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동화작가 샤를 페로(Charles Perrault)의 동화집 <옛날 이야기>(1697)에 수록된 ‘빨간 모자’(Red Riding Hood) 이야기는 호의를 베푸는 수상한 사람을 조심하라는 메시지를 아이들에게 전한다. 빨간 후드를 입은 어린 소녀가 사람으로 변장한 늑대에게 집을 가르쳐주자 늑대가 집에 먼저 가서 할머니를 잡아먹고 할머니처럼 변장하고 있다가 뒤늦게 돌아온 소녀마저 잡아먹는다는 잔혹 동화다. 이 얘기는 오늘날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 뮤지컬에 다양하게 차용되었는데, AFI(American Film Institute)의 졸업생 클로에 오쿠노(Chloe Okuno)가 제작한 <SLUT> 역시 그중 하나다.

단편 호러 <SLUT>(2014)

한적한 마을에 사는 16세의 ‘매디’(Maddy)는 외딴집에서 거동이 힘든 할머니를 보살피는 착한 소녀다. 어느 날 롤러장에서 만난 또래의 이성에게 관심을 보이지만, 그들은 대부분 소녀의 촌스러운 차림새를 놀리기만 한다. 한 남자만은 예외였지만, 그는 ‘헤픈 여자’들을 골라 살해하는 사이코패스 살인자였다. 그는 매디 또한 살해하기 위해 침입하지만 의외의 반전이 일어나며 최후를 맞는다. 이 애니메이션은 Screamfest 2014에서 최우수 학생단편상을 받았고, 이어서 아틀란타, 라스베가스 영화제 등에서10여 개의 상을 받은 화제작이 되었다.

프랑스 화가 Fleury-Richard의 <Little Red Riding Hood>(1820 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