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깨우는 로파이 사운드, 음악을 대하는 인물들의 순수하고 진지한 열정, 뜻밖의 노래 실력을 선보이는 배우들까지. 밴드 이야기는 늘 흥미로운 영화 소재 중 하나다. 기억에 남는 영화 속 가상 밴드들을 모아봤다.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의 소닉 데스 멍키

<스쿨 오브 락> 스틸컷

코미디 배우 잭 블랙이 출중한 실력의 뮤지션이기도 하다는 것은 이제 많은 사람이 아는 사실이다. 잭 블랙은 자신이 실제로 활동 중인 밴드 ‘터네이셔스 D’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터네이셔스 D>(2006)에 출연해 물 만난 고기처럼 열정적인 연기를 펼치기도 했다.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스틸컷

하지만 잘 알려진 <스쿨 오브 락>(2003)이나 <터네이셔스 D> 이전, 그는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에서 먼저 깜짝 노래 실력을 뽐낸 바 있다. 레코드 가게 점원 ‘배리’(잭 블랙)가 자신의 밴드 ‘소닉 데스 멍키(Sonic Death Monkey)’를 결성했다는 얘기를 허풍이라고 생각하던 주인공 ‘롭 고든’(존 쿠삭)이, 영화 말미 마빈 게이의 ‘Let’s get it on’을 열창하는 배리의 실력을 보고 깜짝 놀라는 장면이 재미있다.

소닉 데스 멍키 ‘Let’s get it on’,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영화 장면
마빈 게이 ‘Let’s get it on’ 라이브 영상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와이키키 브라더스

작은 도시나 시골 밤무대를 전전하는 삼류 밴드 멤버들의 사그라드는 꿈과 고된 현실을 그린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 영화 줄거리는 실존하는 재야의 기타리스트 최훈의 경험담을 모티프로 삼았지만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원작 소설에서 처음 쓴 가상의 이름이었다.

과거의 와이키키 브라더스와 현재의 와이키키 브라더스가 서글프게 교차하는 이 영화에서 누군가는 슬픈 현실을, 다른 어떤 이는 삶의 작은 희망을 발견한다. 박해일은 주인공 ‘성우’(이얼)의 아역 시절을 맡아 7080을 대표하는 노래들을 힘 있고 담백하게 소화했다. 뷰렛의 보컬인 문혜원이 성우의 첫사랑인 ‘인희’ 역을 맡기도 했다.

세상만사 - 박해일(와이키키 브라더스 OST)

 

 

<린다 린다 린다>의 파란 마음

<린다 린다 린다>는 당시 청춘스타였던 배두나가 일본 영화의 주연을 맡아 작은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펑크록 밴드 ‘블루 하츠(The Blue Hearts)’의 데뷔곡 ‘Linda linda’를 모티프로 삼은 영화로, 블루 하츠는 우리로 치면 크라잉넛에 비교할 수 있는 1980년대 일본 밴드 붐의 시초가 된 전설적인 밴드다.

문화제를 며칠 앞두고 주요 멤버들이 탈퇴해 공연을 못 하게 될 위기에 처한 고등학교 밴드부가, 지나가던 어리바리한 한국인 유학생 ‘송’을 영입하고 ‘파란 마음’을 결성해 무대에 오른다. 보컬 캐릭터는 원래 일본인이었지만 감독이 생뚱맞게 배두나 캐스팅을 제안했고, 이에 모든 제작진이 찬성해 각본이 뒤늦게 수정됐다고 한다. 파란 마음의 노래에는 오늘날 일종의 클리셰가 된 영화 속 스쿨 밴드의 매력이 풋풋하게 담겨 있다.

파란 마음 ‘Linda linda linda’ 영화 장면
블루 하츠 ‘Linda linda’

 

 

<스콧 필그림 >의 섹스 바-밤

<새벽의 황당한 저주>(2004), <베이비 드라이버>(2017)를 연출하고, <앤트맨>(2015)의 각본을 맡기도 했던 에드거 라이트의 음악 사랑과 덕력이 잘 묻어나는 이 작품에는 이름부터가 농담 그 자체인 밴드 ‘섹스 바-밤(Sex Bob-Omb)’이 등장한다. 영화 줄거리는 섹스 바밤에서 베이스를 연주하는 지질한 주인공 ‘스콧 필그림’이 어느 날 꿈의 이상형 ‘라모나’를 만나게 되고 라모나의 전 애인 7명과 갑자기 대결을 펼친다는 황당한 내용이다.

<스콧 필그림> 스틸컷 via IMDB

코믹스 원작의 느낌을 차용한 덕분에 영화의 구체적인 스토리 전개나 화면 연출이 무척 독특하다. 섹스 바밤과 상대 밴드가 연주를 통해 번개와 광풍을 일으키며 무용을 겨루고, 스콧 필그림의 가슴에서 뜬금없이 무기가 솟아나는 식이다. 하지만 최고의 반전은 팝 펑크, 개러지 록, 이모(emo) 사운드를 두루 소화하는 섹스 바밤의 노래가 무척 신나고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는 점이다.

섹스 바-밤 'We are Sex Bob-Omb' MV
섹스 바-밤 ‘Threshold’ MV

 

 

<프랭크>의 소론프르프브스

소론프르프브스(Soronprfbs)는 영화 <프랭크>에 등장하는 가상의 밴드다. 음악에 대한 열정은 있지만 자기 음악에 만족하지 못하는 ‘존’(도널 글리슨)이 ‘프랭크’(마이클 패스벤더)가 이끄는 소론프르프브스에 들어가 벌이는 좌충우돌 이야기가 영화의 주된 스토리.

프랭크의 괴짜다우면서도 천재적인 면모를 부각하기 위해 소론포르프브스의 음악과 퍼포먼스는 1960년대 사이키델릭 록과 프로그레시브 록을 연상시키는 난해하고 실험적인 장치들로 가득하다. 주인공 프랭크의 이름은 코미디언 크리스 시비(Chris Sievey)의 무대 활동명 프랭크 사이드보텀(Frank Sidebottom)에서 따왔다. 프랭크 사이드보텀은 영화 속 프랭크처럼 커다란 탈을 쓴 채 밴드 더 프레시스(The Freshies)를 이끌었다.

소론포르프브스 ‘Secure the Galactic Perimeter’
프랭크 사이드보텀 퀸 메들리 라이브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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