강했죠.

 

사운드 클라우드에는 <라운드 로빈> 앨범에 실린 싱글 버전과 다른 ‘puppy 버전’을 공개했는데, 멜로디와 분위기가 사뭇 달라요. 어떤 의도로 편곡한 건가요?

우민   아까 빙산이 어쩌고 했던 말은 먼저 만들었던 싱글 버전의 이야기이지요. 싱글 버전의 편곡은 신시사이저로 커다란 공간을 만들어 밀도 있게 채우고, 사람이 치는 베이스 기타가 그루브를 더욱 강조하도록 하였습니다. ‘puppy 버전’은 훨씬 뒤에 나왔는데요. 저희가 결혼을 하고 같은 악기와 장비를 공유하면서 서로의 작업 방식과 흐름을 맞추는 과정이 필요했어요. 그런 과정에서 워크숍 같은 기분으로 만들어본 작품입니다.

 

음악으로부터 받은 영감을 굳이 ‘소설’로 만든 이유가 있나요?

태성   어릴 때부터 음악을 들으면서 소설 읽는 걸 좋아했어요. 특별히 선곡하지 않더라도 어쩌다 이야기에 어울리는 노래가 이어폰을 통해 흘러나올 때의 기분은 꽤 짜릿하죠. 그렇다면 우연의 조합이 아니라, 처음부터 그 음악을 위한 소설을 써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봤어요. 소설이 음악을 충실하게 풀어나가고, 음악이 소설을 온전히 포괄하는 상호관계를 만들어보고 싶었던 거죠.

<라운드 로빈>에서 특히 독특한 점은 음원과 함께 실린 ‘낭독’인 것 같아요. 마치 음원처럼 낭독을 넣은 이유가 있나요?

태성   연극에서 음악감독 일을 하던 시기에 ‘낭독 공연’이라는 형식을 접했습니다. 이 장르의 정체성에 대해서는 아직 갑론을박이 있지만, 대체로 소설이나 희곡의 원작자 혹은 배우가 무대 위에서 책이나 대본을 들고 응시하며 읽는 연기를 하는 공연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입니다. 또한 소설가 김영하 씨가 팟캐스트로 제작하는 <책 읽는 시간>에서도 영감을 받았습니다. 소리를 내어 말하고 귀로 듣는다는 것은, 이야기가 전달되는 방식의 원형이기도 하지요. 무대에서 할 수도 있지만, 현대 기술에 힘입어 낭독 음원으로 제작하여 전달하는 것도 매력적인 일이고요. 음악과 같습니다.

 

음악과 책에 따로 정해진 순서가 있는지 궁금하지만, 무엇을 먼저 듣거나 읽어도 결국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돼요. 이렇게 ‘라운드 로빈’이라는 결과물의 형태를 분리하고 또 이음으로써 의도한 점이 있나요?

골든두들   오늘날, 노래 한 곡과 소설 한 편의 의미를 생각해 봅니다. 한 곡의 노래는 며칠 동안 사람들의 귓가에 맴돌다가 어딘가로 날아가기 일쑤이죠. 한 편의 소설은 소설을 읽는 사람들의 울타리 안을 서성거리다가 도서관 서고 아래로 깊숙이 가라앉곤 합니다. 그래서 <라운드 로빈>의 모습은 날아가지 말라고, 가라앉지 말라고 서로의 손을 꼭 붙잡고 있는 생존자들과도 같습니다.

▲ <라운드 로빈> 속 삽화. 일러스트레이터 정소영이 그렸다

형태에서 느껴지는 독특함은 결국 내용에서 더욱 깊어지는 것 같아요. 특히 소설 <라운드 로빈>에서는 북극-적도-남극의 동물과 연남동의 사람이 묘하게 세계를 공유하는데, 이 이야기 속에서 궁극적으로 전하고자 한 메시지가 궁금합니다.

태성   자연 다큐멘터리, 특히 동물 다큐를 볼 때 그런 생각을 해요. '이런 점은 인간과 달라서 다행이다.' 또는 '이런 점은 인간과 똑같구나.' 그렇게 관찰하는 시선이 어느새 감정이입의 단계로 들어가 내가 그 동물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환경의 변화와 굶주림, 천적의 공격으로 고통받는 동물의 이야기는 인간의 이야기가 되는 거죠. 마찬가지로, 인간의 이야기는 동물의 이야기가 되기도 하고요.

