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 이브>는 2018년 4월에 방송된 BBC America의 스파이 드라마다. 루크 젠닝스(Luke Jennings)의 단편 연작 <코드네임 빌라넬>을 바탕으로, 영국정보국 요원 ‘이브’(산드라 오)와 독특한 성격의 전문 킬러 ‘빌라넬’(조디 코머) 사이의 쫓고 쫓기는 추격을 담은 8부작 드라마다. 올해 4월에 방송되자 마자 극찬에 가까운 평가를 받았고, 2018년 최고 드라마 순위 상위권을 점하며 바로 시즌 2 제작에 돌입했다. 주연 산드라 오는 이 작품으로 제76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드라마 <킬링 이브> 예고편

 

스파이의 고정관념을 비튼 캐릭터

<킬링 이브>는 명확히 스파이 드라마 또는 액션 드라마로 분류하기도 어렵다. 오히려 블랙 코미디, 심리 드라마 또는 페미니즘 드라마라 부를 만하다. 우선 이브는 총으로 무장하고 현장을 누비는 정보요원이 아니라, 범죄심리학을 공부하고 정보국에서 일하지만 일반 사무직원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일을 한다. 빌라넬은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전문 킬러로 양심의 가책없이 살인을 저지르지만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그런 두 사람이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이면서 상대방에 묘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두 사람 모두 겉으로는 스파이를 직업으로 하나 전혀 스파이 같지 않고, 상대의 존재에서 따분한 일상을 탈피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 시작한다.

이브와 빌라넬의 비정상적 관계를 그린 편집 영상

 

산드라와 이브의 케미스트리

<그레이 아나토미>에서의 열연으로 에미 조연상을 받은 산드라 오(Sandra Oh)는 <킬링 이브>의 스크립트를 읽어본 뒤 강력하게 끌렸으나 자신의 캐스팅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원작의 ‘이브’는 자신과 같은 아시아계가 아니라 백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동안 맡았던 할리우드 백인 주인공의 동양계 친구라는 정형화된 배역에 신물이 나던 차에, 주연으로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레이 아나토미>로 에미 조연상을 타고, 이후 4년 동안 많은 캐스팅 요청을 받았지만, 제대로 된 배역이 없어 고민하던 와중에 기쁜 소식이었다. 그 결과 산드라 오는 중요한 회의에 자주 늦고, 동료의 빵 한조각에 집착하고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이브’ 캐릭터를 제대로 소화하며 호평을 한 몸에 받았다. 다른 배우들처럼 자신이 출연한 영상을 잘 보지 않는 그이지만, 이 드라마 만은 예외였다. 그만큼 산드라 오와 이브는 잘 맞아 떨어진 캐스팅이었다.

YTN에서 보도한 산드라 오 영상

 

시즌 2로 이어지는 긴장의 끈

<킬링 이브>는 로튼토마토 97%의 높은 평점을 받았고, <타임>지가 선정한 2018년 최고의 드라마로 꼽혔다. BBC America는 첫 시즌이 방영되기도 전에 시즌 2 제작에 돌입했다. 시즌 2의 주요 배역은 그대로 이어가되, 내용은 원작과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지금까지 일체의 줄거리가 알려지지 않은 채, “이브와 빌라넬이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두 사람의 쫓고 쫓기는 관계가 이어질 것이며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라는 원론적이고 무의미한 기사만 보도되었을 뿐이. 현재 런던, 파리, 암스테르담에서 촬영이 진행 중이다.

<킬링 이브> 시즌 2의 티저 영상

<킬링 이브>는 2018년 고담어워즈와 텔레비전비평가상에서 드라마상을 받으며 가볍게 첫 테이프를 끊었다. 산드라 오는 아깝게 에미상 주연상 수상을 놓쳤지만 2019년에 골든글로브상에 다시 후보로 올랐다. 30년 만에 그에게 찾아온 기회 <킬링 이브>가 생애 최초의 드라마 주연상을 그에게 선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킬링 이브> 주제곡 ‘Killer Shangri-Lah’ (Psychotic Bea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