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무거운 짐을 이쪽저쪽으로 옮기는 일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다 예상치 못한 장애물이라도 만나는 날엔 그냥 다 놔버리고 주저앉고 싶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조각난 마음을 추스를 기력도 없어 널브러져 있을 때, 누군가 전해오는 진심은 상상 이상으로 큰 힘을 발휘한다. 이 모습을 그린 약 3분 길이의 단편을 보자.

 

<심심>

The Realm of Deepest Knowing ㅣ2017ㅣ감독 김승희ㅣ3분 30초

단편 애니메이션 <심심(深心)>은 힘든 시간을 맞닥뜨린 두 사람을 비춘다. 예고 없이 들이닥친 불행에 아파하는 두 사람. 하지만 그중 누군가는 상대에게 손을 내민다. 상대의 아픔 깊숙이 가 닿고 싶은 마음으로. 그래서 둘은 다시 일어나 함께 걷고, 또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깊어지는 관계를 사랑이라 불러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 김승희, <제18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트레일러(2016)

<심심>은 스톱모션과 드로잉, 사람의 신체가 모델로 등장하는 픽실레이션(pixilation)이라는 세 가지 기법을 사용해 만들었다. 덕분에 작품은 ‘오고가는 감정’을 독특하고 선명하게 시각화해내는 데 성공한다. 대담한 구성과 섬세한 표현이 인상적인 이 작품은 감독 김승희가 만들었다. 그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단편 <심경(Mirror in Mind)>(2014)으로 국내외 여러 상을 거머쥐었으며, 2017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피의 연대기>에서 인상적인 애니메이션을 보여주기도 했다. 김승희의 작품에선 산뜻한 기운과 리듬, 그 안을 관통하는 날카로운 센스가 돋보인다. 앞으로 그가 그려나갈 새로운 세계를 기대하자.

▲ 김승희, <심경>(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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