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의 애니메이션은 사이트가 만들어진 이래로 여러 변화를 겪어왔다. 2000년대 초중반에는 ‘플래시 애니메이션’이 인터넷을 가득 채웠고, 영미권에서는 특히 뉴그라운즈(Newgrounds)를 중심으로 다양한 플래시 애니메이션들이 업로드되었다. 이후 뉴그라운즈의 제작자들이 유튜브로 넘어가게 되면서, 에즈월드(Eddsworld)나 이고랩터(Egoraptor), 러버닌자(Rubberninja), 해리 파트리지(Harry Partridge) 등을 비롯한 액션 및 패러디 계열의 다양한 애니메이션들이 2000년대 중후반의 유튜브에서 큰 인기를 끈다.

하지만 그 이후, 더 빠른 주기로 긴 영상을 올릴 수 있는 브이로그와 게임 실황 채널들이 변화된 유튜브의 알고리즘 구조에서 더 많은 이득을 보게 됨에 따라,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만 하는 애니메이션은 자연스럽게 유튜브에서 줄어들었다. 하지만 2016년부터 다시금 새로운 형식의 애니메이션들이 유튜브에서 떠올랐고, 이 새로운 계열의 애니메이션들에는 ‘스토리타임’ 혹은 ‘스토리텔링’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스우지 & 도믹스

스토리타임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특징은 브이로그의 스타일을 애니메이션과 합쳤다는 점이다. 기존의 액션/패러디 류의 애니메이션의 경우 어느 정도 정교한 기술이 필요했던 것에 비해, 스토리타임 애니메이션은 훨씬 더 단순하고 간편한 애니메이션으로도 충분히 영상을 만들 수 있었다. 때문에 유튜브 알고리즘이 지향하는 잦은 업데이트에 훨씬 더 적합한 형태가 되었다. 스토리타임 애니메이션이 최근 들어 큰 인기를 끌기 훨씬 전부터 이러한 스타일의 영상들을 만든 초창기 채널 중 하나가 스우지(Swoozie)와 도믹스(Domics)다.

스우지 <Cheating in High School>

스토리타임 애니메이션의 가장 기본적인 구성과 특징이 이 둘의 영상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튜브 초기부터 채널이 존재했던 스우지는 원래 여타의 다른 채널들처럼 일반적인 브이로그 형식의 영상들을 만들었지만, 2013년 즈음부터 매우 간단한 스틱맨 캐릭터들로 이야기하는 방식을 차츰 사용하며 일찌감치 애니메이션과 브이로그를 결합했다.

도믹스는 스우지의 새로운 애니메이션이 나오던 시기에 채널을 만들며 등장해, 스우지의 방식을 적용하고 다듬었다. 이로써 일반적인 일러스트와 ‘움직이는 그림’으로서의 애니메이션 사이에 놓인 단순한 그림체와 간편한 움직임으로, 자신의 일상이나 생각 등에 대해 말하는 스토리타임 애니메이션의 형식이 어느 정도 갖춰졌다.

도믹스 <Best Friend Zone>

 

디오드원즈아웃 & 제이든 애니메이션

도믹스의 채널이 꽤 이른 시기인 2013년~2014년부터 인기를 끌었지만 채널 자체만이 주목을 받던 것에 비해, 스토리타임 애니메이션 자체가 일종의 ‘장르’로서 유튜브에서 주목을 받은 건 2016년부터였다. 이 유행의 중심에 있는 두 채널이 디오드원즈아웃(TheOdd1sOut)과 제이든 애니메이션(Jaiden Animations)이다.

둘 모두 거의 비슷한 시기에 인기를 끌었지만, 상대적으로 디오드원즈아웃가 조금 더 일찍 채널을 시작하며 유행을 선도했다. 웹코믹을 그리며 유튜브 채널에 애니메이션을 함께 올리던 디오드원즈아웃은 서브웨이에서 일했던 이야기를 담은 <SOOUBWAY> 시리즈가 많은 조회 수를 기록하며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기존의 다른 채널보다 좀더 종잡을 수 없는 명랑한 유머와 단순한 디자인으로 무장한 일명 ‘마쉬멜로우 캐릭터’를 자신으로 내세워 큰 인기를 끌었다. 그와 자주 콜라보를 했던 제이든 애니메이션 또한 비슷한 시기에 주목을 받았다.

디오드원즈아웃 <Work Stories (Subway)>

애초에 웹코믹을 그렸던 디오드원즈아웃과는 다르게, 제이든 애니메이션은 독학으로 애니메이션을 공부하며 채널을 시작했다. 디오드원즈아웃과 비교해 조금 더 차분하면서도 특유의 엉뚱한 톤으로 영상을 진행하던 제이든 애니메이션은 2016년 즈음부터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었고, 2017년부터는 확실히 자리를 잡아 디오드원즈아웃과 함께 스토리타임 애니메이션의 대표적인 채널이 되었다.

이후에도 두 채널은 각자의 애니메이션 공동 제작 팀을 꾸렸고, 1인 제작으로 만들었던 단순했던 스타일에서도 점차 벗어나 스토리타임 애니메이션 채널에서도 훨씬 더 동적이고 유연한 애니메이션과 이 좀 더 넓은 사용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다.

제이든 애니메이션 <My Random Thoughts>

 

유튜브 애니메이션의 다음 단계?

2016년, 2017년 많은 주목을 받은 스토리타임 애니메이션은 현재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유튜브 영상물 중 하나다. 유튜브가 자체적으로 한 해를 돌아보며 제작하는 시리즈인 <유튜브 리와인드(Youtube Rewind)>의 2017년, 2018년 영상에 앞서 소개된 채널을 포함한 여러 애니메이션 채널이 포함됐고, 특히 2017년보다 2018년에 그 비중이 훨씬 커진 것이 스토리타임 애니메이션의 인기를 증명한다. 디오드원즈아웃과 제이든 애니메이션의 인기를 바탕으로 더욱 많은 채널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까지 감안하면, 스토리타임 애니메이션이 현재 유튜브의 대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러버닌자 <유튜브 독립 애니메이션의 미래는?>

다만 스토리타임 애니메이션이 과거 유행한 애니메이션의 화려하고 동적인 영상과 다르게 거의 정지된 일러스트에 가까운 이미지라는 점을 비판하는 이도 있다. 여기에 더해, 제작하기 쉬운 특징 때문에 형식을 만들고 발전시킨 훌륭한 채널들과 다르게 조악한 아류에 그치는 채널들 또한 많이 등장한 점도 지적된다.

뉴그라운즈에서 유튜브로 애니메이션 채널들이 넘어오던 시절부터 제작자로 활동한 러버닌자가 2014년 일찌감치 지적했듯이, 개인 단위로 제작하는 애니메이션은 일반적인 영상보다 유튜브라는 거대한 플랫폼의 수익 창출 구조와 알고리즘에서 자리 잡기 훨씬 힘들다. 스토리타임 애니메이션이 거대해질수록 그 역효과들은 앞으로 더 나타날 것이기에, 유튜브의 애니메이션은 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중요한 기로에 있을 지도 모른다.

 

Writer

어설픈 잡덕으로 살고 있으며, 덕심이 끓어 넘치면 글을 쓴다. 동시대의 대중 음악/한국 문학을 중심으로 애니메이션, 인디 게임, 인터넷 문화, 장르물 등이 본진(중 일부). 웹진 weiv에서 대중 음악과 비평에 대해 쓰고 있고, 좀 더 재미있고 의미 있게 창작/비평하고자 비효율적으로 공부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