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딕 소설은 기이한 전설과 유령 등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사건을 통해 독자에게 불안과 긴장, 공포를 경험하게 하고 이런 감정을 해소시켜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키는 문학의 한 장르라고 정의할 수 있다. 19세기 후반 영국에서 크게 발전하여 많은 인기를 끌었으며 후에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브람 스토커, 에드거 앨런 포 등 여러 작가의 작품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고딕 소설의 효시로는 보통 호레이스 월폴(Horace Walpole)의 <오트란토 성(The Castle of Otranto)>을 꼽는다. 이는 소설 제2판의 부제가 ‘고딕 이야기’라고 붙어있는 데서 기인한다. 또한 고딕물의 이야기가 주로 고딕 양식의 오래된 건물을 배경으로 하기에 붙여진 이름이기도 하다. 유명한 고딕 소설 3편을 소개한다.

*아래에는 소설 내용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 <오트란토 성(The Castle of Otranto)>

만프레드의 아들 콘라드가 거대한 투구에 깔려 죽는 첫 장면을 그린 삽화 via ‘standrewsrarebooks’ 

스토리

<오트란토 성>은 오트란토 영주이자 폭군인 ‘만프레드’와 그의 가족이 겪는 이야기를 그렸다. 아이를 낳다가 부인이 죽자 괴로움 때문에 십자군 원정을 떠난 ‘프레드릭’ 후작의 딸 ‘이사벨라’와 자신의 아들이자 후계자인 ‘콘라드’를 결혼시키려 했던 만프레드는 결혼식 당일 콘라드가 거대한 투구에 깔려 죽자 자신이 이사벨라와 결혼하려 한다. 이사벨라는 지하 통로를 통해 성 밖에 있는 수도원으로 도망가고, 이를 도와준 젊은 농부는 붙잡힌다. 수도원으로 도망친 이사벨라를 도와준 수도원장은 원래 이탈리아 한 지방의 대공이었고 아내와 아들을 해적에 빼앗긴 슬픔에 모든 지위를 내려놓고 수도원으로 오게 된 것이다. 그는 몰랐지만 젊은 농부는 사실 그의 아들이었다. 만프레드의 딸 ‘마틸다’는 농부를 구하고 서로 사랑에 빠진다. 숲으로 도망치던 농부는 이사벨라를 쫓아가는 기사와 싸우다 기사에게 상처를 입힌다. 그러나 기사는 알고 보니 십자군 원정에서 돌아온 이사벨라의 아버지 프레드릭 후작이었다. 사실 만프레드는 자신이 정당한 영주가 아니었고 남의 자리를 찬탈한 것이었다. 소설은 결국 정당한 후계자가 오트란토 영주의 칭호를 물려받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호레이스 월폴

호레이스 월폴은 내각 책임제를 창시한 영국의 첫 수상 로버트 월폴 경의 넷째 아들로 태어나 케임브리지 대학을 졸업했다. 고딕풍 건축에 관심이 많았고 실제로 런던 서쪽 교외에 ‘스트로베리 힐’이라는 고딕풍 대저택을 짓고 고딕 취미에 심취하였다. 최근에 수리를 했지만 매우 잘 보존되어 있는 이 저택은 현재 외부인들에게 개방되어 있다. <오트란토의 성>이 발표되었을 때 세간의 반응을 염려한 월폴은 초판을 필명으로 출간하였고 16세기 이탈리아 작품을 번역한 것이라고 대중을 속였다. 이듬해 이 책의 재판을 출간하면서 자신의 작품임을 알렸다.

Strawberry Hill House via ‘Victorianweb’ 

 

 

2. <우돌포의 비밀(The Mysteries of Udolpho)>

소설 <우돌포의 비밀> 삽화 via ‘regency history’ 

