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종이에 자유로운 세계를 펼치던 만화가 ‘필름’에 담기면 어떻게 될까?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무슨 소재든 풀어내는 참신한 스토리, 현실에 없을 법한 환상적인 주인공, 따뜻한 메시지 등 기존 만화가 가진 미덕을 고스란히 챙기면서, 무엇보다 ‘살아 움직인다’! 극장판에서만 볼 수 있는 인물들의 색다른 모습과 에피소드도 빼놓을 수 없는 묘미다. 그래서 “만화는 어린이들의 전유물”이라고 시시하게 말하며 지나치기엔 아쉽다. 연재 기간을 나이로 따지면 모두 이십 대를 훌쩍 넘긴 성인이 되었을 전통 있는 일본 만화들의 영화라면 특히 그렇다. 무엇보다도, 아래 작품들은 어린이보다 만화 영화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어른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원피스 필름 골드>

ONE PIECE FILM GOLDㅣ2016ㅣ감독 미야모토 히로아키

오다 에이치로의 원작 만화 <원피스>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부터 살펴보자. 1997년부터 연재를 시작해 아직 완결이 나지 않은 작품으로 일본에서도 장수 만화에 속하지만, 그 이상의 독보적인 기록을 갖고 있다. 출판 만화 시장이 쇠퇴하던 2000년대에도 꾸준히 만화책 초판 발행부수 최고치를 기록하며 일본에서 명실공히 가장 많이 팔린 만화책으로 등극했고, 2014년 ‘단일 저자에 의한 최다 단행본 발행 부수’라는 기네스북 기록을 세우며 마침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만화책’으로 불리게 됐다. 책뿐만 아니라 잘 만들어진 원피스 피규어와 한정판 굿즈를 위해 스스로 지갑을 여는 어른들이 상당하다. 물론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향한 애정도 마찬가지.

극장판은 특유의 그림체와 개성 있는 캐릭터를 더욱 생생하게 보여주고, 원작 만화의 세계관을 뒷받침하면서도 매번 독립적인 에피소드를 내놓으며 마니아층을 더욱 사로잡는다. 특히 원작자 오다 에이치로가 극장판으로는 세 번째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하여 완성도를 기한 극장판 13기 <원피스 필름 골드>는 실사 그래픽 못지않은 화려한 비주얼을 선사한다. 게다가 주인공 ‘루피’의 수준 높은 액션과 재치 있는 유머 곳곳에 드러나는 물질만능주의에 대한 풍자나 정의, 동료애 같은 메시지는 과연 어른 팬들이 만끽할 만한 극장판 원피스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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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도라에몽: 신 진구의 버스 오브 재팬>

DORAEMON THE MOVIE: NOBITA AND THE BIRTH OF JAPANㅣ2016ㅣ감독 야쿠와 신노스케

1970년 일본의 한 어린이 학습지에서 연재되던 <도라에몽>은 당당히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지 홍보 영상에 등장할 만큼 일본 국민 만화가 됐다. 1996년 원작자 후지코 F. 후지오가 사망한 후에도 제작사에 의해 현재까지 꾸준히 이어진 덕이다. 긴 연재 기간 동안 1,000여 편이 넘는 에피소드를 자랑하는 만큼, 1980년부터 나란히 제작되어 올해 37주년을 맞이한 극장판도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특히 1989년 일본에서 개봉한 극장판 <진구의 일본탄생>은 전설적인 에피소드로 꼽히는 작품으로, 일본에서 ‘역대 2D 극장판 시리즈 사상 최다 관객 수 달성’이라는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 작품을 리메이크한 극장판 <신 진구의 버스 오브 재팬>(2016)이 최근 개봉했다. 이번에도 역시 마땅히 잘하는 것 없는 소심한 소년 진구와 22세기에서 온 로봇 도라에몽이 펼치는 엉뚱 발랄한 모험 이야기. 이 만화 영화야말로 동심 가득한 어린이들의 전유물에 가깝다. 그러나 그 안에 진하게 스민 우정과 희망은 차가운 도시 속 동심(冬心)으로 가득 찬 어른들이 꼭 봐야만 하는 소중한 정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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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코난: 순흑의 악몽>

