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헬드 촬영 기법(Hand-held camera, Hand-held shooting)은 말 그대로 카메라를 손으로 직접 들거나 어깨에 메고 촬영해 화면의 자연스러운 흔들림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고전적인 촬영 방식이다. 고정된 받침대나 기계적 안전장치를 활용할 수 있음에도 연출과 조작의 느낌을 최소화한 채 사실적이고 즉흥적인 스타일을 부여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핸드헬드 기법은 다양한 멋과 매력을 감상의 주된 정서별로 살펴본다.

 

긴박감

핸드헬드 기법의 이리저리 흔들리는 시선은 카메라에 담긴 상황의 긴박감을 사실적으로 전달하는 데 더할 나위 없는 도구다. <무한도전>의 추격전이나 <런닝맨>에서 VJ들이 카메라를 들고 출연자들을 쫓아 함께 열심히 뛰어다니는 것도,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의 전쟁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의 도입부 오마하 해변 신에서 카메라가 병사들과 같이 바다에 뛰어드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스틸컷

이 장면에 적극 사용된 핸드헬드 기법은 노르망디 상륙작전 개시를 앞둔 병사들의 긴장된 표정과 상륙이 시작된 후 총포가 쏟아지는 바다와 해변의 아수라장을 마치 전쟁을 실제 중계하는 듯한 현장감으로 재현해냈다. 마찬가지로 전쟁을 바라보는 병사의 시선과 체험을 현실감 있게 그려낸 <덩케르크>(2017)는 무거운 IMAX 카메라를 사용하면서도 일부 장면을 핸드헬드로 촬영하여 전쟁 액션의 거대한 리얼리즘을 구현했다.

<덩케르크> 스틸컷

<본 아이덴티티>(2002)에서 <본 얼티메이텀>(2007)에 이르는 폴 그린그래스의 ‘본 시리즈’도 주인공 제이슨 본의 현란한 액션과 그를 둘러싼 추격전의 긴박한 흐름을 핸드헬드로 촬영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정확히는 일부러 카메라를 흔들어 촬영하는 셰이키 캠(Shake camera) 기법이 사용되었다.

<본 얼티메이텀> 스틸컷, ‘본 시리즈’의 촬영 기법은 셰이키 캠 기법이다

 

 

공포

핸드헬드 기법은 파운드 푸티지(Found footage) 장르의 핵심적인 촬영 방식이다. 말 그대로 ‘발견된 영상물’이라는 뜻으로 촬영자의 행방은 알 수 없이 영상만 발견되었다는 모큐멘터리 설정이기에 주로 호러영화에서 자주 차용되었다. 파운드 푸티지의 형식 자체는 <홀로코스트>(1980)와 같은 작품에서 일찌감치 쓰였지만 핸드헬드 기법을 통해 이 장르에 공포감을 극대화했다는 측면에서는 <블레어 위치>(1999)가 선구자격으로 인정받는다.

<블레어 위치> 스틸컷

이 영화는 200년 동안 전해져 온 마녀 전설의 진실을 다큐멘터리로 담아내고자 문제의 숲으로 떠난 영화학도 3명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물론 설정상 주인공들은 실종된 상태이고 영화는 그들이 사라진 지 1년 만에 발견된 필름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식이다. 정보가 극히 제한된 기괴한 숲에서 길을 잃고 헤매며 심리적 공포감에 점점 정신을 죄는 인물들의 시선을 같은 감각으로 체험할 수 있다. 게다가 배우들의 실감 나는 연기를 위해 상세한 시나리오나 예고 없이 상황을 끌어갔다는 영화의 가학적이고 불친절한 연출로 인해 화면은 더욱 공포에 떨며 격하게 흔들린다.

<알.이.씨> 스틸컷

<알.이.씨>(2007)는 파운드 푸티지를 좀비물에서 활용한 대표적 사례다.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소방서를 찾은 리포터와 카메라맨이,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과 한 건물에서 겪게 되는 뜻밖의 사건을 그린 이 이야기는, 우리가 숱하게 경험한 뻔한 서사와 서스펜스임에도 마치 실제상황과 같은 핸드헬드 기법의 연출로 인해 그 무서운 분위기 속에 절로 몰입하게 된다.

