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신인 뮤지션 매기 로저스. 그는 자신을 메릴랜드 동부 해안의 밴조 연주가로 소개한 적이 있다. 또한 그는 자신을 등산객과 환경 운동가이자 현재는 브루클린 출신의 작곡가(와 연기자)로 소개한다. 그는 자신을 페미니스트이자 주근깨투성이의 낙관주의자라고 말한다. 웃을 때 소리를 내며 웃고, 낡은 청바지와 핑크 아이섀도를 좋아한다. 그리고 때때로 춤을 출 때 울기도 한다. 그는 아주 자유롭고 역동적인 음악을 추구한다. 항상 많은 것을 느끼지만 노래는 한 곡으로 충분하다고 말하며, 새로운 방식을 느낄 때까지 자신의 느낌을 쓰고 노래하겠다고 말하는 매기 로저스.

매기 로저스, 출처 – Capitol Records

그는 공식적으로 데뷔하며 처음 세상에 알려진 것이 아니다. 매기 로저스가 처음 주목받게 된 데는 퍼렐 윌리엄스의 공이 크다. 퍼렐은 2년 전 뉴욕대 학생들의 음악을 평가하는 마스터 클래스 수업을 가진 적이 있었다. (이 수업 영상은 유튜브에서 약 3백만 뷰를 기록하며 화제가 되었다.) 수업 영상이 센세이션을 일으킨 데에는 퍼렐의 리액션과 매기 로저스의 곡 ‘Alaska’의 영향이 크다.

뉴욕대 마스터 클래스 수업에서 퍼렐의 피드백

영상의 묘미는 감동한 듯, 왠지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는 퍼렐과 자신의 작품 앞에서 초조해하며 ‘귀엽게 눈치를 보는’ 로저스의 대조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더 흥미로운 장면은 곧바로 이어진다. 바로 로저스가 음악 후반부에서 더 이상 퍼렐을 의식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리듬을 타는 장면이다. 이 영상의 파급력은 정말 놀라웠다. 무명에 가까웠던 로저스는 캐피틀 레코드와 계약을 맺게 되며, 그의 첫 싱글 <Alaska>는 이른바 라디오 방송을 장악하기 이른다.

매기 로저스 ‘Alaska’ MV

무한한 감각이 넘실대는 곡 ‘Alaska’는 로저스가 알래스카에서 하이킹 여행을 하던 중 느낀 것을 쓴 곡이라고 한다. “And I walked off you, And I walked off an old me”이란 가사가 돋보이는 이 곡을 그는 단 15분 만에 써냈다고 한다. 마치 옛 곡이나 민요를 들을 때처럼 향수가 느껴지는 멜로디지만, 완전히 새로운 리듬과 매력적인 효과들로 곡은 매우 신선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가사를 듣지 않아도, 알래스카라는 미지의 세계가 주는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감각을 느낄 수 있다. ‘Alaska’의 뮤직비디오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로저스의 춤동작이다. 처음 보는 이 춤은 짜인 안무라고 하기보단 ‘막춤’에 가깝다. 로저스의 막춤은 그의 모든 뮤직비디오에서 볼 수 있는데, 그의 팬들은 이 춤을 일컬어 소위 ‘방구석 춤’이라고 말한다. 음악을 들으며 따라 춘다고 할 정도로 팬들 사이에선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매기 로저스 ‘Fallingwater’ MV

‘Fallingwater’ 뮤직비디오에서도 단연 그의 방구석 춤이 돋보인다. 이 뮤직비디오는 새로운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 난해한 그의 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는 사람에게는 말이다. 그 춤은 거의 ‘몸부림’에 가까워 보인다. 이 몸부림은 우스꽝스러워 보이기도하고 어떤 의식을 흉내 내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로저스가 이 고통스러워 보이기까지 한 몸부림으로 그의 음악을 더 역동적이고 격렬하게 표현해내고 있다는 것이다.

 

 

▲ ‘Fallingwater’ 춤 연습 과정

 

그의 몸부림은 지구의 많은 색과 선들, 하늘이나 떨어지는 물 그리고 그것들의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우리는 단지 음악을 듣기만 한다고 생각하지만, 예술은 우리를 살아 숨 쉬는 존재가 되도록 감각을 일깨워주는 일을 한다. 로저스는 형언할 수 없는 감각을 자신의 몸을 이용해 우리에게 비로소 느끼게 해준다.

