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nihilation-movie-poster-snippet_large.jpg

신작 SF 영화 <Annihilation(서던 리치: 소멸의 땅)>은 올해 2월 북미와 중국의 영화관에서 짧게 상영된 후 3월부터 넷플릭스에 스트리밍 서비스를 개시했다. 비록 북미 지역에서 <블랙 팬서>(2018)에 밀리며 박스오피스 흥행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지만, 영화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좋았다. 인기 소설가 제프 밴더미어(Jeff VanderMeer)의 ‘서던 리치’ 3부작 중, 네뷸러상을 받은 첫 번째 소설 <Annihilation>을 영화화한 것이다. <블랙 스완>(2010)으로 아카데미 주연상을 받은 나탈리 포트만 주연에, <엑스 마키나>(2015)로 감독 데뷔한 시나리오 작가 알렉스 가랜드(Alex Garland)의 두 번째 연출작이다.


<서던 리치: 소멸의 땅> 예고편

우주에서 지구로 떨어진 존재 또는 물질이 프리즘처럼 작용하여 모든 생명체가 변형된 격리지역(The Shimmer)으로 들어가는 탐사대의 이야기다. 격리지역이 점차 확대되며 이를 막을 방안이 없다는 점에서 제목의 ‘지구의 소멸’을 시사한다.

격리지역(The Shimmer) 내에서 발견된 식물이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다


다섯 명 모두 여성 과학자로 구성되어 <고스트버스터즈>(2016)와 비교되기도 한 이 영화는 로튼 토마토에서 87%라는 비교적 높은 평점을 받았으며, 비주얼 효과, 배우들의 연기력, 과학과 실존을 넘나드는 스토리텔링에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마지막 10분은 유튜버들의 추가설명 영상이 올라올 정도로 논란과 해석의 대상이 되었다.

마지막 장면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배우들

일부 평론가들은 영화가 제프 밴더미어의 원작과는 상이한 장면들이 포함되어 있고, 어떤 장면에서는 거의 1세기 전의 미스터리 작가 러브크래프트(H. P. Lovecraft, 1890~1937)의 단편소설 <The Shadow Out of Time>(1927)에 가깝다는 주장도 나왔다.

as-2.jpg
1936년 출간된 <The Shadow Out of Time> 원본

러브크래프트는 미국 프로비덴스에서 태어나 한번도 고향을 떠나지 않은 채 독서와 집필에 파묻혔던 은둔형 작가로 ‘미지의 세계에 대한 공포’를 테마로 자신만의 독보적인 세계관을 구축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영화와 게임들이 그의 세계관에서 영감을 받으며 ‘러브크래프트적인(Lovecraftian)’이란 신조어를 낳는 등 하나의 계보를 이루고 있다.

‘러브크래프트적’인 단편영화 <Blight>(2017)


단편소설 <The Shadow Out of Time>은 2억 5천만 년의 시간을 넘나드는 우주 종족 ‘Yith’의 존재가 자신의 몸속으로 들어와 정신과 존재를 빼앗기는 학자의 독백과 탐험을 그렸다. 온라인에 오디오북 형태의 파일이 올라와 있으나, 애니메이션과 실사를 조합한 비디오로 전편을 감상할 수 있다.

<The Shadow Out of Time>의 내레이션 비디오(영어자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