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퀴어 뮤직비디오 세 편을 소개한다. 노래는 아름답고 영상은 눈이 부셔서, 한 번만 보긴 어려울 것이다.

 

나이트오프 ‘잠’ MV

언니네이발관의 이능룡과 못(Mot)의 이이언이 함께한 프로젝트 팀 ‘나이트오프’. 두 음악가가 품고 있던 것을 조금씩 풀고 섞어 만든 노래들은 익숙한 듯하면서도 생경한 지점을 내비친다. 작년 12월 6일 이들의 EP <마지막 밤>이 발매되었다. 타이틀곡인 ‘잠’은 맑고 차가운 겨울 공기를 떠오르게 한다. 큰 진폭 없이 이어지는 기타와 이이언의 나지막한 보컬은 무리한 기색 없이 유려하며, 이는 듣는 이에게 위안으로 다가온다. 뮤직비디오 역시 노래처럼 쓸쓸하고 처연하지만 아름답다. 건조한 풍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뮤직비디오는, 아주 뜨겁지는 않아도 은은하게 온기를 주고받는 두 사람을 비춘다. 서로를 발견하고 픽 웃어버린 두 사람은 셔터 내린 상점 사이로 뛰어다니고, 통조림을 나눠 먹으며, 길가에 핀 꽃에 물을 준다. 이렇게 이들은 둘만 아는 추억, 둘에게만 의미 있는 시간을 쌓아간다. 감독 전용현, 촬영 이지민, 출연한 배우는 송예은과 김도이.

 

자우림 ‘있지’ MV

지난해 6월 자우림은 열 번째 앨범 <자우림>을 발매했다. 밴드의 이름을 내건 앨범인 만큼, <자우림>에는 밴드의 정체성이 그대로 담겨 있다. 그중에서도 4번 트랙 ‘있지’는 자우림의 초기 감성을 사랑했던 리스너들이 특히 반길 노래다. 시 같은 가사, 속삭임과 절규를 오가는 김윤아의 목소리, 서사 확실한 전개가 어우러진 이 곡은 뮤직비디오마저 완벽하다. 영상팀 비하인드더씬(Behind the scenes, BTS FILM)의 이래경 감독이 연출한 뮤직비디오는 청춘의 사랑을 그린다. 오로지 서로만 보이는 때엔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맞아도 좋다. 잠든 상대의 모습을 바라보며 웃다가도 모든 게 거짓말처럼 사라질까 두려운 시절…. 또한 천진하고 위태로운 사랑의 표정을 표현한 배우 주보영과 미미는 어떤 발견처럼 여겨질 정도다. 이래경 감독은 뮤직비디오의 연출 의도를 “그저 파란 하늘을 보고 울음을 삼켜본 경험이 있는 이들이 이 노래와 영상을 보고 위로받았으면 좋겠다. 온 마음 다해, 진심으로”라고 밝혔다. 덧붙여 영상의 크레딧이 올라갈 때 깔리는 노래가 <자우림>의 9번 트랙 ‘Over the rainbow’라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못 ‘먹구름을 향해 달리는 차 안에서’ MV

2004년 데뷔한 이후로 누구도 쉬이 흉내 낼 수 없는 작품들을 선보여온 밴드 못(Mot). 이들의 음악은 언제 들어도 발매 시기를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신선하다. 듣는 시간이나 공간 따위를 무력하게 만든다는 말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이들의 3집 <재의 기술>(2016) 수록곡 ‘먹구름을 향해 달리는 차 안에서’엔 비애가 짙게 깔려 있다. 그러나 밴드는 이 노래에 대해 “이 곡은 곧 닥칠 슬픈 운명이 아닌 선택과 결심, 그리고 그것을 함께하는 ‘우리’에 관한 노래”라고 했다. 뮤직비디오는 이 설명과 더할 나위 없이 맞아떨어진다. 구름 낀 하늘 아래를 달리는 차 안엔 두 사람이 타고 있다. 적막한 도로 위, 이들 말곤 아무도 없다. 정체 모를 뿌연 연기가 징그럽도록 이들에게 따라붙지만, 두 사람은 그저 앞으로 나아간다. 물론 두려움과 절망은 사라지지 않아서 이들은 울고 싸우기도 한다. 그렇지만 함께하기를 선택한 두 사람은 절대, 서로를 놓지 않을 것이다. 이성욱 감독 연출, 이지민 촬영감독이 촬영하고 배우 이기혁이 출연했다.

 

놓치면 아쉬울 작품들

이외에도 사랑의 여러 모습을 담은 뮤직비디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위에서 소개한 뮤직비디오처럼 두 사람만이 출연하는 작품은 아니지만, 다양한 사랑과 삶을 엿볼 수 있어 반가운 작품 두 편을 더 소개한다.

10cm ’HELP’ MV
선우정아 ‘백년해로’ M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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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