매기 로저스 ’Give A Little’ MV

낡은 청바지, 카우보이모자, 통 넓은 부츠, 풀어헤친 고불거리는 머리칼, 스케이트보드, 주근깨. 게다가 “And no one knows me, And no one knows you…. Everything’s fresh, yeah, Everything’s new”라고 말하는 자유롭고 긍정적인 가사는 매기 로저스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다. 로저스는 리듬감 있는 음악, 비트를 잘 실어 나르는 춤, 빛나는 햇살로 ‘Give A Little’의 뮤직비디오를 가득 채운다. 그는 인터뷰에서 “나는 고등학교 때 70년대 스케이트 문화에 사로잡힌 적이 있다. 초기 스케이트 비디오들은 너무 거칠고 힘이 있었다. 그 에너지가 여성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로저스의 이 자유로움은 그의 말 그대로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우며 주체가 된 삶을 보여주려는 태도에서 기인한 게 아닐까.

매기 로저스의 물건들, 출처 – 매기 로저스 인스타그램 
출처 – 매기 로저스 인스타그램 

로저스는 다른 사람들의 스타일에 휘둘리지 않는다. 현 뮤직 차트의 유행에 벗어나는 곡을 만든다고 절대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Give A Little’엔 ‘더 엄격한 총기 규제법’을 지지하는 내용을 담았다고 밝혔다. 학생들로부터 영감을 받아, “반동이 아니라 선견지명이 있는” 세상을 상상하며 노래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매기 로저스 ‘Light On’ MV

세상의 작곡을 하는 사람은 자신만의 작곡법이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무작정 악기를 두드리거나, 20곡을 얻기 위해 100곡을 작곡하거나 매일 노래를 쓰기 위해 자신을 갈고닦을 것이다. 로저스는 자신의 작곡 방법은 산발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운이 좋으면 한 달에 한두 번 쓴다고. 하지만 글을 쓸 시간이 되면 자신이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안다고 한다.

출처 – 매기 로저스 인스타그램
출처 – 매기 로저스 인스타그램 

제삼자가 보더라도 로저스의 데뷔 후 지난 2년간의 음악 생활은 숨 쉴 틈 없이 여유 없어 보였다. 또한 그 속도를 줄일 수도 없어 보였다. 첫 싱글 앨범 <Alaska>의 대성공 후, 대형 레코드사와 계약하면서 그는 더없이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이런 수순을 밟은 예술가들은 음악 사업의 ‘상품’으로만 남을 가능성이 높지 않던가. 이에 대해 로저스는 자신이 상류로 헤엄쳐 올라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조차 자신과 자신의 소리에 충실해야 하는 것의 중요성을 알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내 삶이 너무 빨리 대중화되어서 이 모든 것이 나를 위한 것인지 확신할 수 없을 때도 있었다”라면서, “하지만 나는 결코 음악에 대해 의심하지 않았다. 매일 밤 무대에 올라 왜 이런 일을 하는 것이 좋은지 깨닫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어느새 SNL에서 라이브를 선보일 정도로 유명해졌다

로저스의 팬들은 이제 더 이상 그가 ‘우리들만의 비밀스러운 매기 로저스’가 아님을 인정한다. 무명의 인디뮤지션이던 그는 대중적인 뮤지션으로 성장했다. 그는 세상이 바라는 대로 자신을 과도하고 작위적으로 꾸미지 않는다. 단지 평범한 하얀 티셔츠를 즐겨 입고, 색색의 모자와 커다란 부츠를 즐겨 신는다. 그의 음악은 그에게 영감을 주었던 90년대 팝스타일에 가깝다. 포크와 민속 음악이 생각난다. 투박하고 엉뚱해 보이지만 그가 고수하는 것은 자신이 살아온 삶 그대로를 배신하지 않는 것이다. 그는 자신을 관통한 문화와 고향의 아름다운 날것을 절대 숨기려고 하지 않는다. 그의 자유로움은 타인의 시선에 구애되지 않고 자신의 소리를 마음껏 낼 수 있는 자신감과 확신에서 온다. 거대한 음악 사업을 헤엄치는 어린 뮤지션이지만 로저스는 어느 것에도 휩쓸리지 않은 채 자신만의 호흡을 지킬 줄 안다. 그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에너지 자체다.

 

 

Writer

나아가기 위해 씁니다. 그러나 가끔 뒤를 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