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박동기의 줄이 가늘게 떨리고, 병약해 보이는 아이가 홀로 침상에 누워있다. 아버지 같은 사람이 병실로 들어와 아이의 작은 손을 잡아주며 얼굴을 어루만진다. 동시에 다른 차원의 공간에서는 한 여자가 긴 머리를 휘날리며 무언가에 홀린 듯 춤을 추고 있다. 다시 병실로 화면이 바뀌고, 한 가닥의 털실이 공중 위로 빨려 올라간다. 아버지가 놀란 듯 이불을 거두고, 아이의 다리 부분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하는 것을 발견한다. 여자는 광기 어린 춤사위와 함께 줄을 점점 더 세게 잡아끈다. 아버지는 필사적으로 줄을 다시 당겨보지만 별다른 소용이 없는 듯 보이는데.

앨범 <La Petite Mort>의 'Moving On' MV

‘moving on’은 밴드 제임스(James)의 2014년 앨범 <La Petite Mort(어떤 죽음)>의 수록곡이다. 밴드의 보컬인 팀 부스가 어머니의 죽음을 경험하고 크게 느낀 바가 있어 만든 앨범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수록곡이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moving on’의 뮤직비디오는 밝고 경쾌한 멜로디 이면에 무거운 이별을 준비하는 가사를 완벽히 표현해냈다. 그것도 오로지 털실 하나로만. 뮤직비디오 속 한 가닥의 털실은 아마도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고리를 의미할 것이다. 죽음은 또 다른 시작이다. 그렇기에 모든 헤어짐은 가슴 아프도록 슬픈 동시에 눈부시게 아름답다.

제발 제가 나아가야 할 때 뒤를 돌아보게 하지 말아주세요
헤어짐이 찾아왔을 때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어도 힘을 주세요
이제 가방을 모두 챙겼어요, 그리고 돛대도 튼튼하고요

난 이제 떠나가는 길이예요
이제 곧 출발하게 될 거예요
작은 불빛을 남겨두고서요
작은 불빛을 남겨두고서요

밴드 제임스는 1982년 기타, 베이스, 드럼, 보컬로 구성된 4인조 밴드로 시작해 첫 정규앨범 <James>를 발표하며 처음 이름을 알렸다. 이후 'Sit Down', 'Come Home' 같은 명곡들을 쏟아내며 꾸준히 음악활동을 이어왔다. 2001년 앨범 <Please To Meet You>를 발표하고 잠정 해체했으나, 2008년 그룹을 재결성해 기다려준 팬들 곁으로 돌아왔다. 아래는 제임스 밴드의 최근 앨범인 <Girls at the End of the World>의 수록곡 ‘Nothing but love’ 뮤직비디오다. 단언컨대 가사, 멜로디, 영상 중 어느 한 곳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곡이다.

앨범 <Girls at the End of the World>의 'Nothing But Love' M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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