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이런저런 이유들로 비행기를 타야 할 일들이 생기곤 한다. 사람에 따라서 횟수가 많기도, 적기도 하지만 어쨌건 인간은 과거에는 상상도 못한 속도로 여러 나라를 오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여러 나라를 방문한 경험에 대해서는 수없이 털어놓는 반면, 그 나라를 가기 위해 꼭 거쳐야만 하는 공항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적게 이야기하는 것 같다. 나라마다 제각각의 특색과 분위기를 지닌 것이 공항이지만, 목적지가 아님에도 반드시 거쳐 가야 하는 장소라는 점에서 공항은 중간 기착지 특유의 부유감이 공통으로 존재한다. 떠다니는 듯한 분위기에 어울리는 일렉트로니카 음악들을 들으며, 새로운 여행을 떠나보는 기분을 누려보자.

 

Moby

모비(Moby)는 1965년생으로 1990년대 데뷔한 이래 현재까지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미국의 일렉트로니카 뮤지션이다. 국내에서는 다소 인지도가 낮은 편이지만, 수없이 많은 영화에 음악으로 참여한 이력이 있기에 그의 음악만큼은 귀에 익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Porcelain’은 당시 젊은 나이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을 맡고, 태국 피피섬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한 영화 <비치>(2000)의 사운드트랙으로도 유명하다. 모비가 직접 보컬로 나서 속삭이듯 노래를 부르고 따뜻한 건반 소리와 신스패드 소리를 적절하게 활용한 이 곡으로, 그의 서정성이 잘 드러난다. 이별에 대해 이야기하는 화자의 심리를 ‘도자기(Porcelain)’에 비유한 점이 독특하며, 노래를 듣다 보면 당장이라도 캐리어를 끌고 어딘가로 떠나야 할 것만 같은 박진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Moby ‘Porcelain’ MV

새파란 눈동자를 마치 하나의 우주와도 같이 촬영한 뮤직비디오 역시 하나의 작품으로서 보는 재미를 충족한다. 이 곡은 영화뿐 아니라 폴로, 폭스바겐 등 다양한 광고 음악으로도 널리 쓰였다.

 

Goldfrapp

골드프랩(Goldfrapp)은 앨리슨 골드프랩(Alison Goldfrapp)과 윌 그레고리(Will Gregory)가 1999년 결성한 영국의 일렉트로니카 듀오다. 20대 초반부터 연주 활동과 미술 공부를 함께 하던 앨리슨 골드프랩은 트립합의 대표적인 뮤지션 트리키(Tricky)의 게스트 보컬리스트로 활동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그러다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인 윌 그레고리와 만나면서 ‘골드프랩(Goldfrapp)’을 팀명으로 결정하고 함께 본격적인 듀오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Goldfrapp ‘Let it Take You’

2000년 데뷔 앨범 <Felt Mountain>을 낸 이래로 2017년 일곱 번째 정규 <Sliver Eye>를 내기까지 이들은 꾸준히 정규 앨범을 발표해왔다. 정규 3집 앨범 <Supernature>에 실린 ‘Let it Take You’는 그들의 대표곡은 아니지만, 차분하게 가라앉은 건반 소리와 앨리슨 골드프랩 특유의 고혹적인 보컬이 환상적으로 어우러진 곡. 바다가 자신을 어딘가로 데려가 주길 원하는 노래 속 이야기와도 어울리는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Goldfrapp ‘Anymore’ MV

2017년 발표한 정규 앨범 <Sliver Eye>의 첫 번째 싱글 ‘Anymore’는 이전보다 더욱 세련된 사운드와 넘치는 에너지가 돋보이는 트랙. 한편 골드트랩의 또 다른 장점이기도 한, 환상적인 이미지 연출이 두드러지는 뮤직비디오 역시 인상적이다.

