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뀌고 바람이 불어온다. 남아있는 기억들과 새롭게 생겨나는 기억들, 사람들 사이의 관계들, 날씨가 변화하는 만큼이나 그 어떤 것도 영원할 수는 없고, 모든 것은 변해간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받아들이고, 지나 보내고, 다시 새로운 시작들을 마주하는 일이 전부일 것이다.

다행히 그런 삶에서 음악은 언제나 좋은 동반자가 되어준다. 쓸쓸하고 따뜻한 목소리를 지닌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의 음악과 함께 깊어가는 가을날의 공기를 느껴보자.

 

로라 말링

Via startribune

로라 말링(Laura Marling)은 1990년생으로 영국 출신의 포크 싱어송라이터다. 아버지가 레코딩 스튜디오를 운영했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기타를 배우며 음악을 친숙하게 접했던 그는 밴드 노아 앤 더 웨일(Noah and the Wale)을 통해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2008년 솔로 데뷔 앨범 <Alas, I Cannot Swim>을 발매하며 주목받기 시작한 그는 여러 번 영국의 머큐리 프라이즈(Mercury Music Prize) 및 그래미 시상식에 노미네이트됐다.

Laura Marling ‘What He Wrote’ MV

나이에 비해 성숙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곡과 보이스로 영국 포크 음악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뮤지션으로 성장해온 그의 노래는 지난해 개봉한 영화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에 삽입되며 더욱 많은 관심을 얻었다. 눈이 가득 쌓여 있는 숲속에서 암사슴과 뛰노는 꿈을 꾸던 남자는 어느 날 회사에 새로 온 ‘마리아’가 그와 똑같은 꿈을 꾼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서로 같은 꿈을 꾼다는 매개체를 갖고 가까워지는 두 사람이지만, 인간관계에 서툰 마리아는 진심과 달리 상대방의 오해를 사게 되고, 그는 혼자 남아 두 사람의 관계를 돌아본다. 이때 흐르는 음악이 바로 로라 말링의 ‘What He Wrote’이다. 로라 말링이 불과 19살이던 때 썼다는 이 곡은 홀로 깊은 감정에 빠진 영화 속 주인공의 심경을 들춰내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Laura Marling ‘Wild Fire’ Live

 

라나 델 레이

라나 델 레이(Lana Del Rey)는 1985년생 뉴욕 출신의 뮤지션으로 ‘미국의 아델’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아델과는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이 더 많지만, 깊고 묵직한 보이스와 고전적인 이미지에서 그와 비교되기도 한다. 팝과 트립합을 함께 녹여낸 데뷔 앨범 <Born to Die>를 히트시키며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게 된다. 그는 의외로 에미넴 등 힙합 가수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하며, 자신의 음악이 ‘할리우드 새드코어’를 표방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라나 델 레이라는 필명은 쿠바 출신 친구들과 스페인어로 이야기하다가 떠올린 이름이며, 자신의 이름을 부를 때 노래하듯이 들리길 원해서 지었다고 한다.

Lana Del Rey ‘Young and Beautiful’ MV

내가 더 이상 젊고 아름답지 않을 때 넌 여전히 나를 사랑하겠니?
내가 상처받은 영혼밖에 가진 게 없을 때 넌 여전히 나를 사랑하겠니?
난 네가 그러리란 걸 알아, 네가 그러리란 걸 알아
네가 그러리란 걸 알아

- ‘Young and Beautiful’ 가사 중


이후 참여한 바즈 루어만 감독의 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OST에 수록된 ‘Young and Beautiful’은 본래 피아노 버전으로 앨범에는 담겼지만, 뮤직비디오에는 오케스트라가 함께한 버전으로 발매되었다. 웅장하고 아련한 곡 분위기와 고전적인 할리우드 여배우 같은 모습의 라나 델 레이가 인상적이며, 영화 <위대한 개츠비> 여주인공 ‘데이지’의 심경을 담은 가사 내용으로도 관심을 끌었다.

Lana Del Rey ‘Love’ MV
Lana Del Rey ‘Mariners Apartment Complex’ MV

이후에도 그는 2017년 발매한 <Lust for Life>에 수록한 ‘Love’와 2019년에 발매될 <Norman Fucking Rockwell> 앨범에 앞서 공개한 첫 번째 싱글 ‘Mariners Apartment Complex’를 통해 특유의 우울하면서도 몽환적인 감성을 고스란히 유지해가며 계속해서 신작을 발표해가고 있다.

 

캣 파워

Via iheart

캣 파워(Cat Power)는 미국의 싱어송라이터이자 배우 겸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샤를린 마리에 마샬의 필명이다. 1995년 데뷔 앨범 <Dear Sir>를 발매한 이래 현재까지 10장의 정규앨범을 낸 중견 뮤지션으로, 어쿠스틱한 기타와 피아노 연주, 특유의 울림이 없고 건조한 목소리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갖고 있다. 포크에 펑크와 블루스가 섞인 초기 앨범에서 후반으로 가면서 일렉트로니카가 섞이는 등 끊임없이 장르적인 시도를 해나가고 있다.

Cat Power ‘The Moon’

‘The Moon’은 캣 파워가 2006년에 발매한 정규앨범 <The Greatest>에 수록한 곡으로, 홀로 달을 바라보며 상념에 가득 차 눈길을 걷는 듯한 이미지가 저절로 떠오르는 근사한 이미지의 노래다.

Cat Power ‘Woman’ MV
Cat Power ‘Stay’ MV

캣 파워는 2018년, 여성으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이야기하는 싱글 ‘Woman’을 발표했다. 이는 위에서 소개한 라나 델 레이가 백보컬로 피쳐링에 참여한 곡이기도 하다. 또한, 홀로 석양 아래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인상적인 뮤직비디오와 함께 새 싱글 ‘Stay’를 이어 선공개하기도 했다. 그의 열 번째 정규 앨범인 <Wanderer>가 같은 해에 발매했다.

 

Writer

서울에서 살아가는 생활인이자,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노래로 지어 부르고, 여기가 아닌 어딘가 다른 낯선 세상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는 작업자. 다른 사람들의 작업을 보고, 듣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유유'는 한자로 있을 '유'를 두 번 써서 '존재하기에 존재한다'는 뜻으로 멋대로 사용 중. 2018년 9월부터 그동안 병행 해오던 밴드 '유레루나' 활동을 중단하고, 솔로 작업에 더 집중하여 지속적인 결과물들을 쌓아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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