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꽉 찬 도시 상하이. 화려하고 번잡스러운 상하이의 골목 뒤편엔 조금 다른 종류의 빛이 존재한다. 24시간 매일같이 손님을 기다리는, 꺼지지 않는 가게의 불빛이다. 영국 포토그래퍼 플로리안 뮬러(Florian Mueller)는 우리가 으레 생각하는 화려한 상하이의 풍경이 아닌,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골목 뒤에서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밤의 노동자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플로리안 뮬러는 이 사진 시리즈를 일컬어 <Nightshift Shanghai>라 명명했다. ‘Nightshift’는 야간 노동자, 교대조라는 뜻의 단어다. 상하이를 여행하던 플로리안 뮬러는 도시의 화려한 야경이나 관광지 대신 가게 앞을 지키며 잠들지 않고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주의 깊게 보았고, 이를 사진에 담았다. 지루한 일상을 견뎌내는 평범한 이들과 영국에서 온 이방인의 생경한 시선이 서로 맞부딪혀 독특한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모두가 잠든 야심한 밤. 꽃, 과일, 장난감, 커튼을 판매하는 가게부터 편의점과 포장마차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 가게들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극적인 빛을 뿜어낸다. 홍콩 누아르 영화에서나 볼법한 붉은 기운이 감도는 네온 간판과 쏟아져 내릴 듯한 물건들은 그 자체로 상하이란 도시 이면의 독특한 풍경을 만든다.

사진 속 주인들은 가게 앞 외로이 앉아있다. 주로 허공을 응시하거나, 언제 올지 모를 손님을 기다리고, 지루한 시간을 견디듯 제각기 할 일을 한다. 가게 안에서 급히 끼니를 해결하기도 한다. 조명을 받아 시종일관 밝게 빛나는 물건들과 달리, 인물에게는 어둠이 좀 더 많이 드리운다. 희미하게 드러나는 얼굴들 위로 삶의 자취가 진하게 배어 있다.

인간이란 존재로 태어나 사회에 속해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삶을 사는 이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밥벌이를 위해 노동을 하며 살아간다. 힘껏 육체를 쓰거나, 사무실에 앉아 12시간씩 눈이 빨개지도록 모니터를 들여다보거나…. 노동은 이 지구 위에 존재하는 사람의 수만큼의 다양한 모습과 형태를 띠고 있다. 각자 방식은 다르지만, ‘노동하는 모습’에는 일정한 종류의 슬픔이 존재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 속엔 스스로의 삶을 온전히 버텨내야 한다는 아득함과 치열함이 묻어있기 때문이다. 노동하는 모습에서 슬픔을 들여다본 것은 비단 플로리안 뮬러만이 아니다. ‘노동’을 뜻하는 그리스어(ponos)의 어원이 ‘슬픔’을 가리키듯, 먼 옛날부터 현재까지 노동은 그러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존재해왔다.

 

모든 이미지 ©Florian Muller, 출처- Florian Muller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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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우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