Detective Conan: The Darkest Nightmareㅣ2016ㅣ감독 시즈노 코분

자세한 이야기는 몰라도 누구나 ‘명탐정’ 하면 자동으로 떠올릴 법한 대명사가 된 ‘코난’. 1994년부터 시작한 아오야마 고쇼의 원작 만화 <명탐정 코난>(이하 ‘코난)이 여전히 연재 중인 가운데, 인기에 힘입어 1997년부터 극장판 시리즈도 꾸준히 제작되고 있다. 애니메이션 강국 일본에서도 단연 퀄리티 높은 작품으로 꼽히는 극장판 코난은 매번 다른 범죄 사건을 탄탄하게 풀어내며 추리물로써 역할과 재미를 톡톡히 보여준다. 특히 TV 애니메이션보다 더욱 화려한 액션과 심도 있는 범죄 스토리를 다루는 극장판 코난은 대부분 ‘12세 미만 관람불가’를 내걸고 나름 ‘어른이’ 만화 영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편, 만화 전체의 흐름을 잇는 가장 중요한 사건이자 결말이기도 할 사건은 바로 고교생 신이치가 정체 모를 ‘검은 조직’에게 공격을 받은 후 초등생의 몸으로 변해 코난으로 활동하게 된 것. 그렇게 20년 넘게 어린이의 몸을 유지 중인 코난의 통쾌한 복수를 기다렸을 팬들에게 작년 국내 개봉한 극장판 코난 20기 <순흑의 악몽> 편은 극장판으로는 처음으로 ‘검은 조직’과 관련된 이야기를 드러내며 사건의 해결을 향한 기대감을 모았다. 그리고 오는 2월 8일, 코난 20주년을 기념하여 제작한 스페셜 극장판 <에피소드 원 - 작아진 명탐정> 편이 개봉한다. 말그대로 앞서 언급한 코난 시리즈 최초이자 최대 사건을 다시 한 번 짚어보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사건은 곧 해결되는 걸까? 하지만 올해 4월 극장판 코난 21기 <진홍의 연가> 편이 일본에서 개봉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으니 성급한 추측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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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폭풍수면! 꿈꾸는 세계 대돌격>

Crayon Shin-chan: Fast Asleep! Dreamingㅣ2016ㅣ감독 다카하시 와타루

어리다고 만만하게 보지 말 것! 앞서 언급한 애니메이션 주인공 중 가장 어린 다섯 살 짱구는 사실 1990년생, 올해로 스크린 데뷔 24년차로 일본뿐만 아니라 국내외 애니메이션 계를 통틀어도 단연 ‘간판급’ 선배다. 원작자 우스이 요시토의 연재로 시작한 만화 <크레용 신짱>은 국내에서는 <짱구는 못말려>(이하 ‘짱구’)라는 이름으로 만화책, TV 만화, 과자, 장난감, 의류 따위 ‘어린이’들의 영역에서 여전히 전설적인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하지만 극장판은 어른들에게 더 많이 회자되기도 한다. 예컨대 1993년 처음 제작된 극장판 1기 <액션가면 VS 하이구레 마왕> 편의 명대사, “하이구레! 하이구레!”는 한때 어린이였던 어른들이 더 많이 말했을 대사다.

무엇보다 극장판 짱구가 유독 어른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추억에서 비롯한 즐거움뿐만 아니라, 유치하지 않은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기 때문. 극장판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교훈적인 대사들은 다 큰 어른들의 심금을 울렸다. 그중에서도 특히 많은 팬들이 ‘가장들을 위한 영화’라 부르며 극장판 중의 명작이라 꼽는 <정면승부! 로봇아빠의 역습>(2014) 편의 연출을 맡았던 다카하시 와타루 감독이 올해 다시 짱구와 함께 돌아왔다. 이번에는 예측불허, 좌충우돌 짱구의 상상력이 무궁무진한 꿈의 세계에서 더욱 화려하게 펼쳐질 예정이다. 뻔하지만 마땅한 멘트, “참을 수 없는 웃음과 감동”이 1월 25일 극장에서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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