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은 시간이 흘러도 명작이다. 7, 8월 쏟아지는 국내외 대작들 사이에서도, 놓치면 아쉬운 재개봉 영화 세 편을 꼽았다. 무엇보다 이런 명작들을 극장에서 또렷한 화면으로 만나는 것은 더없는 행복이다.


* 개봉일 순으로 배열.

 

<하나 그리고 둘>(2000)
– 6월 28일 재개봉

8살 소년 ‘양양’(조나단 창)은 아빠 ‘NJ’(오념진)로부터 카메라를 선물 받는다. “사람들이 앞만 보고 뒤를 못 보니까 반쪽짜리 진실만 알 수 있다”고 믿는 양양은 작은 손으로 사람들이 미처 보지 못하는 뒷모습을 찍기 시작한다. 그의 사진 속에는 사업이 위기에 빠진 시기에 30년 전 첫사랑을 다시 만난 아빠, 외할머니가 사고로 쓰러진 뒤 슬픔에 빠져 집을 떠난 엄마, 외할머니의 사고가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누나, 그리고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는 인간 군상이 등장한다. 동시에 관객들은 이 어리지만 어엿한 관찰자의 시선을 통해, 그전까지 미처 인지하거나 경험하지 못했던 삶의 이면을 발견하고 깨닫게 된다. 제53회 칸 영화제에서 비평가들의 극찬과 함께 감독상을 안은 영화. 대만 뉴웨이브를 대표하는 에드워드 양 감독의 2000년 작품으로, 애석하게도 그의 유작으로 남았다.

<하나 그리고 둘> 예고편

 

<아이 엠 러브>(2011)
– 7월 26일 재개봉

이탈리아 상류층 남자를 만나 원래의 이름도 잊어버리고 남편이 지어준 ‘엠마’라는 이름으로 지내며, 폐쇄적이고 닫힌 삶을 살던 주인공은 아들의 친구 ‘안토니오’(에도아도 가브리엘리니)와 사랑에 빠지면서 차츰 변화하는 자신의 모습을 본다. 그와 만나면서 생에 대한 기쁨과 활력을 맛보게 된 엠마는 자신의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완전히 잊고 살았던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기 시작한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돌풍을 일으킨 루카 구아다니노의 2009년 작으로, 스토리뿐 아니라 패션, 음식, 인테리어, 풍경 등 모든 요소가 보는 사람을 매혹하는 아름다운 영화다. 여성의 우아함과 강인함을 모두 갖춘 신비로운 마스크의 소유자 틸다 스윈튼이 목소리의 작은 떨림, 몸짓의 변화만으로 격변하는 ‘엠마’의 감정선을 훌륭하게 포착해낸다.

<아이 엠 러브> 예고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2007)
– 8월 9일 재개봉

총격전이 벌어진 끔찍한 현장에서 ‘르웰린 모스’(조슈 브롤린)는 우연히 이백만 달러가 들어있는 가방을 손에 넣는다. 그러나 이 뒤를 살인마 ‘안톤 시거’(하비에르 바르뎀)가 끈질기게 추적해오고, 이들을 쫓는 보안관 ‘벨’(토미 리 존스)까지 합세하면서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목숨 건 추격전이 시작된다. 코엔 형제의 영화 중 가장 폭력적인 영화로 평가받는 작품으로, 비관적이고 염세적인 세계관으로 유명한 코맥 매카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극 중에서 총 대신 산소통을 들고 다니며 소리소문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살인마 안톤 시거는 영화를 본 관객 모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는데, 이를 연기한 하비에르 바르뎀은 그해 아카데미상을 비롯해 각종 영화제에서 남우조연상을 거머쥐었다. 무엇보다 영화는 그 제목이 풍기는 뉘앙스처럼, ‘나이 들어감’에 대한 명상을 유혈이 낭자한 서부극 장르에 잘 녹여낸 작품으로 회자된다. 코엔 형제가 왜 거장인지 톡톡히 느끼게 하는 수작.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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