 

The Chemical Brothers

어린 시절부터 동급생이었던 영국 맨체스터 출신의 톰 로랜스(Tom Rowlands)와 에드 시먼스(Ed Simons)가 1989년 결성한 케미컬 브라더스(Chemical Brothers)는 국내에서는 별명처럼 ‘화확형제’라고 불리기도 하는 일렉트로니카 듀오다. 1995년 첫 번째 정규 앨범 <Exit Planet Dust>를 발표하며 데뷔한 이래로, 대부분의 정규 앨범을 UK 차트 1위에 올리는 한편, 그래미 어워드에서 두 차례의 최우수 일렉트로닉/댄스 앨범 부문 수상을 하는 등 인기와 실력을 동시에 인정받으며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The Chemical Brothers ‘Wide Open’ (feat.Beck) MV

2015년 5년 만에 발매한 정규 앨범 <Born in the Echoes>는 발표 당시 영국의 매체 텔레그라프에서 “설탕 범벅 EDM에 비하면 이들의 음악은 헤비메탈”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타이틀 넘버 ‘Wide Open’은 제목 그대로 넓고 아득하면서도 현대적인 공간인 ‘공항’과 꼭 어울리는 분위기가 담겼다. 곡의 뮤직비디오는 피쳐링으로 참여한 실력파 뮤지션 벡(Beck)의 목소리와 독특한 춤, CG 효과로 많은 주목을 얻기도 했다. 여러 가지 면에서 케미컬 브라더스만의 특색이 잘 담겨있는 대표곡으로 꼽기에 손색이 없다.

The Chemical Brothers ‘Free Yourself’ MV

2018년 11월, 가장 최근 발매한 ‘Free Yourself’는 CG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로봇들이 춤을 추는 장면을 구현해 낸 뮤직비디오와 특유의 사운드가 고스란히 살아있는, 반가운 싱글이다.

 

Charlotte Gainsbourg

프랑스의 대표적인 배우 제인 버킨과 싱어송라이터 세르쥬 갱스부르에게서 태어난 샤를로트 갱스부르. 그는 국내에서는 ‘프렌치 시크’를 떠올리게 하는 패션 아이콘으로도 유명하지만, 그 전에 15살에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귀여운 반항아>(1985)를 통해 배우로 데뷔하고, 그 이전인 13세에는 아버지 세르쥬 갱스부르와 함께 부른 ‘Lemon Incest’로 이미 가수 데뷔하는 등 어린 시절부터 이미 다양한 창작 활동에 참여하며 커리어를 쌓아온 배우이자 뮤지션이다.

Charlotte Gainsbourg ‘Rest’ MV

1986년 16세의 나이에 아버지 세르쥬 갱스부르가 프로듀싱을 맡은 첫 데뷔 앨범 <Charlotte for Ever>를 발표한 이후 긴 공백기를 가지다가 2006년 무려 20년 만에 자신만의 색채가 담긴 두 번째 정규 앨범 <5:55>를 내며 음악 활동을 재개한다. 묘하게 고급스러우면서도 멜랑콜리한 목소리와 분위기로 일렉트로니카를 기반으로 한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2017년 폴 매카트니와의 협업으로 다섯 번째 정규 앨범 <Rest>를 발표하였으며, 이전보다 조금 더 중성적인 이미지가 두드러지는 모습을 선보였다.

Charlotte Gainsbourg ‘Such A Remarkable Day’ MV

얼마전 2018년 12월 18일 발매된 EP <Take 2>에 수록한 ‘Such A Remarkable Day’. 이전과는 또 다른 그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곡이다.

 

Writer

서울에서 살아가는 생활인이자,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노래로 지어 부르고, 여기가 아닌 어딘가 다른 낯선 세상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는 작업자. 다른 사람들의 작업을 보고, 듣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유유'는 한자로 있을 '유'를 두 번 써서 '존재하기에 존재한다'는 뜻으로 멋대로 사용 중. 2018년 9월부터 그동안 병행 해오던 밴드 '유레루나' 활동을 중단하고, 솔로 작업에 더 집중하여 지속적인 결과물들을 쌓아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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