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개봉한 영화 <미쓰백>은 많은 상영관을 확보하지 못한 채 개봉했으나, 영화를 본 이들의 성원과 입소문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저력을 보여줬다. 이 영화가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 이유 세 가지.

 

연대의 서사

<미쓰백>은 상처를 입고 마음을 닫고 살아가는 ‘백상아’(한지민)가 비슷한 상처를 가진 아이 ‘지은’(김시아)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그늘진 곳에서 외롭게 살아가던 어른과 상처받은 아이, 라는 인물 구성은 영화 <아저씨>(2010) 등 많은 작품에서 여러 번 반복돼 왔다. 그러나 <미쓰백>은 비슷한 구성을 선택한 다른 영화들과 사뭇 다른 결을 지녔다. 이 영화는 ‘특출나게 강한 어른’이 ‘약한 아이’를 구원하는 서사로 흐르지 않는다.

대신 닮은 상처를 가진 두 사람이 서로를 알아보고 부대끼다, 그들을 괴롭히는 것에 맞부딪쳐보는 모습을 그린다. <미쓰백>은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난 두 개인이 연대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훨씬 더 많은 사람에게서 깊은 공감을 끌어낸다.

 

영화에서 현실로

이지원 감독은 경험에서 스토리 모티브를 얻었다. 몇 년 전 감독의 옆집에 살던 아이에겐 도움이 필요해 보였으나, 그는 상황 때문에 쉽사리 도움을 주지 못했다. 이 일은 두고두고 감독의 마음속 짐으로 남았고, 이후 끝없이 이어지는 아동학대 뉴스를 본 그는 마침내 이 문제를 다루는 이야기를 써나간다.

영화 <미쓰백> 아동학대예방 시사회 현장, 이지원 감독

영화는 아동학대의 실상과 학대가 낳는 결과를 다각도로 비춘다. ‘미경’(권소현)과 ‘일곤’(백수장)이 지은을 학대하는 신은 차마 바로 보기 어려운 장면이다.(이지원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은 지은을 연기한 배우 김시아의 정신 건강을 최우선으로 두고 세심히 살피려 노력했다. 관련 인터뷰) 영화는 아동학대 문제를 단순한 소재로 소비하지 않는다. 오히려 학대받아 마음의 문을 닫은 채로 자란 사람(상아), 자신이 겪은 일을 그대로 제 아이에게 돌려주는 사람(일곤)의 이야기까지 조심스레 풀어나가며, 아동학대 문제에 대한 세상의 관심을 촉구한다. 상아를 연기한 배우 한지민 역시, 한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불편해도 들여다봐야 할 문제이며, 어딘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우리가 바라본다면 그것이 모여 관심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새로운 얼굴, 새로운 이름

<미쓰백>은 예상치 못했던 배우들의 힘으로 완성되었다. 먼저 새로운 얼굴, 한지민. 우리가 그의 얼굴을 마주한 지는 벌써 15년이 흘렀지만, 이 영화 속 한지민은 다시 새롭다. 그는 시나리오를 읽은 후 이 영화는 꼭 해야겠다 생각했다고. 서글픈 눈을 하고 악을 지르는 백상아를 보고 나면, 한지민이라는 배우가 어디로 걸어 나갈지 가늠조차 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그는 이 영화로 올해 수많은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또한 김시아라는 이름을 빼놓고 이 영화를 말하기는 어렵다. 김시아는 첫 연기에 결코 쉽지 않았을 역을 자연스레 소화한다. 그는 시나리오를 읽고 자신이라면 어땠을지 상상하며 연기했다고. 여린 듯하지만 분명하게 마음을 전할 줄 아는 지은이라는 인물은 김시아를 만나 온전히 태어났다. 주연 두 사람뿐 아니라 조연 배우들의 활약 역시 빛난다. 선과 악을 오가는 역을 무섭도록 실감 나게 소화한 권소현, 내내 무겁게 이어지는 분위기를 환기하는 김선영의 연기가 더욱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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