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과 암스테르담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포토그래퍼 로이스 코헨(Lois Cohen)과 뉴욕, 암스테르담 기반의 스타일리스트 인디애나 로마 보스(Indiana Roma Voss)가 ‘메타모포시스(metamorphosis)’라는 제목의 사진 시리즈를 공개했다. 이 시리즈는 종교와 신화, 그리고 대중문화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친숙한 12명의 여성 인물들을 시각적으로 재구성하고, 완전히 새로운 이미지로 탈바꿈시킨다. 성모 마리아, 비너스, 유스티티아 등 종교, 신화 속 인물들과 바비, 핑크 레인저, 디즈니 공주와 같은 대중문화의 아이콘들은 각각의 사진 속에 새롭게 박제되어 여성이 경험하는 억압과 그들에게 강요되는 스테레오타입을 비틀고 부순다. 사진을 가까이 들여다보자.

바비

마릴린 먼로


사회는 여성을 어린 나이부터 억압하고, 스테레오타입의 여성성을 강요한다. 여성은 모름지기 예쁘고 날씬해야 하며 순종적이어야 한다는 지배적 인식 하에 여성들은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화장을 하고, 전신을 제모하고 극한의 다이어트를 감수한다. ‘메타모포시스’ 사진 시리즈는 사회가 여성에게 강요하는 획일적인 아름다움에 문제를 제기한다. 사진 속 바비와 마릴린 먼로는 ‘아름답지’ 않아서 기괴감이 들게 한다. 우리가 알고 있고 익히 보아온 바비와 먼로의 이미지에서 한참 비껴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바비의 상징은 금발, 큰 가슴과 대비되는 가느다란 허리와 날씬한 팔다리, 푸른 눈이다. 마릴린 먼로는 아름다운 금발과 글래머러스한 매력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질적이게도 사진 속 마릴린 먼로는 수염과 액모를 밀지 않았고 바비는 삐딱한 자세로 인상을 찌푸린 채 총을 들고 서있다. 이처럼 비틀린 언어로 표현한 인물의 모습은 그간 우리가 얼마나 부자연스럽고 편협한 시선으로 이들을 바라보고 정의해왔는지 새삼 일깨운다. 동시에 실제 여성의 신체와 동떨어진 이들의 이미지가 그간 얼마나 신체에 관한 왜곡된 관념을 우리에게 주입해왔는지 깨닫게 한다.

핑크 레인저

베티붑


스테레오타입은 비단 여성뿐만 아니라, 인종에도 억압을 가한다. 우리가 사랑한 디즈니 공주들이나 TV 만화 속 캐릭터는 대부분 하얀 피부와 빛나는 금발을 가진 완벽한 외모의 백인 여성을 모델로 해왔고, 이에 다양한 인종의 모델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그래서 ‘메타모포시스’ 시리즈로 새롭게 구현된 만화 속 캐릭터들은 다양한 인종을 포괄한다. 히잡을 쓴 아랍 여성이 대변하는 <파워 레인저>의 ‘핑크 레인저’나,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을 모델로 삼은 <미녀와 야수>의 ‘벨’, <베티붑>의 ‘베티붑’ 등이다.

유스티티아

비너스

성모 마리아

오달리스크


동시에 ‘메타모포시스’ 사진 시리즈는 종교적, 신화적 인물들을 현대적인 이미지로 등장시킴으로써 과거의 이야기와 설정을 우아하게 뒤틀어 그것이 여성에 대한 얼마나 기만적인 시선을 포함했는지 보여준다. 예컨대 터키 궁전 밀실에서 왕의 관능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대기하는 궁녀들을 지칭하는 오달리스크(Odalisque)는 사진 속에서 옷을 잘 차려입고 신체를 노출한 남성의 이미지를 아이패드로 응시한다. 또 정의와 법을 담당하는 로마의 여신으로, 왼손에는 평등의 ‘저울’, 오른손에는 이성과 정의의 힘을 상징하는 양날의 ‘칼’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는 유스티티아(Justitia)는 평범한 주부의 모습으로 사진 속에 등장한다. 칼 대신 반죽용 밀대를, 평등을 상징하는 저울 대신, 조리용 저울을 든 유스티티아의 모습은 이질적인 동시에 매혹적이고도 편안한 감상을 남긴다.

페미니즘 이슈가 전 세계적으로 다시금 중요해진 오늘날, 여성이 경험하는 차별과 억압, 폭력, 그들에게 강요되는 스테레오타입을 부수려는 움직임은 그 어느 때보다 확고하고 강력해졌다. 그렇다면 곧 혐오와 차별이 사라진 평등한 세상을 마주할까? 아마 그런 날이 당장 도래하지는 않을 것 같다. 다만 유의미한 사실은 이러한 움직임을 통해, 성 고정관념에 대해 생각하고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것이다.

 

(본문, 메인이미지 출처- Lois Cohen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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