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한공연에 앞서 한국말로 인사하며 아리랑을 연주하는 밥 제임스

2018년 3월 30일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Bob James & Friends>라는 부제로 국내 재즈 뮤지션들과 협연한 밥 제임스(Bob James)는 지난 50여 년간 퓨전 재즈의 거장 자리를 지켜온 최정상급 뮤지션이다. 미시간 대학교 재학 당시 노틀담 대학 재즈 페스티벌에서 수상하며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퀸시 존즈(Quincy Jones)에게 발탁되어 재즈 뮤지션의 길로 들어섰다. 생애 60여 장의 솔로 앨범을 발표했고 1990년대부터는 퓨전재즈 그룹 포플레이(Fourplay)의 창립멤버로 활동하며 지금까지 14장의 앨범을 발표했다.

TV시트콤 <Taxi>에 수록한 ‘Angela’(1978). 배경음악으로 자주 쓰이는 인기곡이다

네 살에 피아노를 시작할 무렵 피아노 교사를 놀라게 한 천부적인 음감을 바탕으로, 편곡과 프로듀싱, 그리고 어레인저로 두각을 나타냈다. 그와 컨설팅 계약을 맺고 음악적 조언을 구한 음반사는 아리스타(Arista), EMI, 워너뮤직, MCA, 텔스타(Telstar)에 이르러, 그를 음악산업의 지도교사(Tutor)라 부르기도 한다. 1985년에는 대중음악 성향이 강한 워너뮤직으로 이적해 일련의 솔로 음반들을 발매하며 팝 재즈(Pop Jazz) 또는 스무드 재즈(Smooth Jazz)라 불리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였다. 와인과 함께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하거나 홀로 정서적인 힐링을 하기에 좋은 그의 스무드 재즈 대표곡과 음반들을 두루 뽑았다.

 

<Double Vision>(1986)

인기 색소포니스트 데이비드 샌본(David Sanborn)과의 콜라보 음반으로, 그래미 어워드 베스트 재즈 퓨전 퍼포먼스 부문을 수상한 앨범이다. 빌보드 차트에 무려 63주간 머무르며 한밤의 라디오에서 자주 선곡되는 음반으로, 지난해 사망한 알 재로(Al Jarreau)가 보컬로 참여한 ‘Since I Fell for You’는 그래미 R&B 보컬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다. 레코딩에 참여한 베이시스트 마커스 밀러(Marcus Miller) 작곡의 ‘Maputo’는 싱글로 재발매되며 앨범을 대표하는 곡이 되었다.

<Double Vision>에 수록한 'Since I Fell for You'
<Double Vision>에 수록한 'Maputo' 실황

 

<Ivory Coast>(1988)

워너에서의 첫 솔로 음반으로, 부인에게 바치는 여섯 곡의 멋진 스무드 재즈곡으로 구성되었다. 그중에서도 클래식 음악 스타일의 ‘Orpheus’는 베이스라인과 퍼커션 사운드의 조화가 돋보이는 곡이며, ‘Rosalie’에서는 그가 텍사스 휴스턴의 클럽에서 발굴하며 스타로 부상한 색소포니스트 커크 웨일럼(Kirk Whalum)의 뛰어난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곡이다.

<Ivory Coast>에 수록한 ‘Orpheus’
<Ivory Coast>에 수록한 ‘Rosalie’

 

<Restless>(1994)

1990년대에 접어들며 더욱 원숙해진 그의 음악에는 울적한 감성이 더해져 알앤비스러워졌다는 평을 듣는다. 이때부터 R&B 가수가 피처링에 참여한 곡들이 본격적으로 음반에 삽입되기 시작했고, 그의 딸 힐러리 제임스(Hilary James)도 그중 한 명이었다. 포플레이(Fourplay) 활동으로 인한 오랜 공백 끝에 5년 만에 발표한 솔로 음반으로, 세련된 스무드 재즈 음악으로 라디오 DJ들의 사랑을 받은 앨범이다.

<Restless>에 수록한 ‘Kissing Cross’

이제 80세에 이른 노년의 나이지만 피아노 건반을 놓지 않고 여전히 거장의 면모를 뽐낸다. 모스크바 공연을 마치고 일찍 내한하여 국내 재즈 뮤지션들과 함께 사전 연습을 가진다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된다.