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쌍, 찢어진 눈매, 넓은 광대, 검은 머리색…. 미국에서 아시안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은 확고하다. 공부만 열심히 하는 사람들, 순종적이고 소심한 사람들이란 이미지도 늘 따라붙는다. 중국계 미국인으로,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Pratt Institute)에서 주얼리 디자인을 전공한 Ada Chen은 아시안에게 강요되는 지긋지긋한 스테레오타입을 ‘주얼리’라는 형식을 빌려 꼬집었다.

<Made in Chinese America>라는 제목으로 올해 초 선보인 주얼리 컬렉션엔 Ada Chen 자신이 중국계 미국인으로서 겪었던 정체성 문제들이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그는 젓가락을 사용하고(用筷子), 공부를 잘하고(成绩好), 뭐든 닥치는대로 잘 먹는(样样都吃) 등 서양인들이 바라보는 아시안의 편협한 이미지들을 배지에 하나하나 문구로 새겨 넣었다.

그러니까 그는 동양인 스테레오타입을 과장하여 비틀며 재현했다. 동양인을 외모, 인종주의적으로 폄하하는 단어인 ‘chinky’를 브로치에 박아 넣고, 동양인처럼 치켜 올라간 눈꼬리를 연출해주는 기상천외한 액세서리를 만들었다(!). 그의 주얼리들은 너무 적나라하고 노골적이어서 불편한 감정을 안긴다. 동시에 사람들은 이러한 과장된 형태의 주얼리들을 보며 아시안에게 덧씌워진 선입견들이 얼마나 우습고 터무니없는지 새삼 깨닫는다. 주체성, 능동성을 가진 한 인간을 특정 인종이나 민족적 고정관념으로 정의하고 국한하는 게 비현실적이라는 것은 보자마자 즉각적으로 알 수 있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Ada Chen은 제품의 실용성이나 디자인적인 측면보다는 비판적, 예술적인 시각이 담긴 작품을 만든다는 개념으로 이 주얼리 컬렉션을 준비했다. 그러나 동시에 생각지 못한 구매도 대량 일어났다. 파티에서 우연히 만난 영국 남성과의 대화를 문자 메시지 형태로 구현해낸 이어링(Text Message Earrings)이 인기를 얻으며 팔려나간 덕분이다.


“아시안이야? 중국인이야?
“화교이긴 하지만, 중국도 아시아 일부니까.”
“중국에서 온 거야?”
“아니, 난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났어.”
“아, 응.”

- 이어링에 박힌 문구이자, 두 사람이 나눈 대화 내용

메시지를 간결하면서도 임팩트 있게 전달하는 그의 주얼리 컬렉션은 SNS를 타고 빠르게 퍼졌고, <i-D>, <The Fader>, <It's nice that> 같은 매거진에서 앞다투어 기사를 쏟아냈다.

기사에 채 싣지 못한 주얼리 사진들은 Ada Chen의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에서 모두 볼 수 있다.

 

Ada Chen 홈페이지
Ada Chen 인스타그램

모든 이미지 출처- Ada Chen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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