 

 

아비규환

비슷한 공포일지라도 보다 거대하고, 같은 참상일지라도 전쟁과 또 다른 무력감으로 가득 채워진 재난을 묘사할 때에도 핸드헬드는 빠지지 않는다. <클로버필드>(2008)는 <블레어 위치>의 괴수 버전이자 ‘고질라 시리즈’의 파운드 푸티지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도시를 덮친 정체불명의 거대괴물로 인해 아수라장으로 변한 뉴욕을 그리는 이 영화는, 생존을 위해 목숨을 건 인물의 더욱 격하고 빠른 움직임 탓에 공포와 혼란이 어지럽게 뒤섞인 아비규환이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클로버필드> 스틸컷

<클로버필드>가 가상의 사건을 그리고 있다면 실제 역사적 사건을 다룬 영화도 있다. 비무장 평화 시위 중이던 북아일랜드 시민들이 학살당한 ‘피의 일요일 사건’ 배경의 <블러디 선데이>(2002)나 ‘본 시리즈’의 폴 그린그래스가 ‘9·11 테러’ 당시 비행기의 추락 과정을 다룬 <플라이트 93>(2006)와 같은 영화들이 대표적이다. 이 이야기들은 역사의 비극을 핸드헬드의 사실적 시선으로 복원해 관객이 사건 속 혼란과 고통의 현장에 함께 하기를 청한다.

<플라이트 93> 스틸컷

 

 

불안

흔들리는 화면의 불안감은 특수한 상황만이 아닌 특별한 시기와도 관련이 깊다. 이른바 ‘질풍노도의 시기’로 묘사되는 사춘기 청소년의 내면이 그러하다. <크로니클>(2012)은 우연히 초능력을 얻게 된 평범한 고교생들의 혼란과 불안감을 이제는 익숙해진 핸드헬드 기법으로 전하면서도, 여러 시점을 오가는 차별화된 방식으로 더욱 극적인 효과를 노린다.

<크로니클> 스틸컷

핸드헬드 기법을 통해 십대의 불안감을 전달하는 파괴력으로는 이와이 슌지의 영화들을 빼놓을 수 없다. 어두운 소재와 이야기를 다루는 ‘블랙 이와이’이든, 따뜻하고 낭만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화이트 이와이’이든 워낙 아름다운 영상미로 유명한 이와이 슌지의 핸드헬드 촬영 장면들은, 특히 <릴리슈슈의 모든 것>에서 적극적으로 쓰이며 인물들의 불안정한 내면이 급변하게 되는 계기를 그들의 입장에서 어지럽고도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릴리슈슈의 모든 것> 스틸컷

 

 

고통

두려움이나 불안은 궁극적으로 생의 고통으로 귀결된다. 벨기에 감독 장 피에르 다르덴과 뤽 다르덴 형제는 데뷔작 <프로메제>(1996)부터 근작 <자전거를 탄 소년>(2011)에 이르기까지 인물을 중심에 둔 핸드헬드 기법을 통해 주인공이 처한 현실적 맥락과 그 속에서 겪는 실질적인 고통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특히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바 있는 <로제타>(1999)는 주인공이 겪는 청년실업 문제와 그로 인한 극심한 고통을 초근거리에서 촬영한 핸드헬드 기법으로 모사하며 그 어떤 영화나 다큐멘터리보다도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로제타> 스틸컷

<로제타>에 이어 다음 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어둠 속의 댄서>(2000) 역시 공교롭게도 핸드헬드 기법을 통해 주인공의 고통스러운 생을 그린다. 특히나 뮤지컬 영화 형식을 취한 이 이야기는 주인공 셀마의 불운하고 참담한 현실을 표현할 때는 핸드헬드 기법을 취하다가도 뮤지컬 장면에서는 카메라를 안정적으로 고정시켜 괴롭게 흔들리는 삶과 평화로운 몽상의 세계를 이원적으로 구분한다.

<어둠 속의 댄서> 스틸컷

 

 

 

Writer

차분한 즐거움을 좇는다. 그래서 보고 들은 것과 일상에 대한 좋은 생각, 좋아하는 마음을 글로 옮긴다. 학부 시절 네이버 파워블로그에 선정된 후 쓰기를 이어와 현재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웹진 <음악취향Y>, 잡지 <재즈피플>, 신문 <아주경제> 등에 글을 기고한다. 누구나 늘 즐겁기를 바란다. 너무 들뜨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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