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LGBT, 이주민 등 다양한 인권 이슈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져 가는 가운데, 인권에 비견되는 동물의 생명권과 학대당하지 않을 권리를 주장하는 동물권에 대한 관심도 나날이 늘어간다. 하지만 막상 주변에서 길고양이나 새들 외의 야생동물 구경하기 힘든 도시인들의 인식 속에 야생동물 이슈는 먼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래서 여기 사진 몇 장을 준비했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야생동물 보호에 대한 인식을 강하게 일깨우는 사진들이다.

 

브렌트 스터톤 <Rhino Wars>

브렌트 스터톤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사진가로, 주로 다큐멘터리와 보도사진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평소 환경 문제에 관심을 두었던 스턴튼은 불법 밀렵 실태를 조사하러 고국의 자연보호구역에 갔다가 이 사진을 찍게 되었다. 코뿔소 한 마리가 밀렵꾼들에 의해 뿔을 처참하게 잘린 뒤 슬픈 눈으로 주저앉은 이 사진은 영국 런던 자연사박물관 주최 ‘2017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 작가상’을 비롯해 여러 상을 받았다.

코뿔소는 코끼리 다음으로 몸집이 큰 육상동물로 야생에는 천적이나 적수가 없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개체 수가 줄어 20년 후 완전히 멸종될 것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코뿔소 뿔이 ‘만병통치약’이라는 낭설 때문이다. 잘린 뿔은 모잠비크를 통해 중국이나 베트남 등지로 밀반출돼 고가의 약재나 부유층의 취향에 쓰인다. 실제 코뿔소 뿔의 성분은 케라틴으로 인간의 손톱과 다름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브렌트 스터톤 홈페이지

브렌트 스터톤 인스타그램 

 

에이미 비탈레 <Pandas Gone Wild>

사진의 정체는 새끼 판다를 안고 있는 사육사의 모습이다. 오랫동안 멸종 위기에 처해있었던 자이언트판다는 중국 정부의 삼림 보호와 대대적인 개체 보존 노력에 힘입어 멸종위기등급 ‘취약’ 종으로 26년 만에 위기 등급이 내려갔고, 이에 따라 중국 야생동물 센터는 판다들을 야생의 품으로 되돌리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판다들이 하루빨리 야생에 적응할 수 있도록 판다 복장을 한 채 새끼 판다를 소중히 감싸 안은 사육사의 모습은 진솔한 감동을 전해준다.

사진을 촬영한 에이미 비탈레는 내셔널지오그래픽 소속의 다큐멘터리 촬영작가다. 미국 출신인 그는 자연으로 돌아가는 판다들과 이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육사들의 모습을 담기 위해 중국 쓰촨 워룽 국가급 자연보호구에서 수년간 머물렀다.

에이미 비탈레 홈페이지

에이미 비탈레 인스타그램 

 

코리 아놀드 ‘Dumpster Diver’

미국의 국조이자 우리가 흔히 독수리라고 부르는 새의 정확한 이름은 흰머리수리이다.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막상 주변에서 볼 수 없는 거대한 흰머리수리 한 마리가 알래스카의 슈퍼마켓 쓰레기통에 있는 고깃덩어리를 뜯고 있다. 한때 멸종 위기에 몰렸으나 역시 사람들의 노력으로 개체 수를 회복한 후 미국에서는 인간과 공존 관계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Dumpster Diver’은 ‘2018 세계보도사진전’ 네이처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코리 아놀드 ‘Selfie with Halibut’

사진을 찍은 코리 아놀드는 이색적이게도 어부 겸 사진가다. 1995년부터 지금까지 알래스카 바다에서 물고기와 게를 잡으며 쉬는 시간을 쪼개 촬영을 해왔다. 혹독한 날씨와 거친 바다, 바위투성이의 불모지인 야생 환경에서 끊임없이 자연과 사투를 벌여야 하는 특수한 환경임에도 그는 지치지 않고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코리 아놀드 홈페이지 

코리 아놀드 인스타그램 

 

프란스시스 페레즈 ‘Caretta Caretta Trapped’

이보다 더 간명하고 강렬할 수 있을까? 사진의 붉은바다거북은 대서양 북동쪽 카나리아 제도 테네리페 해안에서 떠내려온 낚시 장비에 엉켜 힘겹게 헤엄을 치고 있다. 붉은바다거북은 현재 국제적으로 멸종위기등급 취약종으로 분류되나 북동부 대서양의 개체군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붉은바다거북의 생존을 위태롭게 하는 최대의 적은 역시 인간이다. 여러 가지 어획 도구에 걸려 다치거나 질식하여 죽게 된다.

붉은바다거북의 아찔한 생태는 남의 탓만은 아니다. 바다에 버려지는 연간 2만 4천 톤의 플라스틱도 거북이의 생명을 크게 위협한다. 바다에 떠다니는 비닐봉지나, 풍선 등을 먹이인 해파리로 착각해서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 사진을 찍은 프란스 페레즈는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 출신으로 ‘Caretta Caretta Trapped’를 찍은 테네리페 해안을 오가며 수중 사진을 남긴다.

프란시스 페레즈 홈페이지

프란시스 페레즈 인스타그램

 

야생동물 보호는 우리 주변에서부터 실천할 수 있다. 야생동물 밀렵, 밀거래는 물론 야생동물을 사 먹지 않는 행위, 자연에서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훼손하지 않는 행위, 플라스틱 등 썩지 않는 쓰레기를 최소화하고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는 일상의 행동들 모두가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온전한 실천으로 귀결된다.

 

서울시 야생동물 보호센터 홈페이지

녹색연합 야생동물 보호활동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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