스토리

고딕 소설, 그중에서도 고딕 로맨스의 차원을 높인 작품으로 오늘날까지도 고전으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많은 모방 작품을 양산하였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고아가 된 주인공인 ‘에밀리 세인트오버트’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지만 에밀리의 재산에 탐이 났던 이모의 새 남편이자 후견인인 ‘몬토니’에 의해 우돌포 성에 갇힌다. 우돌포에서의 삶은 공포와 긴장의 연속으로, 그는 몬토니의 사악한 음모에 대항하는 한편 정신적으로 무너지지 않도록 자신과도 끊임없이 싸워야만 한다. 또한 성안에서는 여러 기이한 현상들이 일어나서 그를 더욱 공포에 떨게 한다. 그러나 결국 성안의 하인과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탈출하여 재산도 지키고 사랑하는 사람과도 재회하게 된다. 작가 래드클리프가 의도하지는 않은 듯하지만 소설 전반에 걸쳐 여성의 독립이 얼마나 중요한지 암시하고 있어 페미니즘적인 요소도 녹아 있다. 연약한 에밀리가 성에 갇힌 후 자신을 잠식하는 공포와의 싸움에서 결국 의지와 노력으로 몬토니를 물리치고 탈출한다는 스토리가 충분히 페미니즘 소설로도 분류될 수 있을 것이다.

앤 레드클리프

앤 래드클리프는 결혼 이후에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아내의 자질을 발견한 남편의 격려에 의해 작가로서의 길을 선택하게 된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출판했으나 차츰 소설이 인기를 얻으면서 래드클리프의 이름 또한 알려지기 시작했고, 1794년 세 번째 작품 <우돌포의 비밀>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작가로서의 명성을 확고히 할 수 있었다. 마지막 소설 이후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살게 된 래드클리프는 더 이상 글을 쓰지 않고 남편과 함께 영국의 여러 지역을 여행하며 조용한 삶을 살았다. 그에 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는데 이는 대중에게 거의 드러내지 않고 매우 개인적인 삶을 살았던 것에서 기인한다. <오만과 편견>의 작가 제인 오스틴은 <우돌포의 비밀>을 읽고 강한 인상을 받아서 그의 책 <노생거 사원>에서 주인공 ‘캐더린’이 즐겨 읽는 책으로 이 책을 설정한다.

 

 

3. <레베카(Rebecca)>

스토리

1939년에 영국 소설가 대프니 듀모리에에 의해 출간되었다. 책에는 화자인 ‘나’로 시작되는 인물이 기술한 이야기이지만 끝내 그의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우연히 만난 ‘맥심 드 윈터’라는 남자는 1년 전 ‘레베카’라는 이름의 아내가 물에 빠져 죽고 상심에 빠져 있다. 그를 사랑하게 된 ‘나’는 결국 결혼하게 되고 그의 집인 맨덜리 저택으로 오게 된다. 하지만 저택에 머물면서 ‘나’는 아직도 온 집안을 휘감고 있는 레베카란 인물의 자취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레베카를 어릴 때부터 돌봤던 ‘덴버스 부인’ 때문에 더욱 그를 의식하게 되며 남편인 맥심도 ‘나’를 진짜 사랑하는지 의심스럽다. 얼마 후 난파된 화물선이 구조되는 과정에서 레베카가 탔던 보트가 인양되고 놀랍게도 이미 가족 묘지에 묻혀 있다던 레베카가 그 안에서 시신으로 발견된다. 이 소설은 영화와 뮤지컬로 만들어져 많은 사랑을 받았고 또 지금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영화는 1940년에 로렌스 올리비에와 존 폰테인 주연으로 그 유명한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제작한다. 뮤지컬은 2006년 미하일 쿤체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최근 한국에서도 절찬리에 공연되었다.

영화 <레베카>의 한 장면, 주인공 나와 덴버스 부인 via ‘gothic.stir’ 
한국에서 공연된 뮤지컬 <레베카> 포스터
다시 영화화되는 <레베카>는 넷플릭스에서 2019년 하반기에 방영될 것으로 보인다. 출연을 확정한 배우 릴리 제임스(좌)와 아미 해머(우) via ‘Variety’ CREDIT: SHUTTERSTOCK 

대프니 듀 모리에

1907년생으로 부모가 다 배우였고 조부는 유명한 만화가이자 소설가였다. 그의 작품은 지금까지 50여 차례나 영화, 뮤지컬, 드라마 등으로 만들어졌다.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원한 뮤즈로도 알려져 있다. 히치콕의 영화 <새>의 모티브도 대프니 듀모리에의 원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1938년에 발표한 <레베카>는 지난 80여 년간 단 한 차례도 절판된 적이 없는 명실상부한 베스트셀러이다. 작가는 콘월주에서 대부분 인생을 보냈다.

 

 

메인 이미지 영화 <레베카>(1940) 스틸컷

 

Wri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