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사 영화 <라이온 킹> 예고편이 화제다. 털 한 올 한 올 실감 나는 무수한 동물들이 사바나 평원을 가로지르는 티저 장면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라이온 킹> 예고편

동물 실사 영화는 <라이온 킹>이 처음이 아니다. <라이온 킹> 감독 존 파브로는 이미 2016년 개봉한 <정글북>에서 실사 영화를 연출했다. <정글북>과 시기가 겹쳐 개봉이 미뤄졌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모글리: 정글의 전설>(이하 <모글리>) 역시 동물 실사 영화다. <정글북>과 <모글리>는 1894년 영국 작가 러디어드 키플링이 쓴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정글에서 살아남은 늑대 소년의 이야기를 각자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 두 작품을 비교해보자.

<정글북> 포스터
<모글리: 정글의 전설> 포스터

 

CG와 모션 캡처로 그려낸 정글 세계

<정글북> 스틸컷
<정글북> 촬영 장면

<정글북>에서 주인공 ‘모글리’(닐 세티)를 제외한 나머지 정글 배경과 동물들은 모두 CG다. <정글북> 제작진은 정글과 동물을 CG로 세밀하게 구현하기 위해 실제 정글에서 10만 장의 사진을 촬영했으며, 70여 종이 넘는 동물의 털과 근육, 피부를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프로그램까지 개발했다고 한다. 모글리의 절친으로 나오는 곰 캐릭터 ‘발루’는 CG로 제작 당시 큰 몸집에 미세한 털이 너무 많아 프레임당 렌더링하는 데 5시간이 걸렸다고 전해진다. 존 파브로는 동물 실사 영화 <정글북>을 만들면서 실제 동물을 전혀 해치지 않은 공으로 세계적인 동물보호단체 PETA로부터 혁신 영화상을 받기도 했다.

<정글북> 예고편
<모글리> 스틸컷
<모글리>의 모션 캡처 연기를 하는 배우들
<모글리>의 모션 캡처 연기를 하는 배우들

<모글리>를 연출한 앤디 서키스는 <반지의 제왕> <호빗>에서 ‘골룸’ 역을, ‘혹성탈출’ 시리즈에서 ‘시저’ 역을 열연했던 모션 캡처 전문 배우다. 그래서 그런지 그가 만든 <모글리>는 CG보다 모션 캡처 기술이 더욱 강조된 영화다. 이 영화에서 모글리는 인간이자 늑대라는 이중 정체성 때문에 불안정한 내면을 지닌 아이로 등장하는데, 그와 호흡하는 동물들도 복잡한 감정을 가진 캐릭터로 표현된다. 따라서 <모글리>는 동물들의 모습을 실제와 가깝게 구현하기보다 동물들에게 인간적인 표정이나 행동을 부여한다. 크리스찬 베일, 케이트 블란쳇, 베네딕트 컴버배치 등 연기력이 탄탄한 배우들이 단순 더빙이 아닌 모션 캡처 배우로 이 영화에 참여한 이유다.

<모글리: 정글의 전설> 예고편

 

늑대와 인간 사이의 경계인, 모글리

<정글북> 스틸컷
<정글북> 스틸컷

<정글북>과 <모글리> 두 작품에서 유일하게 실제 배우로 등장하는 주인공 모글리. <정글북>의 모글리는 꾸밈없고 유쾌하다. 늑대와 함께 자랐지만 인간이라는 이유로 늑대 사회에서 배척당해도 쉽게 주눅 들지 않는다. 디즈니 영화 속 주인공답게 어떤 말을 들어도 자기 생각을 당당히 이야기하고, 도구를 만들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적극 활용한다. 정글의 무협자 ‘시어칸’을 피해 도망 다니는 상황에서도 발루 배 위에 올라타 유유자적 노래를 부르는 모글리 모습은 <정글북>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암시한다. 존 파브로 감독 의도대로 이 영화는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가족영화”다.

<모글리> 스틸컷
<모글리> 스틸컷

모글리는 자신이 늑대와 다르다는 사실에 괴로워하는 아이다. 인간이기에 가질 수 없는 늑대의 본능을 부러워한다. 늑대 사회에서 배척당하는 상황은 모글리에게 열등감을 심어주지만, 한편으로는 모글리가 위협을 헤쳐나가도록 하는 동력이 된다. 늑대들을 가르치는 발루와 바기라한테 혹독히 교육받다가 상처 입는 모글리 모습은 감독 말대로 외로운 아웃사이더의 한 면모를 드러내기도 한다. <정글북>과 달리 냉철하고 현실적인 정글을 그린 <모글리>에서는 뮤지컬 장면과 노래 장면이 없다.

 

닮은 듯 다른 동물 캐릭터

바기라

<정글북> 바기라(좌), <모글리> 바기라(우)

흑표범 ‘바기라’는 부모 잃은 아기 모글리를 처음 발견해 늑대 사회로 데려가는 캐릭터다. 두 영화에서 바기라는 그의 후견인이자 그를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친구로 등장한다. 하지만 영화 <모글리>는 바기라한테 인간 사회에서 애완용으로 살았던 경험을 부여해 캐릭터를 좀 더 입체적으로 설정했다. <정글북>의 바기라는 <쉰들러 리스트> <아이언맨3>에 출연한 벤 킹슬리가, <모글리>의 바기라는 <다크 나이트> <빅쇼트>에 출연한 크리스찬 베일이 목소리 역을 맡았다.

 

발루

<정글북> 발루(좌), <모글리> 발루(우)

<정글북>과 <모글리>에서 ‘발루’가 맡은 역할은 각각 다르다. <정글북> 발루는 모글리가 늑대 사회에서 나와 방황할 때 만나는 친구로 곰돌이 푸처럼 꿀을 좋아하는 푸근한 캐릭터다. 발루는 모글리가 가진 도구 사용 능력을 인정해주며 그의 능력을 한껏 끌어올린다. 반면 <모글리>에서 발루는 늑대 사회에서 어린 늑대를 맹수로 훈련시키는 선생님으로 등장한다. 이 영화에서 발루는 모글리에게 엄격한 정글 속 규율 가르치지만 바기라와 함께 그를 보호하는 믿음직한 어른이기도 하다. <정글북>의 발루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문라이즈 킹덤>에 출연한 빌 머레이가, <모글리>의 발루는 이 영화의 감독 앤디 서키스가 목소리 역을 맡았다.

 

카아

<정글북> 카아(좌), <모글리> 카아(우)

비단뱀 ‘카아’는 영화에서 모글리를 기른 어미 늑대를 제외한 유일한 여성 캐릭터다. 1967년 디즈니 장편 애니메이션에서 카아가 수컷으로 등장했다면 <정글북> 감독 존 파브로는 처음으로 카아를 여성 캐릭터로 그렸다. <정글북>에서 카아는 모글리에게 최면술을 걸어 그를 잡아먹으려고 하는 위험인물로 등장하지만 <모글리>에서 그녀는 신성한 예언자로 모글리를 위협으로부터 지켜준다. 빌 버레이와 함께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에 출연한 스칼렛 요한슨이 <정글북>의 카아를, <캐롤>에 출연한 케이트 블란쳇이 <모글리>의 카아를 연기했다.

 

 

Writer

망원동에서 사온 김치만두, 아래서 올려다본 나무, 깔깔대는 웃음, 속으로 삼키는 울음, 야한 농담, 신기방기 일화, 사람 냄새 나는 영화, 땀내 나는 연극, 종이 아깝지 않은 책, 흥얼거릴 수 있는 노래를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