 

<라운드 로빈>의 형태가 독특한 만큼, 공연 방식도 남달라요. 특히 앨범 발매 후 홍대 공중캠프에서 가졌던 첫 공연이자 출판기념회는 처음 선보이는 자리였을 텐데, 관객의 반응은 어땠나요?

태성   의외로, 재미있게 들어주셨습니다. 한 시간 가까이 낭독을 듣는 것은 분명 인내력이 필요한 일입니다만, 사람의 귀를 붙잡는 것은 이야기의 힘이지요. 내용을 알지 못하셨던 분 중에는 동화 풍의 이야기일 거라고 짐작하셨다가 좀 놀라는 분도 계셨고요. 소설 속 다큐멘터리 주점이 실제로 있냐는 질문도 받았습니다.

우민   노래가 몇 곡 더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들었어요. 그래서 앞으로 선보일 작품에서는 낭독 사이사이에 노래하는 방식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서 영기획 3주년 컴필레이션 앨범 <3 Little Wacks>에서 먼저 공개한 곡 '스크류드라이버'와 처음 새로운 방식을 선보인 <라운드 로빈>이 갖는 의미는 남다를 것 같아요.

골든두들   사실 만든 시기로 보면 <라운드 로빈>은 저희가 만든 ‘소설+노래’의 작품 중에서 세 번째로 완성한 것입니다. 그래서 세 번째 정도의 순서에 어울리는 텐션을 갖고 있어요. 다큐멘터리의 내레이션을 빌린 소설 양식도 그렇고, 그걸 낭독하는 목소리의 톤이 각기 다른 것도 그렇고,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노래의 질량도 그렇지요. <라운드 로빈>은 한겨울의 노래이면서도 한여름의 노래이기도 합니다. 마무리의 이야기이면서도 시작의 이야기이기도 하지요.

 

골든두들이 다음에 발표할 음악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어요. 이후엔 어떤 형태와 내용의 음악을 다룰 예정인가요?

우민   <스크류드라이버>는 사실 만든 시기로 따지면 두 번째 작품입니다. 역시 짝을 이루는 소설이 준비되어 있고요. 다가오는 여름에 책과 낭독과 노래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그리고 만든 시기로 보아 첫 번째 작품인 <해변의 알파카> 또한 같은 포맷으로 그보다 앞서 봄에 발표하려고 합니다.

 

공연도 앞두고 있고, 그밖에 다양한 계획이 많을 것 같아요. 올해 골든두들의 계획과 목표가 궁금해요.​​

골든두들   지금처럼 책과 낭독과 노래를 결합한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며 활동하려고 해요. 노래가 여럿 모이게 되면 노래만으로 이루어지는 공연도 하고, 앨범도 발매하고 싶고요. 그 외에 다른 분의 소설에 음악을 드리거나, 다른 분의 음악에 소설을 써드리거나, 그런 포맷의 공연을 기획하는 일에도 흥미가 있어요. 물론 소설에 국한하지 않고 시나 미술, 연극, 영화와의 협업도 생각해볼 수 있겠죠. 우선은 곧 있을 공연 준비에 최선을 다 하려고 합니다. 2월 4일 스트레인지 프룻, 2월 18일 재미공작소에서 뵐게요. 홍삼사라다!

 

다가오는 2월, 골든두들의 <라운드 로빈> 공연 정보

입춘인 2월 4일 스트레인지 프룻에서, 2월 18일에는 재미공작소에서 골든두들의 독특한 공연을 볼 수 있다. 아래 정보를 참고하자.

일시 2017년 2월 4일 19:30
장소 스트레인지 프룻 (서울시 마포구 와우산로29길 64)
공연 빅베이비드라이버의 오프닝, 골든두들 <라운드 로빈> 낭독과 공연
티켓 현장 판매
 
일시 2017년 2월 18일 19:30
장소 재미공작소 (서울시 영등포구 도림로 428-1)
공연 태성과 우민이 각각 마그네틱 필즈, 버트 바카락의 곡으로 노래하는 오프닝, <라운드로빈> 낭독과 공연
티켓 현장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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