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니(Journey)는 1973년에 샌프란시스코에서 결성된 5인조 록밴드로, 앨범 <Escape>(1981), <Frontiers>(1981)가 연이어 대박을 터트리며 1980년대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이들이 판매한 음반은 약 7천 5백만 장에 이르며 역대 미국 밴드 중 다섯 번째로 높은 인기를 누렸다(USA Today Poll, 2005). 저니의 인기를 지탱한 두 축은 스티브 페리(Steve Perry)의 고음역 보컬과 닐 숀(Neal Schon)의 화려한 기타 연주였다.

<Escape>에 수록한 파워 발라드 ‘Open Arm’. 빌보드 2위에 6주간 머무른 히트곡이다

밴드의 새 보컬리스트로 뒤늦게 합류한 스티브 페리는 팝 스타일과 넓은 음역의 보컬로, 원래 프로그레시브 록을 추구하던 저니의 음악적 방향성을 바꿔놓았다. 그가 합류한 음반 <Infinity>(1978)부터 저니의 음악은 라디오 전파를 자주 타며 음반 판매량도 급격히 상승하면서 전성기를 맞았다.

전성기 시절의 스티브 페리(좌)와 닐 숀(가운데)

한동안 흩어졌던 전성기 시절의 저니 멤버들이 다시 결합하여 활동을 재개할 무렵이던 1997년 여름, 스티브 페리는 하와이에서 하이킹을 즐기다가 엉덩이 부위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고 수술을 주저하여 타이밍을 놓치는 바람에 2년 동안 노래를 부를 수 없게 된다. 마냥 기다릴 수 없던 저니의 옛 동료들은 이듬해 새로운 보컬리스트를 영입하게 되고, 그 후로 스티브 페리는 저니와 결별하고 자신만의 활동에 나서게 된다.

<Escape>에 수록한 두 번째 싱글 ‘Don’t Stop Believin’’은 7백만 장을 판매하였다

스티브 페리는 프로야구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열렬한 팬이다. 2005년에는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저니의 히트곡 ‘Don’t Stop Believin’’을 비공식 팀 곡으로 선정하고 그를 월드시리즈 경기에 초청하여 챔피언이 된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위해 축하곡을 불러 주었다. 하지만 스티브 페리는 자신의 홈팀이 아닌 다른 팀을 위해 축하곡을 부른 것이 몹시 아쉬웠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2010년, 2012년, 2014년에 연이어 우승하며 기회가 왔다. 그는 월드시리즈 경기에 어김없이 구장에 나타나 관중들의 싱어롱을 주도하며,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월드시리즈의 싱어롱을 주도하는 스티브 페리(2014)

멤버들이 교체되며 명맥을 유지하던 저니는 2015년에 전성기 멤버들이 다시 뭉쳤지만, 암 수술을 받으며 솔로 활동을 모색하던 스티브 페리만은 빠졌다. 2017년에는 저니가 로크롤 명예의 전당에 헌정되면서 그는 오랜만에 저니의 예전 동료들과 함께 기념행사에 참여했다. 그는 무대에 나서 감사의 인사를 남겼지만, 저니의 현재 보컬리스트를 배려하여 축하 공연에는 나서지 않았다.

스티브 페리의 솔로 앨범 <Traces>(2018)에 수록한 ‘No Erasin’’

그의 보컬은 ‘The Voice’라는 애칭으로 알 수 있듯 정평이 나 있다. 퀸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는 “정말로 빛이 나는 목소리”라며 감탄했고, 한 음반사 관계자는 “파워, 음역, 톤 모두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병마와 싸우며 무대를 떠났던 그가, 올해 10월에 24년 만에 솔로 앨범 <Traces>를 발표하여 빌보드 톱 10에 올리며 녹슬지 않은 실력을 과시했다.


스티브 페리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