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은이 그린 그림은 천진하다. 그림 속 인물이 어느 나라에서 왔을지, 배경은 숲속인지 우주인지 가늠이 되질 않는다. 그의 그림은 아이가 그린 것처럼 엉뚱하고 기발하지만 편안하다.

전광은, <You and Me and Dog>
전광은, <Dinner time> (<Bread and Butter> 가운데)
<Bread and Butter>는 전광은의 독립출판물로,
머리 모양이 빵처럼 생긴 주인공 브레드씨와 그의 머리를 쪼아 먹으러 날아온 새의 이야기를 담았다


전광은은 많은 이들이 주목하지 않는 것도 흘려보내지 못하는 사람 . 그런 그가 얼마 전 아트북 <밤의 조각>을 발간했다. 그림과 글, 심지어 쪽번호까지 수작업으로 완성한 <밤의 조각>은 빛보다 어둠이 편안한 사람, 고요한 밤에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는 사람을 위한 책이다. 늦은 밤, 건물에 점점이 수 놓인 불빛을 보며, ‘저 사람은 이 시간까지 뭘 할까?’ 고민해본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그림과 글이 담겼다.

전광은, <우주 어딘가에서 기다리고 있을께> (<밤의 조각> 가운데)
전광은, <힘껏 마시고 뱉어본다> (<밤의 조각> 가운데)

 

모든 존재가 빛나야 한다는 건 잘못된 것 같아
아니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

밝혀내고
끄집어 내고
억지로 열어서 구경을 하고,

밤이 필요할 수도 있는데
그럴 틈을 주지 않아. 요즘에는

- '어둠이 필요한 순간' (<밤의 조각> 38~39쪽)

 

전광은, <우리는 불협화음이었어> (<밤의 조각> 가운데)


어둠 속에 홀로 있다 보면 슬픔이 찾아올 때가 있다. 전광은 역시 불현듯 우울해지고, 그럴 때는 위로를 주는 영상을 본다. 그가 자신의 위안일 뿐 아니라 영감이 되기도 하는 영상을 보내주었다.


 

Jeon Kwangeun Says,

원체 차분하고 가라앉아 있는, 조금 어두운 성격입니다. 그 탓에 혼자 있는 걸 좋아합니다. 침묵 속에 있다가 보면 무작정 슬퍼질 때가 있는데, 지금 소개하는 영상들은 그럴 때 찾는 음악과 영상들입니다.
좋아하는 그림 그리기여도 그리기가 싫어질 때가 있습니다. 혹은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껴질 때, 마치 마음에 구멍이 난 것처럼 공허함이 느껴질 때 따뜻한 위로를 받는 영상들을 봅니다. 영상디자인을 전공할 만큼 영상을 좋아해서 재미있는 표현 방식이나 연출을 선호합니다. 그래서 지금 소개할 영상들은 따스하고 밝다기보다는 새롭고 신선한 충격이 가득한 것입니다. 그 위로에 힘입어 제 그림도 항상 새롭고도 포근한 길을 찾아갑니다.

 
 

1. Múm ‘They Made Frogs Smoke Til They Exploded’


졸업 작품을 만들 때 발견했다. 얼굴이 찢어지고 목이 떨어져 나가고 눈에서 피가 흐르는 장면을 귀여운 그림으로 표현했다. 무섭다는 친구도 있었지만 내 감성에는 맞았는지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졌다. 색연필로 마구 칠해진 종이가 찢어질 때마다, 아이들의 비명이 들리고 동물의 울부짖음이 들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치유하는 장면에선 괜스레 마음이 따뜻해진다.

 

 

2. 영화 <미스터 론리>(2007) 속 하늘에서 떨어지는 장면


하모니 코린(Harmony Korine) 감독의 <미스터 론리>라는 영화의 한 장면이다. 그의 영화는 스토리보다는 한 장면 한 장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파토스가 인상 깊다. 나는 예전부터 사람의 일생은 하늘에서 태어나서 땅으로 떨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날개 없이 태어나서 불쌍하지만 그래서 아름답기도 하다, 라고 이 장면을 볼 때마다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어딘가 위안이 된다.

 

 

3. Jodie Mack, < Unsubscribe #4: The Saddest Song in the World>


꼴라쥬라는 재미있는 형식과 색다른 컬러감, 연출로 실험적인 작업을 하는 조디 맥(Jodie Mack)이라는 영국 감독의 작품이다. 밤낮으로 비메오에서 영상을 찾아보던 시절에 찾았다. 머리에 과부하가 오거나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거나 고된 작업으로 지칠 때 아무 생각 없이 이 영상을 본다. 싱그러운 목소리의 사운드와 어지럽지만 귀엽게 잘린 종이들이 나의 어지러운 마음을 위로해주는 것 같다.

 

 

4. Tenniscoats(テニスコーツ), ‘Baibaba Bimba’ A Take Away Show 영상


대학교 때 친구의 친구가 보여줬던 영상이다. 멜로디언으로 연주를 하다가 목소리로 연주하다가 작은 막대기로 기타를 두드려서 연주하기도 한다. 또는 막대기를 계단에 떨어뜨려서 비규칙적인 소리를 내기도 하고, 걷다가 멜로디언으로 길에 세워진 철망을 문지르기도 한다. 음악이 반드시 악기가 있어야 하고, 그림이란 꼭 물감과 종이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해준다. 누군가 정해놓은 규칙과 방법들에서 자유롭고 싶어진다.

 

 

5. BACH, ‘CELLO SUITE NO I, CASALS, CELLO’


바흐의 음악 중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첼로 조곡은 다른 클래식과 다르게 무반주 솔로로 연주된 곡이다. 무겁고 차분하면서 묵직한 소리 때문에 항상 앞에 나서지 못했던 첼로. 그게 누군가처럼 느껴졌고, 나처럼 보이기도 했다. 내가 첼로 대신 해야 하는 말은 “내가 무겁고 낮다고 해서 감미롭거나 따뜻할 수 없다는 건 아니야. 오히려 쓸쓸하면서 외롭고 감미로울 수 있는 건 나(우리들)뿐이니까.”

 

 

일러스트레이터 전광은은?

전광은입니다. 도시와 시골의 중간에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도시도 그리고 시골도 그립니다. 카페나 식당에 들어가면 가장 구석진 곳부터 찾아요. 거기서 응큼하게 사람들 구경하는 것을 좋아해서요. 지구에 살고 있는 작은 사람들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려요, 도시와 시골을 배경으로요.

전광은 홈페이지
전광은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